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고 있는 크라이스트처치의 RedBus는 시내버스뿐만 아니라 스쿨버스, 전세버스를 비롯하여 크라이스트처치 인근 지역의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아카로아와 카이코우라를 매주 운행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혹시 남섬 여행을 하시게 된다면 참고되실까 하여 아카로아와 카이코우라에 관한 얘기들을 나눠볼까 합니다.
남섬에는 많은 관광지가 있습니다. 빚을 내어서라도 일생에 한번은 다녀와야 할 피오르드 지역과 밀포드 사운드, 퀸스타운, 프란츠 조셉 빙하, 센트럴 오타고, 그레이마우스, 픽턴 등 많은 관광지가 있지요.
아카로아와 카이코우라도 그 중에 하나인데요, 이 두 곳도 공부를 좀 하고 방문해보면 그야말로 기가 막힌 관광지가 됩니다.
프랑스풍 작은 마을 아카로아
아카로아는 1770년대 쿡선장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이미 마오리들이 살고 있었지만요. 그러다가 1838년 프랑스인 포경사업자 ‘쟝’이라는 사람이 마오리로부터 단돈 2천프랑에 아카로아 지역을 사들였습니다.
그는 잠시 프랑스로 돌아가 사람과 자본을 모아 프랑스인의 뉴질랜드 정착(?), 지배(?)를 도모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뉴질랜드로 돌아왔을 때, 그는 그가 도착하기 바로 며칠 전 뉴질랜드가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그의 토지매매 계약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어 프랑스인들의 아카로아 정착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뉴질랜드가 이미 영국식민지가 되어버려서인지 그들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았고 지금 현재도 조그마한 마을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상주 인구는 1천명 미만이며 여름 휴가철에만 7천명까지 사람들이 모이는 것으로 알려진 작은 지역입니다.
엘스미어 호수 바닷물이 갇혀서 생긴 석호로 뉴질랜드에서 5번째로 큰 호수지만 수심이 아주 얕습니다. 제일 깊은 곳이 2미터.
주변이 탁 트여 있는 앨스미어 호수는 땅을 습지게 만들어 새들에게 최적의 서식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카이투나 엘스미어 호수 주변 지역으로 마오리어로 ‘카이’는 ‘먹다’라는 뜻입니다. 뒤에 언급할 카이코우라는 ‘코우라(Crayfish, Rock Lobster)를 먹다’라는 뜻이고 카이투나는 ‘장어(eel)를 먹다’라는 뜻으로 옛날 마오리족이 이곳에 정착할 때 엘스미어 호수 바닥에서 엄청나게 많은 장어들을 발견하고는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네요.
포시스 호수 보기에 상당히 평화로워 보이는 이 호수는 겉보기와는 달리 수초에서 뿜어 나오는 치명적인 풀독이 있어서 식수는 물론 수영조차도 금지되어 있는 호수입니다.
게다가 가끔 산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이 호수 면에 반사되어 작지 않은 파도를 일으키기도 한답니다.
리틀 리버 과거 사람들의 계획은 아카로아까지 터널을 만들어 물류를 실어 나르는 것이었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카로아에 가장 가까운 리틀 리버에 철도종착역을 만들고 산을 넘어다녔다네요. 철도 서비스는 60년대 초에 중단되었고 지금은 철도의 흔적과 오래된 객차만 남아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힐탑카페 말 그대로 아카로아 넘어가는 산 꼭대기에 있는 카페입니다. 아카로아와 프렌치 베이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좋은 경관을 가지고 있어 아카로아 가는 길에 꼭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고 가야한다죠?
치즈공장 Barrys Bay에 있는 이 공장은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매일 아침마다 신선한(?) 치즈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방문하면 그들이 치즈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시식과 구매가 가능합니다.
아카로아가 있는 프랑스만(French Bay)에는 엄청난 수의 돌고래들이 살고 있어 아카로아 관광을 위해 보트에 오르면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 있습니다. 보트의 갑판에 앉으면 발 밑으로 헤엄치는 헥토르 돌고래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아카로아가 속한 뱅크스 반도는 막강한 화산 폭발로 형성되었습니다. 태극부채를 연상시키는 특이한 지형은 용암들이 식으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안선이 아주 역동적이고 흥미롭습니다.
또한 신비한 해안동굴들과 푸른 바다 빛, 작은 해파리들이 어울려 마치 영화 아바타의 바다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지요.
고래관광지 카이코우라
먼 옛날 마오리족이 지금은 멸종된 모아 새를 사냥하며 추격할 때 발견한 곳으로 얕은 바닷속 바위 틈 곳곳에서 크레이 피시를 발견하고는 ‘크레이 피시를 먹는 곳’이라는 뜻으로 ‘카이코우라’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남섬에서 가장 유명한 포경기지였는데 포경이 금지되면서 역설적이게도 고래관광으로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수심이 깊고 먹이가 많아 서식하는 고래들이 있어 고래관광을 나간 배들은 어렵지 않게 고래를 발견하곤 한답니다.
고래는 동물원에서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살아있는 고래를 직접 보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하는데, 카이코우라는 수심이 깊어 먼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야생의 고래를 볼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카이코우라에는 주로 향유고래(Sperm Whale)가 서식하는데, 향유고래는 이빨이 있어 작은 먹이가 아닌 오징어 같은 것들을 먹는다고 합니다.
용연향(龍涎香, ambergris)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향유고래가 만들어내는 이 용연향은 향수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그 값어치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금보다도 비싸다고 하는데, 확률적으로 카이코우라는 이 용연향을 발견하기가 다른 곳에 비해 수월한 곳이라 합니다.
혹시 누가 압니까? 해변에서 이상하게 역한 냄새가 나는 돌덩이 비슷한 걸 발견했는데 그게 용연향일지? 금보다도 비싸다는 이 용연향을 발견하려면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수컷 향유고래가 대왕오징어를 먹는다, 이 오징어가 소화되는 중에 무슨 이유에서든 수컷 향유고래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은 수컷 향유고래가 소화 중이던 대왕오징어를 토한다, 이 소화 중이던 대왕오징어 조각은 바다를 떠다니다 조류를 타고 해안으로 밀려온다, 하필이면 그 때 해변을 걷고 있는 내 발 앞으로 떠밀려 온다. 이러면 나도 용연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겠죠?
물개서식지 Seals Colony 카이코우라는 유명한 물개서식지가 있습니다. 차로 5분정도 이동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서식지에는 자연상태로 서식하는 수많은 물개들을 볼 수 있어요.
헤엄치다 지친 물개들이 평평한 바위를 찾아 올라 쉬는데요, 간혹 호기심에 뭍으로 아예 올라온 녀석들도 있답니다. 어떤 날은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를 가로질러 누워 낮잠을 즐기는 녀석을 발견하기도 했답니다.
또 제가 만난 어떤 이는 바로 앞에 물개가 있는데 그냥 걸어가기에 조심하라고 알려줬더니 물개가 어디에 있느냐며 저에게 묻더군요.
바위랑 물개랑 색깔이 비슷해서 바로 자기 발 앞에 있는데도 못찾더라구요.
대부분의 물개들이 사람들의 접근에 신경 쓰지 않지만 간혹, 정말 간혹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있다 하니 10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합니다.
사실 아카로아 이야기, 카이코우라 이야기는 각각 1회씩 연재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 거리가 풍부하지만 제가 여행지를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어서 우격다짐으로 꾸역꾸역 쑤셔 넣어 두 개를 한 회분으로 묶어보았습니다.
혹여 다음에 이곳에 방문하실 일이 있으시면 참고하셔서 좋은 여행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