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Nomad)의 영어단어를 영한사전에서 보면 유목민, 방랑자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 대사전(Oxford Encyclopedic English Dictionary)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a member of a tribe roaming from place to place for pasture’
목축을 생계로 하는 유목민은 정해진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계절과 환경변화에 따라 기르는 동물무리를 이끌고 가장 좋은 초원을 찾아 유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인은 노마드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랑자들이다. 공기 좋은 곳을 찾아 거처를 옮기는 에어 노마드(Air Nomad), 마음에 맞는 직장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기는 잡 노마드(Job Nomad), 교육을 위해 자리를 옮기는 에드 노마드(Ed Nomad), 고상한 품위유지를 위한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e Nomad)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고국을 떠나 이민의 길에 오른 사람들도 당연히 노마드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공상과학(SF) 영화의 매력을 느끼면서 필자 스스로도 이상할 때가 있다. 공상과학 소설의 효시는 1897년 영국 작가 조지 웰스가 발표한 ‘투명인간’(Invisible Man)에서 부터라고 한다.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외계인의 등장과 타임머신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지구를 탈출하여 새로운 태양계로 들어가 영원히 사는 꿈을 그리는 영화가 대세를 이루는 듯하다.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이 우주 공간의 블랙홀 존재를 증명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주어졌다. 이 사실만 보아도 SF영화가 얼마나 앞서가고 있으며, 죽음이 없는 세상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을 말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F영화 한편이 한국에서 관객 천만 명 이상을 불러 모은 적이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으로 과학계가 인정하는 물리학자의 자문을 받아 만든 ’인터스텔라‘(Intersteller)라는 영화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를 벗어나 또 다른 태양계로 들어가는 탐험을 다룬 줄거리에 가족 간의 사랑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묘사한 영화다.
이 한편의 SF영화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반응을 불러올 수 있었을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우주여행을 통해 신천지를 만나고 그곳에서 늙지도 죽지도 않는 영원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인간의 욕망, 그것은 노마드의 인생을 사는 인간의 최종 희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 그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발사된 미국의 무인 우주탐사선이다. 그동안 36년 동안 우주 공간을 날아가 드디어 지난 2013년 9월 태양으로부터 190억km 떨어진 무한 우주 공간에 진입했다고 나사가 발표했다.
또한 2019년 8월 2일 신문은 미국의 나사(NASA)가 지구로부터 71광년 떨어진 곳에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와 아주 흡사한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도하고 있었다. 또 다른 태양계에 지구와 환경이 유사한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그저 놀라 울 따름이다.
인간이 최초로 달에 발자취를 남긴 것이 50년이 지났다. 더욱 놀라운 일은 앞으로 멀지 않아 인류가 소위 말하는 태양계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나사(NASA)는 수년 내 달을 다시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화성에도 사람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상업 우주여행은 이미 경쟁 체재에 접어들었다. 2023년에 화성으로 우주여행을 갈 사람들을 지금 모집 중에 있으며, 이 여행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신청한 사람들이 10만 명을 금방 넘겼고, 더 놀라운 것은 이 우주여행은 다시 지구로 돌아오지 않는 편도여행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지혜와 능력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가능한 일일까. 사람들은 이 땅에서의 죽음을 두려워하여 죽음 없는 세상인 새로운 태양계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노마드의 삶을 지향한다고 해도,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시공 여행이 가능한 일일까.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에는 질량을 가진 물체의 어떤 것이라도 다 빨아들이는 중력 무한대의 공간인 블랙홀(Black Hole)이 있고, 이곳으로 들어가 웜홀(Worm Hole)이라는 통로를 따라가면 반대편의 모든 물체를 다 배출해 버리는 화이트홀(White Hole)로 빠져나가 새로운 우주 공간, 새로운 태양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이론이다.
2019년 4월 10일 보도에 의하면 무한대의 중력 때문에 빛까지도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촬영한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근거한 과학적 증명이라지만 우리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영화 속 이야기로만 들릴 뿐이다.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사실은 종말론적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뿐 아니라 과학자들과 많은 환경론자들을 위시해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보통 생각에도 미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갈망과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 길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누구에게도 변함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진정한 해답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인간의 죽음 너머의 세계를 향한 도전과 모험이 인간의 욕망과 과학의 힘으로 가능할 것인가? 우주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까? 과학자들이 온갖 지혜와 방법을 동원해도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를 파악할 길이 없다.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우주공간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붙박이 행성들과 그 주변을 돌고 있는 부속 달들 그리고 수많은 별들뿐이다. 그러나 이 태양계 너머에 셀 수도 없이 많은 또 다른 태양계와 우주 공간들이 있다는 사실은 과학자들도 말하는 분명한 사실이다. 투명 인간을 향한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에서 끝날 것인가 싶다.
인간의 지혜가 그 상상력과 모험심이 아무리 뛰어난들,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이 미련한 인간들아’ 하실 것이다.
죽음으로부터의 탈출할 길만 찾고 있는 사람들, 부자도 권력자도 과학자도 누구나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고 영원히 살기를 원하는 일에 인류의 최종적 목표를 두는 듯하다. 그러나 죽음은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이를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기에 내가 살았다면 누구나 그 죽음을 맞을 준비와 각오를 해야 한다. 내가 블랙홀을 찾아 들어가고 웜홀을 따라가 출구로 탈출하여 새로운 신천지를 내가 만난다 할지라도 인간은 유한한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노마드 인생의 능력과 상상을 동원할지라도 인간은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유한한 존재인 피조물일 뿐이다. 죽음 이후의 세계는 구도자만이 만날 수 있는 새 하늘과 새 땅이다. 구도자의 길은 성경이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한복음 11; 25-26)
크리스천의 삶은 신천지를 찾아 떠나는 우주 여행객이 아니라, 종교박해를 피해 자유의 신천지를 향해 떠났던 순례자(Pilgrim)의 조상들처럼, 지금 내가 선 곳에서 묵묵히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며 순례자의 길을 걷는 크리스천 노마드(Christian Nomad)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오늘도 하나님께 작은 마음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려드리며 겸손히 나의 노마드 인생길을 더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