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틈새, 작은 사랑으로 메우기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때론 소수의 사람들의 권리가 무시당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권리를 소수의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뉴질랜드 통계청의 2013 설문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 인의 2%가 지적 장애인이다. 얼마 안 되는 수치이지만, 이들 또한 우리 사회에 소중한 사람들이다.

뉴질랜드는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가 잘 되어있고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 지적 장애인들 또한 부족한 없이 살아간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장애인들의 배려가 필요한 부분들이 존재한다.

내가 속한 Reconnect(리커넥트) 단체는 지적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콘서트와 찾아가는 미니 콘서트를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그 시작은 사실 한 청년의 꿈을 함께 이루어가는 작은 발걸음이었다.

그 청년은 자폐, 뇌성마비, 발달 장애와 같은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한 센터를 만드는 게 꿈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되기에, 할 수 있는 작은 것이라도 함께 시작해보자고 얘기하며 특수교사들과 장애를 가진 자녀들을 둔 부모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가 사는 사회 안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불평등이 일어나며, 누군가는 당연하게 받는 혜택을 다른 누군가는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회 안에서 장애인들은 과연 동등한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특수 교사와 학부모들로부터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문화 혜택을 쉽게 누릴 수 없다는 얘기들을 듣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가 가진 음악적 재능을 통해 그분들을 위한 콘서트를 진행하고 싶었다.

비장애인들은 비교적 음악회와 같은 문화 혜택을 쉽게 누릴 수 있는 반면에, 장애인들은 많은 사회의 편견과 현실적인 어려움들 때문에 편안하게 공연에 참석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직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추거나 소리를 내어 호응해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 편안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2016년과 2017년에 두 차례 ‘크리스마스 콘서트’와 ‘영화 테마 콘서트’로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과 함께했고, 그 누구도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클래식, 밴드 그리고 힙합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찾아오는 모든 관객에게 기억에 오래 남는 공연을 선물하고자 했다. 영화 테마 콘서트에서는 음악을 연주할 뿐만 아니라, 각 음악에 맞는 영화 영상을 준비하여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시간들이 되었다.

뮤지션들은 자신이 가진 음악이라는 재능으로, 영상 담당자는 자신이 가진 영상 기획력으로 콘서트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했다.

그 외 음향, 조명, 무대 연출, 포토존, 음식, 안내, 사진, 영상 등 리커넥트 멤버들과 여럿 자원 봉사자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과 함께했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이렇게 문화 안에서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함께 즐기는 시간이었다.

콘서트가 진행되면서 관객들이 그 누구도 눈치 보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랩 공연이 이루어질 땐 모두가 함께 머리 위로 손을 흔들며 음악을 즐겼다.

2016년과 2017년 콘서트가 끝난 후 우리가 받았던 피드백은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마련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비장애인들 또한 그 누구도 편견을 가지지 않고 음악으로 하나 될 수 있는 시간이어서 감사하다고 얘기해주었다. 음악이라는 언어는 우리 모두에게 통한다는 것을 늘 느낀다.

리커넥트는 또한 장애인 특수학교를 방문하여 찾아가는 미니 콘서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리커넥트의 찾아가는 미니 콘서트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공연이 매번 달라진다는 것이다. 음악 구성도 악기도 매번 함께 해주는 봉사자들에 따라 변화가 있다.

사실 우리가 공연을 선물해주려 가지만, 어떻게 음악을 즐기고 그 안에서 행복을 누리는지 되려 더 많이 보고 배워 오는 시간이다.

손으로 기타를 치는 모습을 흉내 내는 학생, 클래식 음악에 맞추어 발레를 선보이는 학생, 수화로“more”를 표현하며 앙코르를 외치던 학생 등등 각기 다른 반응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학교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장애인들이 받는 문화 혜택의 실정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문화생활을 위한 예산을 학교들에게 지원하고 있지 않아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인종, 문화, 그리고 장애를 뛰어넘어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장을 계속해서 열어나가고 싶다.

이처럼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함께 어울려 즐기며, 사랑을 나누는 장을 만들고 싶은 게 리커넥트의 초심이고, 내가 꿈꾸는 사회이다.

올 한 해도 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 그리고 그렇게 서로 사랑으로 채워지는 순간들을 보내고 싶다.

우리 모두의 꿈이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것’이 된다면 좀 더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더 따뜻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발걸음은 큰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사회 안에는 작은 틈새들이 크지 않더라도 틈새를 메울만한 작은 사랑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이처럼 2019년에는 더 많은 사랑의 실천들이 나의 순간들을 채웠으면 좋겠고, 그렇게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 사랑스러운 사회를 만들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