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0일(월) 22일차 : 트라바델로 ~ 필로발 37km (누적 658km) 오늘의 목적지는 Fonfria인데 너무 빨리 도착해서 다음 마을인 Fillobal까지 37K를 갔다.
새벽에 일어나서 조용히 준비하여 나오는데 초반에는 준비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지금은 15분이면 준비한다. 5시에 출발해서 별들을 동무삼아 조금씩 올라간다. 오늘은 1300m 산에 올라 계속 산등성을 타고 오르고 내리는 길이다.
2시간 정도 작은 마을 몇 개를 지나 진짜 오르막이 시작되는 마을인 라스 헤레리아스에 도착한다.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먹고 단단히 각오하고 산에 오른다. 고도 300m를 3K에 거쳐서 올라가는 것이다. 그래도 배낭을 보내서 작은 배낭을 메고 오르니 훨씬 낫다.
뉴질랜드에서 사역자들과 트레일러닝 및 일반 러닝을 꾸준히 해서 오르막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역시 훈련은 사람을 준비시키는구나. 계속 사람들을 제치고 올라간다. 평지 걷는 것보다 시간이 빠르다. 중간에 작은 마을 라파바에서 고도 300m를 5K에 걸쳐서 또 오르막이다.
그러나 전보다 길이가 기니 가파른 것이 덜 해서 더 쉬운 듯 느껴진다. 가다보니 레온지방이 끝나고 갈리시아 지방이 시작된다는 표석이 나온다. 이제 거의 다 왔다. 갈리시아 지방은 500m마다 산티아고까지의 거리를 표석으로 세워놓았다. 160Km부터 표석이 등장한다.
드디어 오세브레이로에 도착한다. 경치가 너무 멋지다. 특히 이 마을 성당에는 성배가 보관되어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비오는 날 한 사람만 미사에 나와 사제가 성의없이 집례를 하자 성체는 살로, 포도주는 피로 변했다고 한다. 그 성배가 전시되어 있다.
예배에 대한 생각을 한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예배를 인도하는가? 몇몇이 모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영혼이라도 주님 앞에서 예배자가 되도록 나도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다고 성당 뒤에 앉아 기도하고 나온다.
여기서 한국인 부부를 만난다. 작년에 금융권에서 은퇴하시고 오신 것이라고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뉴질랜드에 직장선배의 딸이 결혼해서 산다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예전에 같이 사역하던 전도사 사모다. 정말 세상이 좁다.
이제 2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쉬다가 다시 걷는데 산에 올라갔으니 내려갈 거라고 착각을 했다. 계속해서 등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며 2시간을 간다. 어느 마을은 더 높이 올라간다. 그래도 감사하게도 오르막이 그다지 힘들지 않는다. 역시 훈련이다. 뉴질랜드에서 같이 뛰던 분들이 생각나며 감사했다. 산등성이를 타고 걷는 내내 풍경으로 인해 감탄하며 걷는다.
드디어 폰프리아에 32K를 걸어 도착한다. 그런데 12시밖에 안되었다. 정말 빨리 왔다. 훈련 때문이다. 일단 배낭을 찾는데 도착이 안했단다. 1시 정도에 온단다. 그래서 카페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배낭이 1시 넘어 도착하면 다음 마을이 1시간 걸리니까 그냥 여기서 멈추고, 그 전에 오면 가자고 생각했다. 점심먹고 쉬고 있는데 12:40에 배낭이 도착한다. 그래서 다시 배낭을 메고 걷는다.
그런데 이때부터 완전 내리막이다. 배낭 메고 내리막을 가니 힘들다. 그래도 산을 달리던 경험이 많으니 무릎에 충격 안각에 내려온다. 1시간을 그렇게 오다 사람들이 많이 머물지 않은 정말 작은 마을 Fillobal. 숙소 하나, 식당 하나 있는 작은 마을에 머문다.
이 마을의 카페에서 한국 씨레기국 같은 요리를 판다. 주인아줌마가 한국말로 ‘씨레기국’이라고 말한다. 밥도 해서 준다. 이제 5일면 산티아고까지 가고 그 이후에 땅끝 마을까지 갈지는 고민해봐야겠다.오늘도 부엔 까미노~~~
2018년 8월 21일(화) 23일차 : 필로발 ~ 바르바델로 29km (누적 687km) 오늘은 바르바데로까지 간다. 오랜만에 30K 미만으로 걷는다. 그리고 중간에 중도시인 사리아를 자나간다. 보통 까미노를 사리아에서 출발하면 완주증을 준다. 120Km 정도 되니까 사리아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합류한다.
여행사에서 주관하기도 하고, 학교나 교회가 성지순례를 가는 것처럼 성당에서 단체로 와서 걷기도 한다. 그래서 숙소 전쟁이 이루어진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못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나도 어제 좋은 숙소를 발견하여 전화로 예약을 했다.
29K만 걸으니 오늘은 6시에 출발한다. 산 중턱에서 머물었기에 렌턴을 의지해서 4K를 내려온다. 도착한 곳은 트리아까스테라이다. 어두워서 마을구경은 못하고 여기서부터 두 코스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6K 정도 돌아가는 길이지만 완만한 길이고, 또 하나는 짧지만 산을 넘어야 한다.
난 어제를 생각하며 산길을 택했다. 그런데 그것이 교만이었다. 어제는 배낭없이 간 것이고 오늘은 배낭을 멨다. 표시를 따라 가는데 지도에도 없는 산속 마을을 들어갔다가 산을 넘는다. 1시간 정도 가는 길이 왜 이리 길고 험하게 느껴지던지, 어제보다도 높지 않은 길인데 나의 자만함이 나를 넘어뜨렸다. 사람이 겸손해져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2시간을 그렇게 작은 마을을 지나는데 아주 클래식한 집 뜰에 도네이션 상점이 있고 쉼터가 있다. 순례자들이 도처에 돌에, 벽에, 나무에 남긴 흔적들을 볼 수 있다. 한국어도 많이 보인다. 그곳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며 쉰다.
나도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돌을 찾아 펜으로 글을 쓴다. “사랑하는 가족(아내, 의진, 서희)과 행복하자.. 임마누엘교회 성도와 함께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세우자~~” 돌을 잘 세워두었다.
이제 2시간은 더 가야 사리아이다. 오늘 날씨는 안개가 아주 진하게 꼈다. 그래서 마치 얼굴에 미스트를 뿌려주는 것처럼 촉촉히 적혀주어서 너무 좋다. 그늘도 많고, 나무숲도 걷고, 소도 많고, 소 응가도 많고.. 그러다 사리아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순례자들이 많아져서 약간 붐비는 듯하다.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순례자들이 꽤 많다. 사리아에 가면 한국라면을 판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는 라면과 인연이 없는 듯 하다. 분명 오픈시간인데 닫혀 있다.
사리아 강가에 앉아 간단히 점심을 먹고 쉬다가 1시간 남은 거리를 걷는다. 오늘은 여유가 있으니 발걸음도 가벼운 거 같다. 그런데 도착지인 바르바데로 가는 길에 1K 가까운 가파른 산길이 있는 것이다. 오르면서 정말 헉헉 되며 땀이 비오듯이 흐른다. 올라와서 뒤를 보나 정말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드뎌 바르바데로에 도착한다. 숙소가 너무 좋다. 예약하지 않았다면 머물지 못한다. 어제 같이 묵었던 미국아저씨가 내 뒤에 와서 머물려도 하니 다 예약되었다고 다음 마을까지 간다. 4인실에 싱글베드이다. 그리고 수영장도 있고 작은 리조트처럼 생겼다. 가격도 12유로로 저렴한 편이다.
오늘은 정말 푹 잘 수 있을 듯 하다. 다른 3개의 침대는 캐나다에서 온 가족(아빠, 엄마, 딸)이 머무니 더 좋다. 다 다른 사람이면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에.. 그 가족을 보니 가족이 보고싶다. 같이 걷고도 싶다. 부러웠다. 더군다나 딸이 13살인데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까미노란다. 정말 놀랍다. 그들에게 우리 가족은 걷는 것을 싫어한다며 많이 부럽다고 했다.
오후에 수영장 숙소에 왔으니 잠시라도 물에 들어간다. 오랫만에 수영이다. 쉼이 주는 맛이 좋다. 숙소에 오면 계속 마주치는 얼굴을 보면 반갑고, 아무 생각없이 쉼을 갖는다. 이것이 까미노의 매력인 듯하다. 그리고 쉬다가 저녁은 순례자 메뉴로 해결한다. 이제 4일 남았다. 정말 빨리 지나간 듯하다. 오늘도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