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면 뇌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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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대개 프로이드나 융과 같은 사람들의 이름과 함께 침대 같은 긴 의자에 누워 이야기하는 것을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혹자는 가만히 듣고만 있는 심리 치료사에게 계속 신세 한탄을 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분들은 심리 치료를 권하면 ‘말 한다고 뭐가 변하나요?’ 라며 꺼려하기도 합니다. 혹시 독자께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네! 많이 바뀝니다!”

우선 뇌가 바뀝니다. 이미 이십 년 넘게 뇌 과학자들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fMRI) 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람의 뇌 기능을 연구해 왔습니다. 이 도구는 실시간으로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 즉 사용되고 있는지 보여주는데 뇌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뇌의 각 부분의 기능을 연구해 왔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을 때와 건강할 때의 뇌가 다른 패턴으로 활성화 된다는 것도 보여 주었고 특정 심리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뇌 기능이 치료를 통해 실질적으로 변화한다는 것 또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성 증후군(PTSD)을 앓고 있는 분들이 트라우마의 악몽을 다시 떠올릴 때 기억 기능을 감당하는 해마 (hippocampus)가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감정 중추로도 불리는 편도 (amygdala)도 함께 활성화 되는데 이로 인해 트라우마의 순간을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때로 돌아가 그 공포의 감정까지 함께 재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으로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심리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편도의 활성화가 점차 줄어들고 결국 트라우마를 기억할 때 다른 기억들과 마찬가지의 패턴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 또한 나와 있습니다. 이렇듯 심리 치료는 단순히 말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적 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꾸어 증상들을 완화시키고 치료에 이르게 합니다.

둘째로 경험의 의미가 바뀝니다. 전 올블랙스 선수이기도 하고 오클랜드 블루스 럭비팀 감독을 지낸 존 커윈(Sir John Kirwan)은 뉴질랜드에서 우울증 홍보대사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우울증 경험을 포함한 자전적 에세이인 ‘올블랙스는 울지 않는다’(All Blacks Don’t Cry) 라는 책도 펴냈는데 그 책에서 존 커윈은 우울증을 치료하고 ‘옛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발병하기 전 ‘옛날의 나’ 처럼 다시 사는 것이 아니라 이 경험을 통해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을 더 깊이 이해하는 그런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심리치료는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실체를 더 잘 이해하고 그 이유나 증상들을 더 잘 알아서 자신을 잘 관리 할 수 있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며 나아가 이런 어려움이 내 삶에서 갖는 ‘의미’를 찾아보고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떻게 바뀌었는가, 어떻게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 갈 수 있는지를 찾을 수 있는 사색과 발견의 기회를 주는 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셋째로 삶의 질이 바뀝니다. ‘심리치료’를 포함해서 ‘치료’라고 하면 항상 먼저 ‘완치’를 떠 올리게 되지만 증상이 지속되어도 의미 있는 삶의 변화를 가질 수 있습니다. 어떤 질환들은 치료의 목적이 완치보다는 관리와 조절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현증의 경우 심리치료를 통해 증상들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분명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발견하고, 배우고, 익히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조현증을 앓고 계셨던 한 여성분의 경우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청과 망상이 경미하게나마 지속되어 가족 관계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리치료를 통해 이런 증상들을 스스로 관리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습득해 자녀의 친구들과 지인들을 자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이로 인해 가족 관계도 매우 좋아질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심리치료는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옵니다. 말하는 것으로 정말 바뀌는 것들이 있습니다. 생각과 말이 몸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다음 회에 더 깊게 나누게 되겠지만 말과 생각의 변화로 뇌가 바뀌듯, 뇌를 바꿈으로서 말과 생각도 바뀔 수 있습니다. 증상이 매우 심할 경우 약물 치료가 선행되어야만 심리치료가 효과를 발휘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사람에게 각자 잘 맞는 약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심리치료도 자기에게 잘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심리치료에는 매우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만한 정신분석이론에 기초한 심리 치료(Psychoanalytical Psychotherapy)도 있지만 정신역동 정신치료 (Psychodynamic Psychotherapy), 대인 정신치료 (IPT), 인지 행동치료 (CBT), 변증법적 행동치료 (DBT), 가족치료 (Family Therapy) 등 다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다양한 심리치료 기법들이 존재합니다. 각 요법마다 장단점이 있고, 각 기법이 어떤 정신 질환 치료에 더 적절한지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법에 상관없이 심리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담자와 상담자와의 관계입니다. 좋은 관계없이는 어떠한 좋은 기법도 쓸모가 없기 마련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상담자를 찾고 그 사람과 신뢰의 관계를 쌓아가기 위해 조금은 여유를 갖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의 여정은 쉬운 여정이 아닙니다. 증세나 마음의 상태가 호전되기 전에 더 아프고 힘들어지는‘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도 주님이 함께 계십니다. 그 길을 주님과 함께 걸으십시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나를 의로운 길로 인도하시는구나. 내가 죽음의 음산한 계곡을 걸어가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지키시니 내가 안심하리라.”
(시편 23편3-4절, 현대인의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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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람
오클랜드 의대졸업, 정신건강 의학과 전문의, 노스쇼어 한인교회장로, 와이테마타지역 보건부 모성정신건강팀 정신과 의사, 정신건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며 의학적이며 또 성경적인 이해는 무엇일까에 대해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