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리 할머니의 가족사랑

내가 사는 동네에 마오리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 그분은 언뜻 보기에 참으로 무섭다고 느껴지는 그런 분이다. 우리 교회 교인 옆집에 사시는 분이라 자주 보곤 했다. 팔에 문신과 늘 담배를 피우시는 모습이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런 분이시다.

우리가 Breakfast Club을 처음 시작 할 때였으니까 2010년 초였을거다. 어느 저녁 때에 교인 집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그 할머니를 만나 인사를 했다. 그때 그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너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가난한 우리 형제 가족들에게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자기도 좀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까지 제안하셨다.

그래서 “내가 무엇으로 도울 수 있냐?”고 했더니, 그 할머니가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하면서 자신의 벤 승합차 뒷문을 열었는데 나는 순간 기절 할 뻔 했다.

벤 승합차에 우유가 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우유들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그 할머니가 자신의 대가족을 설명하면서 아주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형제, 자매들이 많아 그들에게 빵과 우유를 기본적으로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우유와 빵은 일주일에 3-4일씩 공급한다고 했다.

“몇 집이나 주냐?”고 했더니 동남쪽에 넓게 펴져 살기 때문에 약 2 시간 정도 걸쳐서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우유 중에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나눠주셨다. 우유와 빵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면 자신이 기꺼이 나눠줄 수 있다고 하셨다. 참으로 가슴이 찡했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서 매일 시간을 활용하고 그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그 모습이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하신 주님의 말씀을 생각나게 하는 순간이었다.

동물의 세계와 사람의 세계가 다른 것 중의 하나가 먹이 문제이다. 동물들은 먹다가 배가 부르면 놓고 간다. 다른 짐승들로 하여금 먹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인간들은 먹고 나서 남으면 그것을 나누지 않고 잘 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먹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는 추수를 해도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들을 위해서, 심지어 짐승들까지도 생각하면서 다 거두지 말 것을 말씀하고 계신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선을 베풀 힘이 있을 때에 힘껏 도우며 나누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나혼자 잘 먹고 잘 살라고 물질과 지식과 모든 것을 우리에게 허락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잘났기 때문에 우리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Breakfast Club를 시작했을 즈음에 동네 빵집에 들러서 주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뉴질랜드 기아대책의 명함을 하나 주고 헤어졌다. 그리고 그 다음에 빵을 사러 갔더니 주인이 자신들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말해주면 상의해서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는 “오후에 장사를 마감하고 남은 빵들을 좀 얻을 수 있냐?”고 했더니 남은 빵은 마오리 할머니 한 분이 차를 가지고 와서 모두 수거해 마오리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그건 곤란하다고 했다.

알고보니 바로 그 할머니였던 것이다. 매일 빵과 우유를 수거해서 모으고 일정량이 되면 두 시간씩 빵과 우유를 나눈다고 했다. 일하는 방법은 달라도 결국 뉴질랜드 기아대책과 하는 일이 거의 같았다. 그래서 나는 빵 집 주인에게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냐고 했더니 1+1을 제안 했다. 네가 빵을 사는 것에 더불로 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빵을 50% 디스카운트 받고 사는 것이 되었다. 사실 비싼 빵이라 사서 먹지 못했던 빵인데 그것을 싼 값에 사서 아이들에게 나눌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우리 동네의 모든 빵집은 다 이 할머니가 독점(?)하다시피 빵들을 수거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 지를 이야기 하는데 심지어는 다같이 외출하려고 할 때에 외출용 바지가 없어서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이야기하면서 나보고 믿을 수 있냐고 했다.

사실 믿어지지 않는 부분이지만 기본적인 먹거리가 해결되지 못한 상태라면 옷이 없어서 외출하지 못한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이 할머니를 만나면서 우리는 상대적으로 참으로 부유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도울 힘이 있을 때 힘껏 도우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우리의 이웃들이 아파하고 신음할 때 아파하며 신음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그 아픔을 짊어지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며, 이 일을 위해서 우리를 부르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역경과 고통 속에서의 부르짖음을 외면한다면 하나님께서도 우리가 아파하고 힘들어 하고 고통 가운데서 부르짖을 때 외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가 일부러 이런 사람들을 찾아가서 돕지는 못해도 우리에게 인연으로 와닿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붙이신 자라고 여기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도우며 그들과 함께 이 땅을 하나님의 나라로, 좀더 살맛 나는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힘에 지나도록 사랑해야 한다. 도와야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은 내가 축복의 통로로 사용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기회를 통해서 하나님께는 영광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리스도의 덕을 끼치는 복된 삶을 살아가는 은혜가 우리에게 있을 것이다. 기회는 잡는 자에게 축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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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성
인하대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 생명샘교회 담임목사. 뉴질랜드 기아대책을 섬기며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가훈으로, 목회 철학으로 삼고 살아가면서 낮은대로 임하신 주님의 마음을 본받아 살아가려고 애쓰면서 떡과 복음을 가지고 뉴질랜드와 바누아투의 가난한 자들을 찾아가서 함께 울어주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