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한류 메이커

한국을 떠나 20여 년 전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때는 한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나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세계인 누구나 사용하는 때가 아니어서, 한국을 알리고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키위들로부터 “한국에도 맥도날드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느꼈던 답답했던 심정을 지금 생각해보면 이제는 그러한 것들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할 뿐이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한류’로 인해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고, 현지인들이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때문에 한인으로 해외에 나와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릴 때 외국영화를 보면서 막연히 외국을 동경하며 환상을 가졌던 것과 같이 이제는 동남아인들이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해 그러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이 아시아의 리더 국가로서 자리매김을 하려면 앞으로 어떠한 부분에 노력을 해야 하고 차세대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에 여러나라에 가서 취업하고 자리를 잡기 원하는 한인 자녀들에게 외국인 혹은 현지인들에게 보여지는 자랑스런 한인의 모습들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몸소 보여주어야 할 때임을 깨닫게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현지교회를 렌트해서 쓰고 있는 어느 교회에 다니고 있는 지인을 만났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뉴질랜드에서 이민초기에 겪었던 일들과 너무나도 흡사해서 놀라웠다.

그 때 뉴질랜드에 이민 온 사람들과 요즘 싱가포르에 취업이나 지사 파견으로 오는 사람들은 한 세대 차이가 나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인 태도는 거의 달라진 것이 없었다.

현지교회에 비춰지는 세입자인 한인교회 교인들은 그다지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교회 렌트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주일학교 아이들이 교회 건물의 손잡이와 문짝을 망가뜨리기도 하고, 건물 위층에서 다 먹은 쓰레기를 아래층으로 고의로 떨어뜨리기도 하며, 벽에 낙서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규율이 엄격한 싱가포르에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태도이기에 현지인의 공분을 살 수 있는 행동이다. 매주 현지교회가 지적 사항 리스트를 만들어 한인교회에 전달하지만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화되지 않는 고질적인 자녀교육의 문제점의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뉴질랜드의 한인교회에서 초등부를 담당했던 청년이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이들에게 영어로 얘기하면 집중해서 잘 듣는데, 한국말로 얘기하면 자기들끼리 떠들고 교사의 말에 집중하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아마도 학교에서는 질서 교육을 절도있게 시키는데 집에서는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인성이나 생활 부분에서는 자녀들의 잘못된 행동, 즉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도 교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내 자녀가 귀하다는 생각 때문에 공공장소에서의 예절교육을 시키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는 의견을 말해주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어디 가서나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는 행동을 하게 되며 그러한 행동은 부메랑이 되어 본인은 물론 현지인에게 안좋은 한인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한 나라의 위상은 단지 한류 연예인 혹은 첨단산업이나 생산품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한인들이 각자 해외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느냐 하는 것과 규범과 질서를 얼마나 잘 지키며 살아가고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현지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면 신뢰감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반한 감정을 갖거나 혐한 인사들을 양산하게 되어 한인사회 전체에 손해를 끼치게 할 수도 있다.

기성세대들은 각자 사는 지역에서 롤모델이 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해외에서 태어나서 살아갈 차세대를 위해 든든한 기초를 놓아주는 일이 될 것이다.

예전에 뉴질랜드에 살았던 때에는 한인 젊은이들이 거리 청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주말에 양로원에서 세탁봉사를 하던 한인들도 있었다. 지금은 뉴질랜드의 한인들이 그때보다 더욱 성숙한 한인사회를 이끌어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한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의 공익을 위한 일을 하거나 혹은 차세대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더불어 글로벌 예절교육 및 글로벌 마인드를 갖게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삶을 통한‘한류 문화’를 현지에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한류컬럼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한류컬럼을 마감하고자 한다. 2017년을 의미 있게 마무리 하시고 희망의 2018년을 맞이하시길 기원한다.

이전 기사에고, 아까운 5만 8천원
다음 기사열매가 있는 사람 바울
채혜미
10년동안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교육이민의 경험을 담아낸‘해외에서 보물찾기’저자로 글로벌 시대의 자녀교육을 위한 교육 에세이를 출간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현재 싱가포르에서 아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한류에 대한 교육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