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영화 더 콘서트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오늘은 음악을 듣기 전에 먼저 영화 한 편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2010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소개된 더 콘서트(The Concert)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 소련의 브레즈네프 시절,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볼쇼이 교향악단의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는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을 앞두고 유대인 연주자를 숨겼다는 이유로 고발당하여 교향악단은 해체되고 그도 쫓겨납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고 30년 동안 볼쇼이 극장의 청소부로 일하던 그는 어느 날 극장장의 방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파리의 명문 샤틀레 극장에서 보내온 팩스를 보게 됩니다. 그 팩스는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를 파리에 초청하고 싶다는 초청문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의 머리에는 무모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가슴속으로 삭여온 음악을 향한 꿈이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그때부터 사방에 흩어져 있는 옛 동료 단원들을 규합하여 30년 전 못했던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공연하려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말도 안 되고 우스꽝스러운 여러 사건이 벌어지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끝에 영화는 공연의 날을 향해 나아갑니다.

필리포프가 끝까지 추구한 것은 당대 최고의 젊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마리 자케와 함께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안네는 30년 전 바이올린 솔로를 맡기로 되었던 레아의 딸이었습니다.

드디어 공연의 막이 올랐고 한번의 리허설도 없이 이루어진 공연은 어설프게 시작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안네의 완벽하면서도 아름다운 연주에 동화된 단원들의 저력이 발휘되며 기적이 생겨납니다. 이렇게 진행되는 마지막 20여 분의 숨막힐 듯한 연주와 숨겨졌던 이야기의 전개가 이 영화의 압권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도 감동적이지만 마지막 십여 분 동안 안네와 필리포프의 악단이 들려주는 이 협주곡의 주요 선율들을 듣다 보면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고 탄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영화입니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 1번 뒤에 나온 작품으로 그의 두 번째 협주곡입니다. 작곡을 한 장소는 스위스 제네바 호반의 클라랑스입니다. 그곳에 가게 된 경위는 잘 알려진 대로 이바노브나 밀류코바(Ivanovna Milyukova)와의 결혼이 파경에 이른 뒤에 온 우울증에서 벗어나려고 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제자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인 요지프 코테크(Yosif Kotek)가 찾아와서 에두아르 랄로(Édouard Lalo 1823 -1892,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의 스페인 교향곡(Symphonie Eapagnole)의 악보를 보여줬습니다.

독특한 형식의 바이올린 협주곡인 이 곡을 코데크와 더불어 같이 연주해보면서 차이콥스키는 크게 감동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이 곡과 같이 조국의 선율을 기반으로 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기로 작정하고 곧 작곡을 시작했습니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아니었던 차이콥스키는 바이올린 독주 부분 작곡은 요지프의 도움을 받았고 작곡은 의외로 매우 빨리 이루어져 한 달도 안 되어 곡이 완성되었습니다.

멀고 험했던 초연으로의 길
곡이 완성되자 차이콥스키는 그 당시 러시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레오폴드 아우어(Leopold Auer, 1845~1930)에게 헌정함과 동시에 초연을 의뢰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작품을 받아본 레오폴드는 곡이 연주하기에 너무 난해하다고 하며 초연을 미루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차이콥스키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작곡가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고 이 곡은 연주할 수 없는 난해한 작품으로 세상에 나오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다행히 얼마 후에 아돌프 브로츠키(Adolph Brodsky, 1851~1929)라는 젊은 연주가가 차이콥스키를 찾아가 연주를 자청했고 드디어 1881년 12월 4일 빈에서 한스 리히터의 지휘 아래 초연이 이루어졌습니다. 차이콥스키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브로츠키에게 이 작품을 헌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초연은 성공하지 못했고 비평가들은 혹평을 마지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던 브로츠키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 작품을 연주하였고 드디어 1882년 런던 공연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이어서 모스크바에서 첫 공연을 하여 다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노력에 힘입어 빛을 본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는 곡이 되었습니다.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하나로 손꼽히는 이 곡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 콩쿠르이며 클래식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지정곡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바이올린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누구나 라도 반드시 극복하고 넘어야 할 협주곡이 되어있습니다. 레오폴드 아우어와 같은 명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 불가능이라고 하던 곡을 콩쿠르에 나온 젊은이들이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모습을 차이콥스키가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자못 궁금해집니다.

곡의 구성: 모두 3악장으로 되어있습니다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Allegro moderato)
보통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관현악이 1, 2 주제를 연주한 뒤에 독주 바이올린이 그것을 받아서 연주하는데 이 곡에서는 특이하게 관현악의 짧은 서주에 이어 곧바로 바이올린이 제1 주제를 연주합니다.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와 이에 질세라 몰아치는 관현악의 대비가 잘 어울리는 소나타 형식의 악장입니다.

2악장 칸초네타: 안단테 (Canzonetta: Andante)
칸초네타는 작은 노래라는 뜻입니다. 관악기만의 조용한 서주 뒤에 독주 바이올린이 약음기를 끼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탄식하는듯한 슬프고 아름다운 노래를 연주합니다. 차이콥스키 특유의 슬라브적인 정서가 나타나는 선율이 흐르다가 나중에는 관현악이 저음을 바탕으로 혼(Horn)과 함께 슬픔을 노래하다 슬며시 사라지며 끊김 없이 3악장으로 이어집니다.

3악장 알레그로 비바치시모 (Allegro vivacissimo)
전 악장에서 쉼 없이 이어진 종결 악장은 강렬한 관현악의 울림으로 시작해서 화려한 바이올린의 카덴차와 어우러집니다. 바이올린과 관현악이 속도를 내며 전개해 나가다가 중간엔 잠시 우수 어린 선율을 노래하지만 나중에는 기쁨에 넘치는듯한 바이올린 연주와 더불어 장쾌한 관현악 연주로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합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
David Oistrakh/모스크바 필하모닉, Jascha Heifetz/시카고 관현악단 등의 전설적인 명 연주가 있지만 오늘 우리 화요음악회에서는 이들 못지않게 훌륭한 연주를 남긴 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로 듣습니다.

정경화와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하는 런던 교향악단이 연주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흔히 정경화의 전설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라고 합니다. DECCA가 1970년에 녹음한 이 음반은 정경화의 첫 번째 음반이자 또한 한국 클래식 라이선스 1호를 기록한 음반입니다.

1970년대 데카 시절은 정경화의 최전성기였습니다. 정경화는 981년에 샤를르 뒤트와와 협연으로 이 곡을 한 번 더 녹음했습니다. 둘 다 훌륭한 명 연주이지만 오늘 우리는 첫 연주로 듣습니다.

음악 감상 뒤에 본 하나님 말씀은 구약의 시편 34편 18-19절입니다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에게 가까이 하시고 중심에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 의인은 고난이 많으나 여호와께서 그 모든 고난에서 건지시는도다.”

그렇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억울하게 마음이 상하거나 고난 당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내 힘으로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하나님께 진심으로 의지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중심을 보시고 어려움에서 건져주십니다.

요즈음처럼 코로나와 같은 역병으로 어려운 고난에서 우리가 전심을 다해 믿을 분은 하나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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