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 필요하셔요? 우리 집 뒤뜰에 돼지감자를 좀 심어놨는데요.”
냉장고에 마냥 두었던 돼지감자에 싹이 낫길래
흙을 사다가 거름과 섞어 고랑을 만든 후에
그 속에 돼지감자를 좀 심었습니다.
그런데 이 돼지감자가 얼마나 잘 자라는지
하룻밤만 자고 나면 파란 잎 파리가
쑥쑥 올라오지 뭡니까?
매일 아침 쑥쑥 올라오는 그 잎 파리가 이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여름내내 물을 주며 잘 보살폈습니다.
고작해야 8포기를 심어 놓고 주렁주렁 한 가득 수확을
기대하며 아침마다 들여다 봅니다.
이렇게 빨리 잘 자라는 잎과 줄기는 처음 봅니다.
하루가 다르게 파랗게 커 가던 돼지감자가
가을로 들어서더니 잎 파리가 누릇누릇 시들해집니다.
“아, 수확할 때가 되가나 보네”
그래서 돼지감자가 필요한 이들에게
분향을 좀 해줄까 싶어 물어 보았습니다.
“돼지감자 필요하신 분 있으셔요? 우리 집에 돼지감자 좀 심어놨는데요.”
그러자 집사님 한 분이 돼지감자 찾는 사람이 있다고 좀 달라고 합니다.
주일에 가져 가겠노라고 말 한 후 신이 나서 집으로 왔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심어 본 돼지감자를 남에게 분양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얼마나 신이 나겠습니까?
주일이 참으로 기다려 집니다.
쭈욱~뽑았을때 주렁주렁 매달려 나올 돼지감자!
생각만 해도 얼마나 기대가 되고 신이 나는지요.
주일 아침이 되자 쏟아지는 빗속을 지나
돼지감자 밭에 있는 첫번째 줄기를 잡고
쑤욱~ 뽑아 올렸습니다.
묵직하게 딸려 올라 올 감자를 생각하며
힘주어 뽑았는데 그냥 쑥! 하고 올라옵니다.
“엥? 이건 뭐여? 돼지감자가 어디 간 겨?”
세상에, 주먹만한 돼지감자를 심었는데
돼지감자는 온데간데 없고 콩알만한 하얀 알갱이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습니다.
몹시 당황한 나는 다음 포기를 뽑아 보았습니다.
그 다음 것도…
그 다음 것도…
그런데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주렁주렁 돼지감자가 달려 나올 줄 알았는데
콩알만한 알갱이들 뿐이라니…
괜히 돼지감자있다고 뻥!친거 같아 순간 당황스럽습니다.
결국 사진을 찍어서 전송합니다.
“집사님, 돼지감자가 이렇게 생겼어요.
내가 심은 큰 돼지감자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며칠 후 돼지감자 원래 주인을 만나 이러한 상황설명을 했습니다.
“돼지감자를 심었는데 흙 값, 거름 값, 물 값, 내 수고비, 본전도 못 찾고 주먹만한 돼지감자도 잃어버렸어요.”
그 주인님, 어이없어 하며 말씀하십니다.
“아이고~, 몇 달 심었다고 돼지감자가 그렇게 주렁주렁 열리는 줄 아오? 일년은 지나야 해요. 그리고 돼지감자가 썩어야 열매를 맺는거지요. 콩알만한 하얀게 엄마먹고 나온 돼지감자 새끼에요. 나원 참~”
그건 제가 할 소리죠.
“나원~ 참!”
그렇네요.
돼지감자가 썩어야 또 다른 돼지감자가 주렁주렁
열린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늘 설교도 우렁차게 하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