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원초적인 본능이 숨 쉬는 곳 가운데 하나는 음식을 만드는 부엌이나 주방이다. 가정집의 부엌보다 음식점의 주방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주방에는 고기류와 어패류와 채소를 재료로 하여 다듬기 위해 칼을 사용한다. 음식을 하기 위해 불을 이용한다. 센 불 위의 조리기에 기름을 붓는다. 요리사는 작은 실수에도 칼에 베이고 불에 데고 기름에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주방과 요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요리를 위해 다양한 재료가 필요하고 맛을 내기 위해 양념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봄엔 조개와 가을엔 낙지’라는 속담처럼 제철에 맞는 요리가 제격이다. 요리사마다 자신만의 개성이 강한 맛을 내기 위한 양념 비법이 있다. 또한, 밥은 봄같이, 국은 여름같이, 장은 가을같이, 술은 겨울같이 먹는 것처럼 재료와 맛이 알맞게 어우러지는 온도가 있다.
음식의 세계는 무한하다. 사람과 지역에 따라 음식은 다양하고 조리 방법도 다르고 먹는 방식도 다르다. 음식은 사람과 문화의 정체성이기도 하고 종교성까지 나타낸다. 종교에 따라 먹을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으로 나눈다.
생선이 맛있는 사람과 나물이 맛있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사는 데 먹는 즐거움이 크다. 사람은 먹기 위해 산다고 할 정도로 인생의 대부분을 먹을 것을 키우고 만들어 먹는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사람은 반드시 먹어야 산다. 사람에게 먹는 일은 생명과도 같다. 사람에게 먹는 일이 없었다면, 사람은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 상상은 끝이 없다. 사람이 밥을 먹는다는 것. 밥을 먹기 위해 해야 하는 그 수고와 노력은 끝이 없다. 한 술의 밥이 입에 들어가기 위해 거치는 단계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하다.
음식에는 궁합이 맞는 음식과 상극인 음식이 있다. 체질과 풍토와도 연관성이 있다. 음식을 만드는 모든 재료에는 사람에게 이로운 약이 되기도 하고 해로운 독이 되기도 한다.
재료에 담긴 독특한 물질이 다른 물질과 섞일 때 화학적 반응이 일어난다. 재료의 독을 알맞게 쓰면 약이 되지만, 반대로 약을 과하게 쓰면 독이 된다. 약과 독의 차이는 사용하는 양이 다를 뿐이다.
한국 음식에는 강하고 서로 다른 성질의 재료가 섞이면서 새로운 맛을 낸다. 한국인은 밥, 국, 반찬이 기본이다. 밥과 더불어 죽과 국수도 있고 국의 종류에는 전골과 찌개도 있다. 반찬에는 김치와 나물과 고기류 그리고 어패류가 더한다. 맛을 내기 위해 간장, 된장, 고추장이 기본으로 소금, 기름, 후추와 같은 향신료를 사용한다.
다양한 재료와 양념으로 버무러진 김치를 보면 오랜 시간 동안의 발효과정처럼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 뜨겁고 인내심이 강한 성품을 가지며 무엇이든 해내는 기독인의 정체성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