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라는 단어의 어원은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이다. 즉 디아스포라는 특정 민족이나 집단이 자의, 혹은 타의로 기존에 살던 땅에서 떠나 다른 곳으로 흩어진 것을 뜻한다. 이민자, 난민 등이 여기에 포함이 된다.
뉴질랜드에서 나는 한인 디아스포라로 살아가고 있다. 요즘 디아스포라라는 단어에 푹 빠져있어서, 여러 책과 성경을 통해 궁금증들을 찾아 나가고 있다.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디아스포라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민족성이라는 게 통하는 시대인 것일까? 한국인이면서 뉴질랜드에서 살아가는 데에 하나님이 부여하신 의미라는 게 있을까?
이 모든 건 다 정체성의 문제와 연결이 되어 있다. 성경을 보면 포로로 끌려갔거나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자기 민족을 생각하며 다시 민족을 위해 귀환하여 민족의 회복을 일으킨 사람들이 있다. 느헤미야와 에스라가 이와 같은 사람들이다.
구약을 읽다 보면 ‘민족성’이라는 것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에게는 그 민족성이 ‘남한과 북한’에 연결되기도 하고, ‘우리의 민족을 잊으면 안 된다’라는 뉘앙스의 얘기로 많이 전달되기도 한다.
나라들이 나뉘어 있고, 우리의 뿌리가 있는 국가가 있기 때문에 민족성을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그것보다 좀 더 복잡한 시대이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 국가주의(내셔널리즘: Nationalism)에서 세계화(글로벌리즘: Globalism)의 시대로 변화되었고, 지금은 세계화를 넘어 세방화(글로컬리즘: Glocalism)의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특히 해외에서 살고 있는 1.5, 2세대들은 디아스포라라는 정체성 가운데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민족성이라는 게 여전히 통하는 시대인 것일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쉽게 대답을 내릴 수가 없다.
에스라와 느헤미야처럼 자기 민족을 위해 일한 사람들이 있다면, 아브라함이나 바울과 같은 디아스포라들은 구체적으로 자기 민족을 위한 삶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디아스포라가 가진 장점을 가지고 복음을 전파하는 삶을 살았다.
아브라함은 ‘본토 아비 친척 집을 떠나’ 하나님이 가라고 하신 곳으로 갔다. 이주한 것이다. 이 맥락에서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은 아브라함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했다. 왜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자신이 살고 있던 땅에서 떠나 이주하게 하셨을까? 하나님의 큰 그림 안에 아브라함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은 범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가진 우리는 먼저 여러 문화를 받아들이는 포용력과 이해력을 가지고 있고, 한글과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로컬(지역사회 안)에서 글로벌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글로컬리즘의 시대에 가장 알맞은 사람이 디아스포라이다. 하나님이 주신 문화적 이해력과 다국어 능력이라는 달란트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한 번쯤은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한국이라는 나라는 여전히 분단되어 있는 국가이다. 전 세계적으로 분단국가로 알려진 한국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그저 한국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 그리고 선교적인 측면에서는 하늘나라 시민으로서 한반도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특혜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알아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특혜 아닌 특혜가 주어졌다. 한국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들어가서 북한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점 또한 있다.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고,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과는 또 다른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이라는 틀 안에서의 관점을 가지고 사고하는 것에 있어서 답답할 때가 있다.
세계 시민으로서 남한과 북한에 대해 우리가 마땅히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하는 게 중요하다. 여전히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그 땅을 품고 기도하며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 또한 하늘나라 시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될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 안에서 디아스포라의 역할은 무엇일까?
1.5세대와 2세대의 차이 또한 있지만, 우선 1.5세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현지인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수 있는 시야가 있다. 일상에 젖어 들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지인들과는 다르게 제삼자의 눈에서 사회를 바라보며 발견되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한 곳에 속해 있을 때는 모르지만, 그곳을 나와보면 그곳의 장점과 단점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관점들로 사회 곳곳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역할을 우린 할 수 있다.
또한 여러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가지고 있는 좋은 장점들을 지역사회 안에 가지고 와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케이팝이 흥행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 케이팝이라는 문화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을 것이다. 민족성이 통하지 않는 다민족, 다문화 글로컬리즘의 시대에 디아스포라의 역할은 중요하고 크다. 하나님의 복음을 가진 디아스포라들이 각자의 속해있는 곳에서 빛이 되며, 그 빛들이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는 꿈을 꾸어본다.
우리가 가진 가장 크고 중요한 정체성은 ‘크리스천’이다. 복잡한 시대 가운데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기 전에, 크리스천 한인 디아스포라로서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달란트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사용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국말, 한국에 뿌리를 둔 것과 동시에 뉴질랜드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다양한 문화와의 소통 등등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겐 사용할 수 있는 달란트이자 스킬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