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딸인 난 얼마나 부자겠소?”

“에그~~~! 하나님은 저 넓은 땅, 이 넒은 우주만물을 다 가지고 계시면서 왜 나에게는 땅 한 평도 안주실까?”

이민목회 만 20년을 마치고 처음으로 가져보는 안식년을 맞아 지방에서 초청설교가 있는 남편을 따라 깊은 가을 속으로 여행아닌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깊은 가을답게 사철나무 사이사이 짙게 가을로 물든 아름다운 단풍나무들을 바라보며 한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들을 지나갑니다.

“와! 이쁘다! 참 평화롭다! 참 아름답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한 백년 살고프네~”

그렇게 말하고 나자 문득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갑자기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 불쑥! 튀어 나온 말이

“에그~~~! 하나님은 저 넓은 땅, 이 넓은 우주만물을 다 가지고 계시는 땅부자시면서 왜 나에게는 땅 한 평도 안주실까?”

땅에 눈이 멀어버린 나는 그 뒤론 아름다움도…평화로움도 잃어버리고 땅에 온 마음을 빼앗겨 이 땅도 좋다, 저 땅도 좋다! 다 좋다! 부동산 투기녀 마냥 이 땅, 저 땅, 두리번거리며 눈에 다 찍었습니다.

마음속 궁시렁거림이 사라지기도 전에 푸른초원을 갈아엎고 즐비하게 지어 놓은 새 집들이 쫙~보입니다.

“에구~, 우리 하나님은 저 많은 집 가운데 왜 우리에게 집 하나도 안주실까? 집 하나만 주시지~.”

렌트비 걱정 한번 안해보고 살고픈 마음이 이번에는 집에 눈이 멀고 마음이 멀어버렸는지 갑자기 또 하나님께 서운함으로 가더니 급기야는 운전하는 남편을 흘깃거리며 톡! 한마디 합니다.

“에구~~, 이 나이에 땅 한 평도 없고, 집 한 채도 없구. 누가 두 채 달라고 해, 세 채 달라고해? 딱 한 채면 되는데 말이여~~”

옆에서 말없이 운전하던 남편이 속물 쳐다보듯 저를 쓱쳐다보며 어이없다는듯이 말을 합니다.

“땅 타령, 집 타령하는 걸 보니 장명애가 나이가 먹긴 먹었나 보네. 저 땅이 다 내 땅이요~, 저 집이 다 내집이요~ 하고 살면 되지 뭘 그래?”

“그렇지 뭐. 저 땅이 다 내 땅이요, 저 집이 다 내집이요 하고 살면 되지, 뭐. 어쩌겠수!”

말은 그렇게 하지만 깜빡이 급히 틀고 앞으로 차고 들어 오는 운전자를 향해 괜스레 핀잔을 줍니다.

“그렇게 바쁘면 어제 가지 왜 오늘 가면서 끼어들고 난리야?”

땅 한 평도, 집 한 채도 못 얻고 속물 신세가 된 나는 눈을 크게 떠서 저 넓은 들판을 다 내것으로, 마음을 크게 열고 저 많은 집들을 다 내 집으로 삼고 콧노래 부르며 총총 제 갈 길을 갔습니다.

부자, 마음의 부자!
가진 것이 없어도 다 가진 자 처럼 살아가는 마음의 부자!
이 땅도 다 내 아버지 것이요,
저 땅도 다 내 아버지 것이요,

이 집도 다 내 아버지 것이요,
저 집도 다 내 아버지 것이요,
이 우주만물이 다 내 아부지 것인데…
아부지 딸인 난 얼마나 부자겠소?

오늘도 난 우리 아버지 땅을 차로도 다니고, 걸어도 다니고, 뛰어도 다니면서 내가 밟는 이 땅은 다 내 아부지 땅!
힘차고, 당당하게 밟고 다닙니다.

이전 기사열두광주리 5주년을 맞아
다음 기사지역교회의 안식년 선교사 돌보기
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