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을 삶 속에 담아낸 유대인들

<사진>부림절을 기념하여 익살스러운 옷을 입고 설교하는 목사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스라엘 사람들은 종교적이지 않다. 2010년도 통계에 의하면 이스라엘 사람 44%가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22%는 명목상의 종교인이라고 한다.

대단히 종교적인 나라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약 20% 에 이르는 정통유대인(orthodox Jews)의 종교적 열심과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세속적인 유대인들 조차도 구약의 역사, 절기와 풍습을 그들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로 간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을 여전히 따르는 세속 유대인들
한 유대인이 기독교로 개종할 경우, 유대인들은 그 사람을 단지 종교를 바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한 민족을 배반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구약성경을 근간으로 세워진 유대교가 사회전반에 뿌리깊게 내려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학교보다 세속학교(종교 가르침이 없다는 의미)가 더 많지만, 세속학교에서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타나크(구약성경)를 배운다. 종교 가르침이기 이전에 유대인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종교인이건 세속인이건 구약성경에 의해 만들어진 유대력을 따라 살아 간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나팔절이 새해 첫날이 되는데 태양력으로는 9월이나 10월경이다.

나팔절 지나 열흘이 되는 날을 대속죄일로 지킨다. 이 열흘 동안 유대 종교인들은 선행을 많이 행한다. 대속죄일에 있을 하나님의 심판에 착한 일이 나쁜 일 보다 더 많아야 구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이방인에게 상당히 불친절하던 유대인들도 이때만큼은 친절하게 대우한다.

대속죄일에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스라엘 전국에 자동차 운행이 전면 중지되며, 심지어 비행기 운행도 중단된다. 종교적인 목적으로 대속죄일을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대속죄일을 구약성경이 요구하는 대로 아무 노동도 하지 않고 금식하며 지키려 한다.

대속죄일에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은 아이들이다. 도로에 자동차가 다니지 않으니, 도로 마다 자전거와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아이들의 환호성 소리가 넘쳐난다.

나팔절 이후 15일이 되는 날 장막절을 지킨다. 장막절이 되면 구약성경에 기록된 것처럼,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지붕 삼아 장막을 베란다나 집 주변 공터에 짓고 일주일을 그곳에서 보낸다.

저녁이 되면 그 장막에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고 하나님이 허락한 추수에 감사하는 축제의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현재 이스라엘 사람들이 대부분 세속적인 유대인이라 할지라도 구약 성경과 아주 밀착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절기는 부림절
이스라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절기 중 하나는 부림절이었다. 부림절은 구약 성경 에스더서에서 기원하는데, 대 제국 페르시아의 총리가 된 하만은 당시 포로민으로 잡혀 와 살고 있는 유대인들을 진멸할 것을 계획한다.

그 때 주사위의 일종인 ‘푸르’을 던져 유대인들을 학살 할 날짜를 정하게 되지만, 모르드개와 에스더의 믿음과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그 계획은 실패하고, 결국 하만이 장대에 달려 죽게 됨으로 유대인이 승리하는 날이 된다.


다양한 옷을 입고 유대인의 승리를 축하는 파티 벌여

그 날을 기념하여 지금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부림절을 지킨다. 유대력으로 부림절은 아다르 월 14일이고, 태양력으로는 2월 말이나 3월 초에 해당한다.

부림절이 되면 유대인들은 형용색색의 다양하고 기이한 옷을 입고 유대인의 승리를 축하하는 파티를 벌인다. 특이하고 요란한 옷을 입고 길거리를 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가볍고 재미있는 장난을 치며 모두가 친구가 되는 축제의 시간이다.

메시아닉 유대인(유대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Christian이라 불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Messianic Jew로 불려지길 원함)들은, 부림절 주일을 아주 독특한 예배로 드리곤 한다. 모든 성도가 다 각기 다양한 옷과 분장을 하고 예배 드리는 것이다.

목사 조차 익살스러운 옷을 입고 와서 설교를 하는가 하면, 찬양팀은 찬양에 집중하지 못할 만큼 재미있는 옷과 분장을 하고 찬양을 인도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옷과 분장을 하고 찬양하는 교회 찬양팀

예배가 마치면 유대인에게 주어진 승리를 자축하며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오래 전에 있었던 에스더의 승리가 오늘을 사는 유대인의 승리가 되는 날이다.

축제에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부림절에는 점심부터 저녁까지 많은 음식을 먹는다. 특별히 양귀비 씨나 과일을 넣어 만든 삼각형 과자를 주로 먹는데, 이것을 유대인들은 ‘하만의 귀’라 부른다. 죽음의 공포가 승리의 날이 된 이 날을 기념하여, 모르드개는 서로 음식을 나누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는 명절로 정하였다.

이 전통에 따라 유대인들은 최소한 두 사람 이상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역사가 요세푸스에 의하면 예수님 당시 모든 유대인들도 부림절을 지켰으며 가난한 자를 구제하였다고 한다. 예수님이 베데스다 연못가에서 38년된 병자를 고치신 날이 바로 부림절을 앞 둔 안식일이었다(요한복음5: 10).

삶 속에 배어있는 하나님의 가르침
부림절이 되면 유대인들이 회당에서, 혹은 집에서 에스더서를 읽으며 민족 공동체의 구원을 함께 축하한다. 특이한 것은 에스더서를 평상시처럼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대인의 구원에 관한 네 구절은 큰 소리로 내어 읽어야 한다(에스더 2:5, 8:15-16, 10:3). 하만의 이름이 나오면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특별하게 만들어진 기구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야 한다. 하만의 아들들의 이름이 나오는 구절(에스더 9:7-10)은 아주 빨리 단숨에 읽어야 한다. 그들이 한꺼번에 처형되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대부분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사실 종교적이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은 종교적 내용을 담아 세속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율법의 규정을 늘 자신의 삶에서 실천해야 했던 유대교의 전통이 고스란히 삶 속에 배어 있는 것이다. 때로 한국에 만연한 삶과 신앙이 분리된 이원론적 기독교 신앙을 보며 유대인의 삶이 한편으로는 큰 도전으로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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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권
총신신대원 졸업. OM Israel 선교사로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4년 사역을 하고, 뉴질랜드 ICINZ 선교사 훈련학교 스텝으로 있다가 지금은 타우랑가 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성경 역사의 중심지였던 이스라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지금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12 회에 걸쳐 나누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