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일(화) 5일 차 : 빰플로냐~에스테라 22.9km (누적 115km)
오늘의 목적지는 에스테라이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오전 7시에 출발이다. 오늘부터 스페인도 폭염이 시작된다고 한다. 오늘은 배낭을 메고 걷는데 걱정이다. 그래서 뜨거워지기 전에 마쳐야 한다. 목표는 오후 2시이다. 이곳 사람들은 오후 2시에 시에스타(낮잠 시간)을 시작해서 마트, 식당 등이 문을 닫는다. 길에 사람들도 없다. 나도 그 시간에 맞추어서 가는 것이 목표다.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쉬지 않고 2시간을 와서 카페에서 잠깐 쉰다. 이 쉼이 정말 꿀맛 같다. 앞으로 14km만 더 가면 된다. 다시 힘을 얻어 걷는다. 표지판이 하나 나온다. 산티아고까지 676km 남았단다. 가게주인이 써 놓은 거라 신빙성은 없지만, 오늘로 누적 100km를 넘었기에 600k 대에 들어선 것은 맞다.
Lorca 마을에는 한국인이 하는 호세 식당으로 유명한 카페가 있다. 거기서 시원한 음료와 준비해간 샌드위치로 점심 해결을 하는데, 어마어마한 얼음을 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국전통핸드폰 걸이를 드렸다.
이제 앞으로 8k 남았다. 더워지기 시작하니까 빨리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걸었다. 목표는 2시지만 햇볕이 장난 아니다. 무조건 빨리 가자는 마음으로 물만 중간에 한번 마시며 걸었다. 저 멀리에 도착 마을이 보인다. 이상하게 가까운 거리인 거 같은데 3k란다.
에스떼라에 도착해서 숙소로 가니 오후 1시20분이다. 오늘 숙소는 아르고 호스텔이다. 지난 며칠 동안 2층 침대로 인해 잠을 잘 못 자서 호스텔로 잡았다. 20유로로 다른 곳보다 8유로 정도 비싸다. 그래도 잠을 편히 자야 완주할 거 같아 정했다. 침대가 개인 공간으로 커튼도 쳐 있고 사물함도 있고 넘 좋다. 빰플로냐에서 산 짜파게티를 끓여 먹고 쉬는데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걸으며 이런 묵상이 되었다. 까미노를 몇 개월 준비하며 정보도 파악하고 사진과 후기를 보며 까미노에 대해서 배운다.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까미노는 나의 까미노가 아니다. 가족들이 함께 걷는 순례자들이 있다. 그들도 순례길을 대신 할 수 없다.
아이들도 마냥 걷는다. 힘들어도 업어주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그렇다. 까미노는 나의 까미노다. 공부한다고 해서 나의 까미노가 될 수 없다. 누가 대신 걸어줄 수도 없다. 주님이 나의 주님이 되어야 한다.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다. 구원은 나의 믿음으로 나의 주님을 만나야 한다. 오늘 나의 까미노를 하며 나와 함께 하시고 나의 주님이 되신 분을 묵상하며 걸었다.
저녁 식사는 같이 묵는 한인들과 함께했다. 제육볶음과 삼겹살이다. 한인들이지만 미국에서, 서울에서, 멕시코에서 온 사람들이다. 만난 지 얼마 안 되고 이름도 오늘 알았지만 함께 걷는 까미노에서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내일은 더 덥다는데 걱정이다. 그래도 부엔 까미노~~~
2018년 8월 3일(금) 6일 차 : 에스테라~로스 아르코스 22km (누적 137km)
오늘 목표지점은 로스 아르코스이다. 날씨가 37도라고 하는데 빨리 출발해야 한다. 숙소의 아침 식사는 지금까지 최고의 식사였다. 역시 비싼 값은 하기에 만족한다. 오전 7시에 출발해서 오후 2시 전까지는 마쳐야 탈진하지 않을 거 같다.
출발 후에 그 유명한 이라체 와이너리를 도착했다. 와이너리에서 순례자들을 위해 와인을 하루 100ml씩 무료로 제공한다. 와인을 마시지 않기에 그 옆의 물을 마셨다. 모두들 담아간다고 난리다.
오늘은 2개의 마을을 지나는데 1, 2번째 마을은 짧은 거리에 있고 2번째 마을에서 도착지까지 12km 동안 마을이 없다. 이 햇볕에 그늘도 없이 길을 걸어야 한다. 중간에 이동카페가 있다는데 그것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정말 덥다. 내일은 더 길게 걸어야 하는데 새벽 일찍 떠나야겠다.
더위에 비장의 무기인 우산 모자를 처음 착용했다. 너무 좋다. 모두들 신기하다며 부러워한다. 가족과 함께 오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 만난 이태리가족은 6살 딸과 함께 유모차를 가지고 왔다. 아빠가 왜 너는 혼자 왔냐고 묻는다. 그래서 우리 딸은 걷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서희가 보고 싶다. 걸으며 가족을 생각한다. 나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는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혼자 온 것만 봐도 그렇다. 그래도 노력하려 한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려고.
시작부터 계속 만나는 독일커플 헤나와 빈센트가 있다. 헤나 신발이 벌어졌는데도 테이프로 묶고 다닌다. 계속 만나니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한다. 그래서 오늘은 가지고 간 전통핸드폰 걸이 남녀세트를 주었다. 너무 고마워한다. 한국을 전하니 기분이 좋다.
숙소에 1시쯤 도착했다. 너무 더웠다. 100명 정도 수용하는 순례자 숙소이다. 그래서 실내도 덥다.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고 마당에 나와 있는데도 뜨겁다. 스페인도 이례적인 더위란다. 왜 내가 가는 한국, 파리, 스페인이 다 이례적인 폭염일까? 뜨거운 남자인가 보다.
숙소에 오니 일본 청년 마사시가 발에 물집이 크게 잡혀있었다. 물집 치료를 해주며 대화를 한다. 착한 청년 같다. 일본인들에게 까미노가 인기가 없다고 하며 왜 한국인들은 까미노를 좋아하냐고 묻는다. 나도 모른다고 했다. 해가 좀 떨어져야 나가서 마을 구경을 할 텐데 현재 6시 30분인데 34도이다.
내일은 두 번째로 맞이하는 도시인 로그로뇨로 간다. 무려 29km이다. 그래서 새벽 일찍 나가려고 한다. 하루의 일정이 일어나서 걷고, 먹고, 숙소 도착해서 쉬고, 먹고, 잔다. 정말 단순하다. 모든 순례자들이 그렇다. 그런데 다들 얼굴이 피곤함 가운데서도 행복해한다. 나도 행복하다.
저녁 식사는 더위 때문에 입맛이 없어서 간단히 샐러드와 멜론 화채를 만들어 먹었다. 멜론이 정말 맛있다. 오늘은 더위로 인해 참으로 힘들었다.
나의 한계를 매번 시험할 것 같은 더위를 주님의 은혜로 이겨내고 싶다. 성경을 들으면서 마음에 평안이 임한다. 내일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준비하려 한다.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