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의 메시아, 나의 메시아

메시아 연주를 30여회 했지만 이번 공연도 미리 기대해, 박영경 < 메조 소프라노. 뉴욕주립대 음악박사>

어릴적부터 교회에서 자라다시피한 나에게 ‘찬양’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동요보다도 어린이 찬송가를 더 많이 부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았을 때 가끔 밤심부름을 갈 때마다 깜깜한 시골길 옆 논두렁에서 시끄럽게 여름 개구리 우는 소리에 질세라 목청껏 찬송가를 부르면서 뛰어가 임무를 완수한 에피소드도 생각이 난다.

아마도 찬양은 나에게 친구나 가족같이 함께하는, 함께해야 마음이 놓이는 ‘그 무엇’이었나보다. 성악을 공부하게 되고- 나도 친지들도 내가 성악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아주 신기하게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사관학교가 더 어울릴것 같은 씩씩한 아이였는데- 대학에 가고 졸업을 하면서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고 조금씩 음악회에 초대 받으면서 메시아 연주를 자연스럽게 하게되었다.

처음 메시아 연주를 위해서 공부할때 ‘이걸 정말 해야하나, 말아야하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악보를 보기에는 너무나 무난해보였는데 막상 연습을 해보니 그리 만만한 음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한 선배가 했던 얘기 ‘메시아는 못 부르면 빵점, 잘 불러도 80점’이라는 얘기가 무슨 뜻인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메시아 연주를 작년까지 30여 회 정도 하게 되었는데 횟수만큼이나 다양한 단체나 교회에서 메시아를 연주하게 되었고 지휘자나 단체 특성에 따라 또는 연주 장소에 따라 각각 특색있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링컨센터에 메시아 솔리스트로 데뷔한 것. 링컨센터에 데뷔한 것도 감사한데 특히 메시아로 하게되어 정말 기뻤다.

뉴욕에 있는 한 교회로부터 매년 초청받아 수년간 함께 메시아를 공연하고 있는 것, 연주내내 곡에 맞는 명화를 편집하여 가사와 함께 상영하며 연주한 것등 특색있고 개성 넘치는 메시아에 대한 기억들이 있는데 그중 나에게 특별한 감동(?), 혹은 가르침을 준 연주를 소개하고자 한다.

2년 전 미국 뉴저지 변두리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참여한 크리스마스 메시아 연주인데 소규모 챔버앙상블과 오르간이 반주를 하고 음악 전공자가 없는 성가대가 합창을 하였고 당시로는 음악활동을 하지 않는 지휘자님이 지휘를 하였다.

음악회 당일, 크진 않지만 곡마다 주제가 되는 성구를 스크린에 띄우면서 노래가 한 곡 한 곡 진행되었는데 무대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솔리스트들은 객석에 앉아있다가 나가서 노래하고 다시 들어오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순서가 시작되자 흰 스크린에는 각기 찬양의 중심 내용을 담은 말씀 한 구절이 띄워졌다. 내 순서가 아닐때는 객석에 앉아서 눈으로는 말씀을 보고 귀로는 찬양을 듣는데, 내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듣는 것만으로도 내마음이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드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 순간 내 마음에 감동이 이는것을 느꼈다.

그 느낌이야말로 찬송가에 나오는 ‘내 마음의 그윽히 깊은데서 맑은 가락이 울려’나는 느낌이랄까…… 일류 합창단도, 오케스트라도 아니었지만 이전에 없던 감동이 내 마음에 가득 차게 된 것이다.

연주때마다 노래에 빠져서 예수 오신 소식, 그 기쁜 소식을 전하는 천사(메시아 9번)로서 어떻게 그 감정을 잘 전달할 것인가, 채찍에 맞아 물과 피를 쏟으시는 예수님을 생각하며(23번) 괴로워하며 또 슬퍼하며 그 비통함을 어떻게하면 잘 표현할까에 대해 늘 고민하며 무대에 올랐던 나에게는 참으로 신선한, 그리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스크린으로 예수님의 삶을 영화처럼 보여주며 음악을 현실감있게 보여주는 연주,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해서 fine artistry(음악적인 고도의 아름다움)을 들려주는 연주, 전문성은 없지만 열심으로 준비해서 이뤄지는 연주. 이 모든 연주, 다 괜찮다. 다 좋다.

이것이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면 분명 하나님이 기쁘게 받지 않을까? 부르는 이나 회중(연주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한마음으로, 온전히 하늘보좌에 상달되는 찬양으로 드리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음악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올해는 뉴질랜드에서 나의 2017년 첫 메시아 연주를 하게 되었다.
뉴질랜드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절로 찬양이 나온다는 한 성악가의 말에 큰 기대를 가지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일 년간 쉬었던 메시아 근육을 재정비해야지(노래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특정한 역할을 맡고서 그것이 요구하는 특성을 만족시키기위해 연습하는 것을 지칭). 그리고 이번 공연을 통해 받게 될 은혜를 미리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