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부터 렙타일 쇼까지. 모든 바쁜 일정이 끝이 났다. 정말 국내에 처음 들어오는 생김새의 파충류들이라 정말 기대되고 또 폐사 걱정에 잠까지 설쳤다.
그러나 파충류들이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을 봤을 때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수입은 무려 4천만 원어치. 전부 내 게코들은 아니지만 내가 수입을 진행했기에 솔직히 많이 걱정되었다. 어쨌든 무사히 들어왔고 또 렙타일 쇼에서 성공적으로 디스플레이를 해주었기에 마음이 놓였다.
이번 렙타일 쇼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면, 내가 처음 선보인 녹차 프로젝트에서 파충류들이 생각보다 인기가 많았고, 심지어 해외에서 수입을 해달라고 할 정도여서 그런지 상당히 기분이 고조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슬슬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지만 이미 메이저급에 머물러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항상 부끄러우면서도 뿌듯하다.
이번 달은 정말 파충류 일은 하나도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딱히 파충류 얘기가 가득하기보다는 내가 파충류 외에 일을 할 때 대부분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글을 적어봤다.
8월 계획
원래대로라면 이번 6, 7월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했기에 8월 한 달은 쉬려고 했지만, 쉰다고 말한 순간 교회의 거의 모든 수련회에서 도움을 요청해서 어쩔 수 없이 8월은 약 20일 동안 집을 비우게 되었다.
다행히 주변에 파충류를 키우는 지인들이 많기에 파충류들을 굶길 일은 없어서 마음 편히 일정을 진행하긴 했지만, 첫 여행부터 정말 몸 고생을 심하게 했다. 첫 일정은 전도 여행이었는데 전주와 여수, 거제를 돌아다니며 찬양과 가요를 섞어가며 버스킹을 해야 했다.
첫날, 전주에서의 하루를 보냈다. 한옥마을답게 우리 숙소도 한옥마을식이었지만 인테리어는 꽤 모던한 가구들로 가득했다. 전부 다 각방을 쓰는 방식이어서 호화로움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너무나 즐거웠다.
첫날 저녁에 도착해서 짐을 풀자마자 전북대 버스킹 존으로 가서 세팅을 하고 바로 연주를 시작하였다. 첫날이라 다들 긴장한듯했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아쉬웠다. 사람들이 가요가 나올 때만 듣고 찬양이 나오자마자 다들 각자의 길로 다시 돌아갔다.
첫째 날에 이런 반응을 보고 꽤 시무룩해있었지만 다들 서로 용기를 불어넣으며 유명한 관광지 여수에 도착했다. 여수에서 준비를 할 때만 해도 ‘잘 안 되겠지’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환호해주고 우리를 둘러싸며 손뼉을 치며 호응을 해주었다. 정말 굉장한 광경이었다. 우리는 서로 들뜬 마음에 더 열심히 연주를 했다.
정말 뜨겁고 습한 날씨에 무사히 버스킹을 마치고 정리를 하는데, 다들 얼굴에 힘든 것보다는 환한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첫날에는 실망을 안겨주시더니, 둘째 날에는 우리에게 이런 선물을 주실 줄이야,
안타깝게 거제는 축제 기간이어서 우리가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거의 다섯 군데를 돌아다니며 자리를 찾아 헤매었지만 실패하고, 숙소에서 모처럼의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올라오니 또 일주일이 훌쩍. 정말 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출발했다 오늘 돌아온 느낌이랄까. 항상 이런 여운을 남겨주시기에 어디로 불러주시든 내가 기쁜 마음으로 따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질 때에 주님이 나를 더 써주신다는 것을 느낄 때면, ‘난 사랑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생각 못한 파충류라는 세계에도 이끌어주시고, 내가 세상일에 치여 힘들어 잠시 내려놓고 쉴 때도 나를 잊지 않으시는 주님께 오늘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나를 돌아보며 하루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