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미신이 성행하던 곳이고, 일찍이 순교의 피 아래 복음의 기초가 쌓인 곳이라 뿌리가 있는 신앙인들이 많이 있지만, 전체 복음화율은 낮은 곳이다.
제주도의 인구와 특성상 대형교회가 없고 모두 소,중형교회다. 또한 이단 교회도 대단히 많다. 유동인구는 많지만 도민의 인구는 크게 변하지 않기에 전도 또한 어렵다. 그래서 아트 코리아가 제주도로 출동했다.
우리에게 제주도까지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은 사치였다. 그래서 목포까지 차로 이동하고, 또 목포에서 제주도까지 배로 이동해 오랜 시간이 걸려 제주도에 도착했다. 중형교회 한 곳과 연락이 닿아서 그 교회에서 사역하고 숙박하게 되었다.
제주도에 있는 동안 매일 밤 제주도를 위해 기도하고 예배하며 나아갔다. 그런데 하루는, 하나님이 기도 가운데 나에게 환상을 보여주셨다! 한라산 산봉우리에 엄청나게 큰 붉은 십자가가 꽂혀있는 환상이었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환상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쏟아졌다.
‘아, 제주도는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보혈로 물든 땅이구나! 아무리 이단과 미신이 성행 한다 해도 순교자의 피가 흐르는 하나님의 땅이구나!’ 라는 마음을 주셔서 “주여, 제주도는 주님의 땅입니다. 모든 도민이 주님께 돌아오는 날이 속히 오게 하소서”라고 제주도 전체가 보혈의 피로 물드는 상상을 하며 제주도의 복음화를 위해 깊이 기도했다. 이 환상을 아트 코리아 리더들과 나누고 한라산으로 직접 가서 땅 밟기 하며 수 시간 동안 기도했다.
한라산에서 시작된 땅 밟기는 해안가로 이어졌다. 서귀포시에 있는 중문 해수욕장부터 시작했다. 그곳은 휴가철이 아닌 평일이어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껏 큰 소리로 찬양하며 하나님을 높였다.
“왕이신 나의 하나님~ 내가 주를 높이고~ 영원히 주의 이름을~ 송축하리이다~”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그 날에 주께서 말씀하신~ 이제 내가 주님의 이름으로~ 그 땅을 취하리니~”
이어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트 코리아 멤버가 한 곳에서 모여 시작했는데, 한 사람 한 사람 흩어져 땅을 밟으며 기도하니 해수욕장 전역에 기도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구는 모래사장에 무릎 꿇고 기도하고, 누구는 걸어 다니면서 기도하며, 또 누구는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축복하며 기도했다. 바다와 육지, 산이 보이는 자연에서 자유롭게 기도하는 모습이 마치 천국에 있는 듯 했다.
기도가 마치면 차에 타서 다음 해변으로 향했다. 그리고 끝나면 또 그 다음 해변, 또 다음……
이렇게 해안가 순회를 하며 예배를 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저녁 시간이 되었다. 많은 인원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근처에 있는 식당을 탐색해보니 조금 큰 규모의 말고기 탕을 하는 집이 있었다. 아트 코리아의 회계를 맡고 있던 내가 먼저 들어가서 식당 사장님께 여쭤봤다.
“사장님, 저희가 인원은 많은데 예산이 얼마 없어서요~ 7,000원짜리 말고기 탕을 5,000원짜리로 고기 덜 넣고 만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사장님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시더니, “그래요, 그렇게 해 드릴게요.”하고 허락하셔서 멤버 전원이 들어가서 말고기 탕을 먹었다. 처음 먹어본 맛이었다. 너무 허기가 진 우리는 말끔히 먹어 치우고 다시 다음 해안가를 향했다.
한곳, 한곳 이동할 때마다 우리의 열정이 식기는커녕 더해갔다. 해안을 옮겨갈 때마다 예배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한 해변에는 근처에 모텔이 많이 있었다. 그곳에서도 한 시간 넘게 찬양하고 기도하며 예배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차가 온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와서는, “지금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숙박객들이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왔어요.”라고 이야기 했다. 우린 순간 당황했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 저희는 제주도를 위해, 또 이 해안가에 있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세요? 기도하는 거면 좋은 거죠. 그런데 조금만 조용히 해 주세요.”
경찰은 우리가 떠날 때까지 기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갔다.
새벽이 깊어 거의 제주도 한 바퀴를 다 돌았을 때 내 체력은 완전 바닥이 났다. 역시 매일 체력단련을 하는 댄서의 체력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기도하고 있는데 점점 힘이 쭉 빠지더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구역질이 나고 배가 너무 아파서 차로 먼저 가서 누워있으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차 문이 다 잠겨있어 주차장 한쪽 구석에 쭈그려 앉아 헛구역질하며 멤버들이 빨리 돌아오길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제정신이 아닌 채로 쭈그려 앉아있는데 멤버들이 돌아오는 소리와 핸드폰 불빛이 멀리서 보였다. 소리 질러 부르거나 걸어갈 힘조차 없어 깜깜한 어둠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행히 내가 없는 걸 알아챘는지 나를 찾기 시작했다.
“해나리! 어디 있어? 해나리 본 사람 있어요?”
곧 멘토 크루 단장님이 나를 발견하고 다가와서 나를 안고 차로 옮겼다. 반쯤 실신한 상태로 헛구역질과 심호흡만 하는 나를 응급실로 급히 이송했다.
“해나야, 괜찮아? 증상이 어떤데? 왜 갑자기 그래?”
“해나야, 기도하자. 우리도 계속 기도하니까 너도 기도해!”
단장님 소리를 듣고 기운을 내서 속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저 너무 아프고 힘들어요. 도와주세요.”라고 반복하며 응급실에 도착했다.
원인은 장염이었다. 며칠 지속한 강행군으로 인해 몸이 약해진 데다 저녁으로 먹은 말고기가 나와 안 맞았던 모양이다. 그리고는 새벽까지 계속 순회하며 쉬지 않고 기도했으니 위장이 워낙 안 좋은 나에게 장염 증상으로 온 것이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계속 토하고 설사하기를 반복하다가 수액과 주사를 맞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껏 알아채지 못했던 모기 물린 수십 군데가 가렵기 시작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몇 시간 후 동이 트고 아침이 밝아왔을 때 증상이 많이 좋아져서 내 옆을 계속 지키며 기도하던 멘토 크루 단장님과 히스팝 단장님과 함께 퇴원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나머지 멤버들도 내가 병원으로 갔을 때부터 계속 나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물질로 이어진 인연은 물질이 없어지면 끊어지지만 영으로 이어진 인연은 영으로 지속하듯, 동역자가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체력단련을 더 열심히 해서 동역자들에게 피해만 주는 게 아니라 도움을 줘야겠다 다짐하고 제주도 선교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