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뉴질랜드에서 총기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고 뉴스에서 계속 나와요. 엄마가 걱정 많이 하고 계시는데 다 별고 없으신 거죠?”
뉴질랜드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연락이 오는 건 늘 둘째 언니입니다.
막냇 동생을 이역만리 남의 땅에 목회자로 보내놓고
날마다 쉬지 않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언니는
한국에서 뉴스나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뉴질랜드가 좋다고 방송되면
“얘, 뉴질랜드가 그렇게 좋다고 티브이에서 보여주는데 정말 살기 좋은 나라더라.”
지진 소식이 방송되면
“얘, 뉴질랜드에서 지진이 났다고 하던데 모두 괜찮니? 무서워서 어떻게 사니? 우리나라로 와서 살지 그러니?”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언제나 제일 먼저 안부를 물어오곤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테러로 온 지구상이
떠들썩하게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던 날!
여기저기서 문자가 오고 카톡이 오고 보이스톡이 오고
전화통에 불이 났습니다.
“응, 언니! 우리는 잘 있어요. 우리는 북섬에 사는데
총기사건은 남섬에서 일어났어. 온 나라가 지금
너무 놀라고 침통하고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우.”
분명 나는 북섬에 살고
총기사건은 남섬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언니는 바로 우리 집 앞에서 일어난 것처럼
문단속을 잘하라는 둥
길거리 걸어 다니지 말라는 둥
절대 모르는 사람 문 열어 주지 말라는 둥
유치원생 타이르듯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총기사건이 일어나고 맞이하는 첫 주일예배!
오늘따라 가을답지 않게 날씨도 유난히 덥습니다.
교회 이곳저곳 문을 열어 놓으면서
마음 한 켠에 은근히 걱정과 두려움이 앞섭니다.
“혹시 교회도 공격받으면 어떻게 하지?
문을 열어두지 말까?
아니지, 문을 열어 둬야 급할 때 도망갈 수 있겠지?
도망갈 시간이나 있겠어?
그럼, 먼저 의자 밑에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하나?
아니지, 빨리 도망가라고 소리치면서
나는 총구를 막아서며 성도들을 지켜야겠지?
그럴 시간이나 있겠어? 나는 이미 거품 물고 기절해서
쓰러져 있을 텐데… 에휴~ 별생각을 다하고 있네…”
예배 준비를 하면서 혼자 소설을 씁니다.
그러면서도 나의 눈은 여전히
이 교회 안에서 가장 빨리
성도들이 안전하게 숨을 곳이 어디일까?
총탄이 뚫지 못할 곳이 어디일까?
두리번두리번 사방을 둘러봅니다.
내가 아무리 두리번두리번 거려봤자
안전한 곳이 어디 있으며 피할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나님 품이 아니고서야…
저 천국이 아니고서야…
하나님께서는 뉴질랜드를 통해
온 지구촌을 흔들어 놓으시면서까지
오늘, 나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싶으신 걸까요?
오늘, 나에게 원하고 바라시는 것이 무엇일까요?
한 주간을 지나면서
다시한번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나를 내려놓습니다.
“방백들을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찌니 그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당일에 그 도모가 소멸하리로다(시편1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