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라이프

“언니, 간첩이우?”

“너 혹시 이 사람 아니? 본 적은 없구?”
“에이그, 내가 이민 온 지 얼마 안되어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근데 이 사람은 왜?
잘 모르겠는데……”

어느 날,

외사촌 언니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내가 언제 뉴질랜드 한번 가려고 하는데
너희 집 주소하고 전화번호 좀 알려줘.”

“언니가 온다고? 언제? 왜? 무슨 일로?”

궁금한 걸 속사포로 물어 봤지만
언제, 어느 때, 왜, 무엇하러 온다는 말 없이
“알았어.”
한 마디 하고 끊습니다.

워낙 별난 언니인지라
또 별난 일하러 오나 보다 생각하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크 소리에 문을 열어 보니
정말로 언니가 문 앞에 턱! 하니 서 있지 뭡니까?

“아니, 뭐야~ 정말!
오면 온다고 얘길 하지~
그럼 공항에 나갔을 거 아냐.”

집에 들어 서자마자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사진을 한 장 꺼내더니
다짜고짜 묻습니다.

“너 혹시 이 사람 아니? 본 적은 없구?”
“뭐야~ 언니! 일하러 왔어? 사람 잡으러 온 거야?”

언니는 키도 대따 큰데다 떡때도 좋고
태권도, 유도, 검도 유단자에다
생긴 것도 부리부리
여자다운 데는 한 군데도 없는
대한민국의 귀신 잡는다(?)는 형사입니다.

영화에서나 보듯이 잠복근무 한다고
가끔은 가방에 가발과 옷가지를 넣어 다니기도 하고
늦깎이 대학생으로 변장하여 대학교에 잠입도 하고…
여고시절 내가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릅니다.
그런 형사 언니가 불쑥 나타난 겁니다.

“언니 혼자 왔수? ”
“그래, 혼자야. 딱 4일이다.
4일 만에 이 사람 못 찾으면 나 그냥 간다.”

자세한 이야기도 없이 사진만 보여주고는
아침 일찍 나가 저녁이 되어서야 들어 옵니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지,
도대체 어디를 뒤지고 다니는 지,
밥은 먹고 다니는 지,
영어는 잘 하는 건 지,
차는 뭘 타고 다니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언니, 간첩이우? 말도 없이 어딜 그리 하루 종일 다니는데? 어디 가서 잠복근무?”
“……”
“그것도 말하면 안되는거우?”

들어오면 녹초가 되고,
아침이면 반짝이며 나가고…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나, 간다. 택시 오라고 했어.
다음에는 진짜 놀러 올게.”

“근데 그 여자는 찾았어?”
“……”

그렇게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더이다.

사진 속 그 여인을 찾았는지 못 찾았는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알 순 없지만
그때의 언니 모습에서
정말 ‘충성된 종’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디선가 잠복근무 하면서 하루 종일
빵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며
대한민국 형사의 명예를 걸고 충성을 다 하던 그 모습!

오늘의 나는,
과연 하나님께서 나를 믿고 맡기신 일에
충성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지
가던 길, 하던 일 잠시 멈추고
하나님 앞에 겸손히 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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