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자란 나는 수없이 많은 공과공부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그 덕분인지 성경 퀴즈 대회에 나가면 항상 우수한 성적으로 상을 받고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공과공부를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절대 같지 않으며 아니 매우 다르다는 것을 교사로 섬기는 순간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처음 교사를 시작할 때에는 1년에 한 번 성경학교 교사 강습회 말고는 공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 공과공부를 준비해서 주일에 반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습니다.
처음 몇 주는 긴장도 하고 새 마음도 들고 해서 바짝 준비해서 가지만 몇 주가 지나고 몇 달이 지나면서 마음이 흐트러지고, 삶은 바빠지고, 이미 공과공부를 준비하기도 전에 주일이 되어 아침에 부랴부랴 내용만 대충 둘러보고 교회에 가기가 다반사였습니다.
아마 교사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시면서‘나도 그랬었지’라고 생각을 하시겠지요. 그렇게 교사의 시간을 현장에서 느끼다 보니 제가 사역자가 되고 나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이 교사 교육이 되었습니다.
교사 교육 꼭 필요합니다
1년에 한 번 하는 성경학교 수련회를 위한 교사 교육이 아니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교사들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다음 달 가르치게 될 공과 교육 내용을 미리 함께 공부하는 교사 교육입니다.
대부분의 교회학교 교사들을 청년이 되어 시작하는데 교회 형편이나 상황에 따라 청년부만 되면 담당 교육자에 의해 의례 “교사 해야죠?”해서 채용이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교사가 된 청년들의 대부분은 교사가 무엇인지 어떻게 교사로 섬겨야 하는지도 모른 채 교사의 자리에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교사 모임 시간을 활용한 교사 교육입니다.
교사가 먼저 배워야 합니다. 내가 맡은 학생들에게 어떤 하나님의 말씀이 전달되어야 하는지를 먼저 배우고 준비하지 않으면 주어진 시간을 그저 보내는 시간으로 채울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준비되지 않은 교사는 방향성을 잡지 못해 마땅히 가르쳐야 할 내용을 놓치거나 전혀 다른 내용을 전달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교사는 적어도 내가 한 달 동안 무엇을 나의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전달해야 하는가를 먼저 배우고 나누는 것입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교사들이 매주 모여 공과교육을 함께 준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바쁜 교사들의 삶을 배려하여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4주 분량의 공과를 미리 함께 준비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내가 뉴질랜드에 와서 이러한 교사 교육을 시작했을 때 몇몇 교사들로부터 이런 교육은 처음 받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러한 공과 교육을 위한 교사 교육이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떠한 경로든지 말씀을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하게 말씀을 잘 준비하고 먼저 배워서 잘 전달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절대 소홀히 여기거나 대충이어서는 안됩니다.
공과 시간은 설교 시간이 아닙니다
나도 어렸을 때를 돌이켜 보면 공과 시간을 재미나게 이끌어 가시는 교사도 만났었고, 또 한 번 설교를 해주는 교사도 만났었음을 기억합니다. 물론 교사들의 가르치는 스타일을 떠나서 모든 교회학교 교사들은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교사를 해보고 또 교사 교육을 하다 보니 공과 교육 시간이 또 다른 설교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들은 이미 예배 시간을 통해 이해될 때도 있고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는 설교 시간을 지나와서 반별로 모여 있는 것입니다.
만약 그 시간이 또 다른 설교 시간이 된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간이 되겠습니까? 학생들의 머릿속은 이미 과부하가 되어 ‘교회는 재미가 없고, 지루한 곳이야 빨리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말씀은 재미가 없고, 지루한 거야’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나도 수없이 지나온 과정이기에 더욱더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은 더 잘 준비하여서 공과 시간이 설교 시간이 되지 않도록 간단하고 명료하게 말씀의 핵심을 잘 전달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의 교사 교육 시간에도 설교는 없습니다. 교사들은 학생의 입장이 되고 나는 교사의 입장이 되어 함께 공부하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먼저 4주분의 공과 내용을 미리 준비하고 질문마다 참고할 성경 구절들도 준비하면서 공과 내용과 관련된 또 다른 질문들도 준비합니다. 그리고 교사 교육 시간에 각 공과의 핵심과 중심 내용을 집어준 다음에 교사들에게 질문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교사들이 답을 하고 공과 교육도 하면서 서로의 생각들이나 의견을 배우는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결코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시간이 아니라 교사가 주체가 되는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공과 시간은 학생들의 시간입니다
이렇게 준비된 교사는 매 주일 반 학생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배우고 준비한 것을 교사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유롭게 전달하게 됩니다. 교사들이 주인공이 되는 공과 시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입을 통해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나의 어린 시절 공과 시간을 돌이켜 보면 교사들은 공과 책 안의 질문을 읽고 학생들이 답을 하는 그런 주입식 교육이었음을 기억합니다. 물론 그러한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성향이 많이 달라진 요즘 아이들에게는 아마도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교육 방식이 될 것입니다.
학생들의 성향이 바뀌어 가는 것에 발맞추어 교육의 방법도 조금씩은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학생들이 참여하는 설교나 공과 교육을 지향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하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고 질문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 입으로 낸 말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학생들이 자신들의 입을 열어 대답한 내용을 듣기만 한 내용보다 더 확실히 기억할 것입니다.
각 교사와 학생들이 말씀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말씀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말씀은 더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말씀의 영향력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세대와 함께 이 시간을 지나면서 적어도 살아서 역사하는 말씀이 교사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능력이 되어 그 삶을 붙잡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말씀을 심는 사역에는 설교자보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학생들에는 각 반의 교사들이 앞에서 설교하는 설교자보다 더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명감이 있는 교사들이 더욱 견고하게 세워진다면 다음 세대 또한 견고하게 세워질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