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기회를 만들자”라는 마음으로 나와 나의 선교 팀 멤버들은 코소보라는 작은 모슬렘 나라 안에 있는 대형 병원을 찾아갔다. 전 세계적으로 병원은 다 비슷한 것 같다.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의사들과 간호사들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무작정 병원을 찾아가
우리는 대기실에 앉아 있는 환자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며 혹시 기도해 주어도 되냐고 질문하면서 오직 한 가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영혼 구원을 위해 사람들을 만났었다.
신기한 것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치유받고 싶어서인지 대부분 오케이라고 반응했었다. 축복의 기도를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기의 아픈 곳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지만 주님의 사랑과 위로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기도의 따뜻함으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아줌마가 있었는데 배를 움켜쥐면서 매우 힘든 얼굴로 병원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알고 보니 위가 많이 아파 병원에 찾아온 것이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기도해 줘도 되겠냐고 물어보았고 아줌마는 흔쾌히 기도를 받았다. 우리는 하나님께 아픈 아줌마를 올려드리며, 치유자이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선포하며 치유를 위해 우리 모두 간절히 기도하였지만,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아줌마는 그래도 고맙다며 다른 곳을 향해 걸어갔고 우리 모두는 1층에 앉아 있는 환자들과 다 만났었기 때문에 다른 층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1층: 청년들과 시비
이동하려는 도중에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청년 3명이 다가오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너희들 크리스천이지?”
알고 보니 이 청년들은 어느 대학교에서 방문 온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알라를 믿는 무슬림들이었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해주고 있는 우리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코소보는 대부분 무슬림들이지만, 미약하나마 종교의 자유가 주어진 나라여서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말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슬림 청년들은 재밌다는 등 우리에게 여러 질문을 하며 빈정대기 시작했다.
“나 크리스천들에게 질문이 있는데, 너희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믿는다며? 그럼 하나님의 와이프는 누구니? 너희는 와이프도 믿니?”하며 예수님을 모욕적인 단어를 쓰며, 비웃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 그들의 질문을 들으면서 마음이 상하고 분노하기 시작했다.“감히 예수님을 비웃어? 감히 예수님을 모욕해?!”라며 마음속에 화가 나기 시작했고 어떻게 하든 그 상황에서 그들이 틀렸다는 걸 증거 해주고 싶었다. 우리들은 그들과 결국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곧 대화가 시끄러워지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경비원들이 와 우리의 대화를 멈추게 하자, 청년들은 그 자리를 떠났다.
시끄러운 꽹과리
그렇게 그 사건이 끝나고 나는 왠지 모르는 찝찝함이 느껴졌다. 마음에 평안이 없었던 것이다.
“주님,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요?”
분명 나는 예수님을 증거 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에 평안이 없었다. 그런 나의 질문에 주님의 세미한 감동으로 주시는 주님의 대답은 나를 바로 낮아지게 하셨다.
“찬미야, 네가 선택한 방법은 나의 방법이 아니란다. 나는 너를 통해 나의 사랑을 그 청년들에게 전하기 원했었단다. 너는 나의 사랑의 통로란다.”
나는 그 순간 누가복음 22장 49~51절 이야기가 떠올랐다. 올리브 산에서 예수님을 지키려고 칼을 꺼낸 베드로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었다.
주님의 방법이 아닌 나의 감정이 원하는 대로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는 깨닫게 되었다. 비록 겉으로는 예수님을 증거한다는 거였으나, 원치 않는 말을 듣자 곧 내 안에 나의 연약한 자아는 변하기 시작했었고, 그 영혼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전하러 온 나는 오히려 예수님의 사랑이 전혀 없는 나의 육신의 연약함을 갖고 반응했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
“주님! 죄송해요!”
나는 이제야 내가 한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고 미성숙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고린도전서 13장 1-2절(우리말성경) 말씀이 생각났다.
“내가 만일 사람의 언어와 천사의 말을 한다 할지라도 내게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이나 소리 나는 꽹과리와 같을 뿐입니다. 내가 만일 예언하는 은사를 가지고 있고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내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아무리 설득력 있는 증거를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시끄러운 꽹과리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내가 아무리 은사를 갖고 사역을 할지라도, 큰 믿음을 갖고 행할지라도, 내 마음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주님은 깨닫게 해 주셨다.
2층:“Prayer doesn’t work. Science works”
그렇게 회개하며 낮아진 마음을 갖고 다시 아픈 환자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있을 때 나와 나의 팀은 주님으로부터 큰 위로를 받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 2층 대기실에서 여기저기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의사가 나오더니, 환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있는 우리를 보고 뭐하냐고 물어보는 거였다.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어요.”
우리 멤버 중 한 명이 당당하게 대답했고 그 대답을 들은 의사는 비웃으면서,
“Prayer doesn’t work. Science works”라며 과학이 힘이 있지 기도가 어찌 힘이 있냐고 말하였다.
나는 이미 이러한 비슷한 경험을 조금 전에 하고 왔기에 조용히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우리 멤버들 그 누구도 의사의 말에 반응하기도 전에 갑자기 우리 얼굴에 익숙한 한 아줌마가 나타나더니 그 의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기도가 힘이 있어요! 저 오늘 이들의 기도 때문에 나았어요!”
그 아줌마는 자기가 하나님께 드린 우리의 기도를 통해 아픈 위의 통증이 사라지고 위가 다 나았다고 의사에게 직접 간증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날 병원 1층에서 만난 위가 아픈 아줌마였던 것이다.
우리가 기도해주었을 때는 아무 변화가 없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더니 통증이 사라졌다고 하였다. 정말 신기한 상황이었다. 의사 또한 당황해 했다. 그리고는 더 자세히 우리의 얘기를 듣기 시작하였고 나중에는 우리에게 자기 명함을 건네주면서 시간이 되면 다시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우리의 입을 통하여가 아닌 치유를 직접 경험한 코소보 아줌마가 정확한 타임에 나타나 직접 의사에게 간증하도록 인도하신 하나님. 그리고 그 결과 마음을 조금 열게 된 의사. 하나님의 방법은 참 놀랍고 위대하다는 걸 깨달았다.
1층과 2층의 차이
나는 이날 병원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병원 1층에서는 상한 마음과 분노로 무슬림 청년들에게 주님을 증거 하려고 했던 나의 태도, 그리고 나에게 원하셨던 건 사랑의 통로라고 말씀하신 하나님!
2층에서는 기도를 비웃는 의사에게 예수님의 치유를 경험한 코소보 아줌마가 직접 간증하며 증거 했던 사건, 그 결과 우리에게 다시 찾아와 달라고 부탁한 의사!
나는 1층에서 나의 방법대로 한 결과와 2층에서 하나님의 방법으로 나타난 결과를 비교했을 때 이사야 55장 9절 말씀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방법과 생각은 나의 방법과 생각보다 높으시다 는 걸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이날 코소보에서 깨닫게 된 그 경험은 앞으로 내가 사역에 임하는 태도에 아주 크게 영향을 끼치는 전환점이 되었고, 하나님의 위대하심에 무릎 꿇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