크리스천라이프

훈련으로 되는 선교사

선교의 시작이 선교지에 나가면서부터라고 흔히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선교사 훈련 기간부터 선교사역이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전에 하던 일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선교에 맞추어 새롭게 시작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믿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는 이 시기가 선교사에게는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언어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필요한 훈련을 받으면서 내면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가족 안에서의 충돌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각자가 선교지에서 잘 쓰임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준비되어 가는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훈련의 시간이 선교지에 있었던 시간과 거의 맞먹는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아주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목회하는 지금, 나로 하여금 선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목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 가지 훈련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가르치신 것들을 나누고자 한다.

광야의 훈련
선교사의 훈련이 시작된다는 것은 어쩌면 광야의 생활로 접어드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나님은 광야의 훈련을 통해서 우리를 겸손하게 낮추시기 때문이다. 교회 사역 중에는 계속해서 가르치기만 했고 리더로서의 생활에 젖어 있다가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은 스스로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특히 영어를 공부하면서 모든 학생 앞에서 창피함을 무릅써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비교당하면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신명기 8장 2절에서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라고 했다.

실제로 선교 훈련을 받는 기간에는 스스로의 연약함 때문에 자주 의기소침해지거나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더 나아가 엎드리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 나를 낮추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님이 낮추 실 때는 낮아져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를 쓰실 때는 우리의 성품을 먼저 다루시는 경우가 많다. 고집스럽고 교만한 마음이 하나님이 준비하신 광야 생활을 통하여 다듬어져 갔던 것이다.

올바른 선교
선교 훈련을 받으면서 올바른 선교가 무엇인지도 배우게 되었다. 선교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선교에 대한 그림들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훈련을 통해서 과거의 선교와 지금 이 세대가 요구하는 선교는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되고, 선배 선교사들의 나눔을 통해 현지의 상황들과 필요들도 잘 인지함으로써 올바른 선교를 준비할 수 있다.

처음 한반도에 선교사들이 들어왔을 때 그들은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서 선교사들이 마음을 모아서 중국에서 오랫동안 선교를 해왔던 네비우스 선교사를 초청해서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선교사들은 네비우스의 강의 대로 조선 땅에 필요한 선교정책을 이루어 나갔다.

그 결과 한국의 기독교가 크게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자신들의 소신과 열정으로만 조선 땅에서 사역을 했더라면 이런 열매들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비록 선교의 초기였지만 그들은 이렇게 베테랑 선교사로부터 올바른 선교 방법을 배움으로써 귀한 열매가 맺혔다고 생각한다.

동료들과의 관계훈련
선교사로 나가기 전 성경 번역 선교사역을 마친 선배 선교사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인내하면서 번역을 마친 그들에게 사역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았다. 당연히 전기도 수도도 없는 마을에서의 삶이나 말라리아에 걸렸던 일, 또는 자녀교육 같은 것들이 답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그것은 동료선교사와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훈련을 받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가 팀 사역의 중요성이었다. 선교 훈련을 받는 기간 동안 합숙하면서 함께 생활을 했던 동료들을 보면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선배 선교사들의 간증을 들으면서 사역의 탁월함에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는 탁월하지만 함께 팀으로 일하게 되면 그 탁월함을 잘 살리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팀으로 서로 이견을 조율해 가면서 함께 사역하는 것에는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훈련을 받으면서 팀워크를 배워야 하며 때로는 팀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과 연합하여 사명을 완수하는 법을 배워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예수님의 방법이다.

주님은 홀로 일하지 않으시고 우리와 함께 동역하길 원하시며, 우리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꾸짖지 않으시고 우리가 겸손하게 낮아질 때 필요한 능력도 주시는 것이다.

일용할 양식의 훈련
선교사로 헌신하기 전에는 매달 일정한 수입이 들어온다. 목회자이든지 직장인이든지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안정적인 수입으로 매월 계획성 있게 재정을 사용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선교사로 준비를 할 단계에서는 안정된 수입이 없이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채우심을 경험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만약에 정식 선교사라면 이곳저곳에서 후원을 받기가 비교적 쉽다. 특히 교회는 후원을 요청해 오는 선교사들이 많기 때문에 제한된 재정 안에서 후원할 선교사를 정해야 한다. 그래서 훈련 중에 있는 사람들은 우선순위에서 제외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선교 훈련을 받는 시기에는 넉넉하지 못한 재정으로 온 가족이 생활하기에도 부족한데 훈련비까지 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보통 선교지로 나가야 후원을 해 주지만 정작 후원이 가장 절실할 때가 바로 준비 기간이며 선교 훈련 중에 있을 때이다. 그러나 또한 이 기간에는 하나님만 의지하면서 하나님이 공급하심을 경험하는 귀한 훈련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가정생활의 훈련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훈련이 필요하다. 교회사역을 할 때는 바쁜 일정 가운데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선교 준비를 하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가족과의 좋은 시간도 있었지만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부부간에, 그리고 자녀와의 갈등이 일어난다.

특히 훈련의 기간은 모두가 힘든 시기이며 조금 예민해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이 항상 나와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방법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것도 역시 하나의 훈련이다.

사탄은 항상 가장 가까운 사람을 통해서 마음을 상하게 만든다. 에베소서 6장 12절에서는 “우리의 싸움이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사탄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 우리의 싸움의 대상인 것처럼 속이고 있다.

가정생활의 훈련이 어쩌면 선교사로서 최종적인 훈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선교 준비를 하는 기간뿐만 아니라, 선교지에 가서도 항상 깨어 있지 않으면 사단은 선교 자체를 할 수 없도록 가정을 공격하는 경우들이 많다.

누군가 우리의 삶은 시험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사탄이 주는 것은 우리를 파괴하려는 목적이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시험은 항상 우리로 하여금 더 성숙하게 만드는 훈련이 된다. 매 순간마다 우리 각 사람에게 하나님이 던져 주시는 시험들이 있을 것이다.

선교사로 준비를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주어진 삶 가운데 닥쳐오는 시험을 통해서 우리는 더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선교사가 되기 위해 완벽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다만 깨어진 마음을 가지고 나의 부족함을 알고 예수님 닮은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주님 앞에 엎드려 몸부림을 칠 때 점점 성장하는 것이다.

훈련을 통해서 선교지에서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더 원하시는 것은 주님의 성품을 닮은 성숙한 믿음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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