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아닌 배움의 기회들

선교지 마을에 도착하면, 먼저 전도 집회를 진행하며 복음을 전하고, 전도 집회를 마친 후에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기로 하였다.

숙고 끝에 그들이 아시안 문화와 음식을 접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기에 한국 음식을 맛보게 해 주어야겠다고 결론을 냈다. 불고기 잡채 떡볶이 등등… 한국 사람은 손이 크기에 푸짐하게 준비를 하였다.

집회를 마친 후,‘음식이 너무 맛있어 많이 먹을 거야…’기대의 마음으로 풍성하게 뷔페식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쑥스러워서 그런가보다 싶어서 접시에 담아서 권하기까지 했으나 마찬가지이었다. 먹어 보았던 음식이 아니면 쉽게 손이 가지지 않는 것이었고, 우리는 너무나 맛있게 먹지만 그들은 양념이 많아서인지 먹어 보고는 그냥 내려놓았다.

떡 종류의 음식을 매우 힘들어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한 번도 먹어 보지도 않았고 입에 들러붙는 느낌이 생소하다고 하였다. 떡볶이는 매워서 힘들어했다. 그들의 모습에 우리는 적잖이 당황했다.

다음 선교를 생각하며 우리는 그들의 손이 자주 가는 음식을 주의해 보았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소시지와 빵과 그리고 콜라였다. 소시지와 빵만 연신 가져다가 콜라와 함께 먹었다. 그때 귀가 번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맛있는 것은 세상에 또 없을 거야…”
‘뭐지?’우리는 들어보았다.‘어떤 것이 이 아이들을 사로잡은 것일까?’그들이 말하는 것은 바로 초쿄파이이였다.‘군대도 아니고, 다른 음식 다 놔두고 쵸코파이라니…’

초코파이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초코파이를 먹으며 행복해하고 주머니에 챙겨 넣으며 웃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더 다정히 다가갈 수 있었다.

헛걸음
선교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의 힘과 능력은 유한하기에 효율적인 분배를 하여야 한다. 단기 선교에서의 전략 중의 하나는 그 지역에서 사역하는 장기 선교사와 연계하는 것이다.

장기 선교사를 통하여 필요한 정보를 얻으므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그 지역에 꼭 필요한 사정을 알 수도 있다. 또한 선교사의 손길이 좀 덜 닿는 곳에 선교팀이 집중적으로 참여함으로 많은 열매를 볼 수도 있다

아쉽게도 우리는 함께 연계할 수 있는 선교사가 없었다. 그래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갔다. 가면‘길거리에서 누군가를 만나겠지’하는 기대의 마음으로 선교지 마을로 갔다. 그러나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헛걸음의 연속이었다. 외진 마을이라고 해도 이렇게 사람이 없을까 할 정도였다.

한 마을은 마을 이름을 듣고 찾아갔으나 사람은 만나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노는 개들하고만 있다가 온 적도 있다. 함께 간 답사 대원 중에서는“이렇게 중요한 일에 아무 준비도 없이 올 수 있느냐?”며 항의하는 대원도 있었다.

처음부터 잘 되는 경우는 없다. ‘개인의 집 하나를 구하는 것도 대부분 일정 시간의 발품을 팔아야 하거늘 하물며 영혼을 구하는 중차대한 일에 어찌 이 정도의 수고가 없겠는가?’

보통 새로운 마을의 이름을 듣고 3번 정도는 헛발걸음을 하여야 누군가를 만날 수 있었고, 바로 그 사람들이 선교의 중요한 지렛대가 되어 주었다.

실패가 아니라 배움
실패 박물관(Museum of Failure)이 있다고 한다. 야심 차게 새 상품을 준비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한 물건들을 진열해 놓는 곳이다. 이 박물관을 연 이유를 “기업들이 실수로부터 배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우습게도 이 실패 박물관은 크게 성공하였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올 뿐만이 아니라 이 실패에서 성공을 배워갔다. 실패 박물관이 아니라 새로운 상품을 위한 영감을 주는 박물관이 된 것이다.

선교는 되는 것(Becoming)이다. 때로는 실수를 통하여도 우리는 천천히 그 사람들과 같이 되어 갔다. 그리고 천천히 이벤트성의 대원이 아닌 사랑의 사람들로 되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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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수
아세아 연합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중화민국(대만)에서 중국 선교사로 있다가 지금은 말씀의 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성도들과 함께 로토루아 주변 산 아래의 마을들을 두루다니며 복음 전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