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우리는 서로 얼마나 얽혀있는가

얼마 전에 날씨가 비가 올 것처럼 흐리더니 점점 노랗기도 하고 빨갛기도 해지면서 하늘이랑 온 공기가 텁텁하게 꼭 무슨 일이 생길 듯 기이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재난영화에서 어떤 불길하고 무서운 일이 생기기 전에 나타나는 전조현상 같은 그런 날씨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호주에서 발생한 큰 산불로 생긴 재와 먼지가 바람을 타고 와서 그랬답니다. 남섬에선 그 며칠 전에 이미 일어난 일 이었다고 해요.

호주에 큰 산불이 몇 달 동안 계속 나서 나라 전체가 심각한 손해를 입고 사상자도 생기고 이재민도 많이 생겨서 참 걱정입니다. 수많은 동물들도 터전을 잃고 생태계도 예상 할 수 없을 만큼 망가져서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기도 합니다.
비가 내려서 산불이 진화가 되면 좋겠어요. 그런데 또 너무 많이 내리면 산사태 위험과 심각한 수질오염도 생길 수가 있다고 하네요.

호주의 산불로 4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이곳 뉴질랜드에도 이런 이상한 풍경을 만들었던 거지요. 세상에서 공기 맑기로 손꼽히는 뉴질랜드에 미세먼지라뇨. 하지만 그렇게 우린 서로 얽혀있어요.
이웃나라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어 땅과 바다가 오염 되고, 거기서 나는 먹거리들을 내가 먹게 되기도 하고,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류스타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호감을 갖게 되어 이민자로 사는 우리들도 예전과는 다른 친절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상관 없어 보이는 아주 먼 나라에서 생긴 내전으로 난민이 생기면 그 난민들은 어디에서든 살아 가야 하기에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나라에 들어가 난민으로 살아가고, 그곳 사람들은 조금은 나누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들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옆집에서 하얀 자스민이나 장미를 키우면 그 향기가 내 창문을 통해 들어옵니다. 아들이 방에서 악기 연습을 하면 가까운 이웃들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SNS를 하다 보면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리스트가 뜰 때가 있어요. 전혀 모르는 건 아니지만 별로 교류가 없는 사람인데 그 이름 밑으로 함께 아는 친구 1명 이렇게 써있기도 합니다. 이 사람이 내 친구랑 아는 사람이라고? 놀라게 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나비의 단순한 날개짓이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기상 이론인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로 요즘 쓰이잖아요. 어떤 일의 크기나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분명히 우린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이 있습니다. 참 좋아하는 책인데요. 나비가 되는 애벌레의 성장이야기 입니다.
주인공인 줄무늬 애벌레와 노란 애벌레가 그저 평범한 애벌레로 살다가 뭔가 더 근사한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면서 여러 모양으로 시도하고 도전해 봅니다. 나비가 되는 건 상상도 못하고 높은 데로 더 높은 데로만 올라 갑니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죽은 것처럼 번데기로 살아야 나비가 되는걸 알게 되고 스스로 나무에 매달려 몸 속에서 실을 뽑아 자기 몸을 감습니다.
애벌레로서는 견줄 수 없을 만큼 멋지고 아주 멀리 높이 날 수 있는 날개를 간절히 바라며. 소망으로 견딘 번데기를 벗고 결국엔 줄무늬 나비와 노란 나비로 거듭나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어릴 때 그 책을 처음 읽으면서 왜 제목이 ‘애벌레에게 희망을’이 아니고 ‘꽃들에게 희망을 일까’ 했었어요. 하지만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일은 결국엔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나비가 없으면 꽃은 씨를 내지 못하니까요.
그러니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간절한 소원은 애벌레뿐만 아니라 온 세상의 꽃들에게 아니 온 인류에게 희망이 되는 아름다운 시작입니다. 꽃이 없으면 열매도 없고 다음도 없으니까요.

CCM 가수 소향 님의 ‘나비’ 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찬양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비록 날개 짓 밖에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개 짓으로
주님을 찬양 할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린 서로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작은 나비의 날개 짓으로 말입니다.

그대여
잊을 만큼 오래 되었지만
잊힐 만큼 멀리도 왔지만
바람 부는 풍경을 함께 보던 그대
바람 부는 언덕에 서있던 그대
바람 부는 바다를 그리워하던 그대
그대들 모두 잘 지내기를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그대들 서 있는 그 곳에서 정말 잘 지내기를
그대의 평안함이 나의 평안이 됨이니
나도 잘 지내리다
나의 평안함이 그대의 평안이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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