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을 바친 눈물의 요나

‘나도 그런 사랑을 가질 수 있을까?’ 요나는 홀로 유영하며 마음의 빈칸에 내가 죽어서라도 남을 살린다는 그 아름다운 사랑을 담아보았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기고 한가로이 떠다니고 있을 때, 요나 눈에 호수 밑바닥에서 뭔가 반짝거리는 물체가 띄었다.

‘아, 동전이다!’

동전의 앞면을 보니 그리스 신화의 힘센 장사 헤라클레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워낙 유명해서 물고기들도 그 모습쯤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뒷면은 독수리?’

언젠가 갈매기 기드온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 은동전 생각이 났다. 양면에 헤라클레스와 독수리 그림을 갖고 있는 한 세겔의 동전! 얼른 입으로 동전을 뒤집어보았다.

“오, 맞군. 독수리야!”

요나는 마치 수수께끼 문제를 맞춘 기분이 들면서 문득 동전을 쓰는 물 위 세상이 보고 싶어졌다. 물 위로 머리를 내밀자 요나의 눈에 매우 낯익은 모습 하나가 들어왔다.

“어, 저게 누구야?”

베드로였다! 그의 손엔 낚시대가 쥐어져 있다. 옆을 보니 다른 낚시꾼도 여러 명 있다. 베드로 옆에 선 낚시꾼이 그에게 물었다.

“진짜 당신이 고기를 잡으면 그 입 속에 동전이 들어있을까?”
“예수님이 그러셨다니까.”
“어찌 그런 일이….?”
“두고 봐. 꼭 그렇게 될 테니까.”

그 말을 듣자 요나는 친구 바나바 생각이 나서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동전을 삼키는 어리석은 물고기가 바나바말고 또 있을라구.’ 곧 허탕치게 될 베드로를 떠올리며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물 밑으로 내려왔다.

그 때였다. 저 멀리서 기분 나쁜 움직임 하나가 포착되었다. 음산한 분위기. 어둔 밤에나 느껴지는 죽음의 기운.

“앗, 메기닷!”

저 깡패가 왜 이 벌건 대낮에 돌아다니는 걸까? 요나는 황급히 수초 뒤로 몸을 숨겼다. 잠을 자던 메기가 배가 고파 깬 것 같다. 다행히 메기는 요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때 첨벙,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물 속으로 정어리 살점 하나가 쑥, 들어왔다. 낚시꾼의 미끼였지만 배고픈 메기는 냉정하게 따질 줄을 몰랐다. 다짜고짜 입부터 갖다 대는 것이다. 그 순간, 모든 게 끝이 났다.

“휙”

실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낚시바늘이 메기의 입을 낚아챘다. 메기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지만 발버둥칠수록 낚시바늘은 더 깊이 입 속을 파고들 뿐이다. 메기가 수면 위로 끌려갔다.

이제 저 메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데 물 위로 고개를 내민 요나는 그만 못 볼 장면을 보고 말았다. 지옥! 그 곳은 참혹한 살륙의 현장이었다.

“아니, 재수없는 메기가 왜 미끼를 물어?”
“이 가증스런 놈!”
“딴 데로 옮기자구.”

낚시꾼들이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요나는 어른들 말이 퍼뜩 떠올랐다. 성경에서 비늘 없는 물고기는 부정한 것이므로 사람이 먹지 말라고 했다는 그 말. 메기가 바로 그 비늘 없는 물고기인 것이다.

메기를 낚은 낚시꾼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못 먹는 물고기면 도로 물 속으로 던져버리면 그만일 텐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근처에서 굵은 나뭇가지 하나를 줍더니 메기를 두들겨 패는 것이 아닌가.

“너 땜에 오늘 부정 탔잖아!”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패고 또 팼다. 메기는 머리가 터지고 내장이 터져 나왔다. 벌써 죽어 숨을 거둔 것 같은데도 그는 매질을 멈출 줄을 몰랐다.

요나는 울컥 슬픔이 북받쳤다. 자꾸만 눈물이 쏟아졌다. 깡패 메기가 저렇게 모질게 맞아 죽으면 속이 시원해야 할 터인데 어찌된 일일까.

문득 바나바가 떠올랐다. 어리석다고만 여겼던 그 사건. 오병이어 기적으로 동전을 많이 만들어 어부들에게 주면 더 이상 돈 때문에 물고기를 잡진 않을 거라고 믿었던 바나바.

요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머리를 아래로 돌려 거꾸로 헤엄쳐 내려갔다.
한 세겔의 은 동전!
요나의 머리 속은 그 은 동전 생각으로 가득 찼다.

‘동전을 베드로에게 전해주자. 예수가 원했다고 했지? 동전을 받게 되면 예수는 내 맘을 알 거야. 호수의 평화를 바라는 간절한 내 맘을!’

요나의 눈에 반짝거리는 은빛 동전이 나타났다. 마음이 급하다. 바닥에 입을 처박으며 동전을 입에 물자 온 사방이 희뿌연 흙 천지가 되었다.

위로 올라가니 다른 낚싯줄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필시 메기 땜에 부정 탔다며 모두 떠났으리라. 남아있는 단 한 가닥의 낚싯줄.

‘베드로닷!’

요나는 물속에 드리워진 정어리 살점을 한껏 물었다. 순간, 때를 놓치지 않고 요나를 낚아채는 베드로의 억센 손. 요나는 낚싯줄에 끌려가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동전을 물고 놓지 않았다.

베드로는 물가로 끌려 나온 요나에게 한 걸음에 다가섰다. 뭍으로 나오자 요나는 숨이 찼다. 베드로는 파닥거리는 요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틸라피아네! 플랑크톤만 먹는 이 놈이 어째서 정어리를 물었지?”

그때, 베드로의 눈에 띈 반짝거리는 동전 하나. 한 세겔의 은 동전!

‘이 틸라피아는 대체 왜 동전을 물고 있는 것일까?’

베드로의 눈엔 뻐끔거리는 물고기의 입이 꼭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같았다. 꼬리로 바닥을 치면서 온 몸을 파닥거리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저몄다.

베드로는 난생 처음으로 물고기에게 긍휼이란 걸 느꼈다. 요나의 입에서 낚시바늘을 조심스럽게 빼낸 뒤 살며시 호수로 도로 놓아주었다.

요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베드로를 쳐다보며 그의 모습을 한 뜸 한 뜸 눈에 새겨 넣었다. 둘은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이윽고 요나가 몸을 돌려 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자 베드로 역시 뒤돌아 서서 곧장 예수에게로 뛰어갔다.

평화!
어부와 물고기 사이의 첫 평화가 갈릴리 호수에서 그렇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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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곤
연세대정외과 졸업, 코람데오 신대원 평신도지도자 과정 수료하고 네이버 블로그 소설 예배를 운영하며, 예수 그리스도 외에 그 어떤 조건도 구원에 덧붙여져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어른이 읽는 동화의 형식에 담아 연재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