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상실증후군(Boiled Frog Syndrome)

얼굴이 하얀 단발머리 소녀가 자신의 엄니 손에 이끌려 상담차 찾아왔다.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상담이다. 통성명과 각자 소개가 있었다. 하얀 단말머리 소녀는 진주(가명: 여17세)이며 뉴질랜드 유학 8개월 차이다.

서울 근교의 작은 도시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다. 아버지는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설계사이다. 소녀는 미술에 남다른 재주가 있어서 미래에 패션디자이너가 희망이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불만이 많다.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면 그들에게는 꿈이 없단다. 아버지가 의사가 되란다. 엄니가 교사가 되라고 한다. 선생님이 간호사를 추천했다는 둥…어른들 얘기가 전부란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기는 어느 행성에서 온 아이란다. 도대체 너희들만의 인생은 무엇이야. 너희들의 꿈은 무엇이야. 고민하고 갈등을 하다가 아버지와 담판을 했다.

나만의 꿈의 실현을 위하여 유학을 가겠다. 아직도 자신은 어리니까 엄니의 도움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만 엄니의 도움을 받게 해달라고 아버지랑 빅딜을 한다. 처음에는 협박조로 거절한다. 다음에는 점잖은 설득과 충고로 유학을 포기하게 한다. 마지막에는 소녀들의 친구까지 동원하여 포기를 종용하는 로비까지 한다.

설득과 충고, 협박과 포기종용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한다. 그녀의 확고한 의지와 뚜렷한 비전에 아버지도 끝내는 두 손을 든다. 그리고 조건부로 유학을 허락한다.

첫째, 3년간은 엄니가 뒷바라지를 한다. 3년 후에 대학을 진학하면 엄니는 고국으로 철수한다. 대학 4년간은 플랫을 하든지 홈스테이를 하든지 홀로서기를 한다.

둘째, 대학까지의 학비 도움을 전제로 용돈은 틈틈이 알바로 자신이 해결한다. 미래의 결혼비용은 본인이 벌어서 감당한다. 혼수비용 일체는 부모가 관여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약속으로 소녀는 꿈에도 그리던 유학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17세인 진주와의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의 확실한 비전에 대해서 깜짝 놀란다. 경쟁과 입시 일변도의 교육환경에서 어쩜 이렇게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세울 수 있는가.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가는 것이라는 어느 담론가의 말이 생각난다. 단말머리 진주의 후일담은 해피 앤딩이다. 그녀는 현재 미주에서 제법 성공한 패션디자이너로서 입지를 세워간다는 후일담이다.

그레뉴이에(Grenouille)라는 프랑스 요리가 있다. 이 요리비법에 전해지는 얘기가 있다. 프랑스 요리사들이 처음 개구리 요리를 만들면서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산 채로 넣었다. 그러자 놀란 개구리가 냄비 밖으로 튀어나온다.

요리사는 뜨거운 물을 뒤집어 쓴다. 팔딱팔딱 뛰는 개구리를 잡노라 주방은 북새통이다. 요리사는 엄청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미지근한 물에 개구리를 넣어서 서서히 가열하여 삶는 방법을 생각한다. 개구리는 미지근한 물에 적응이 되어 서서히 신경이 마비되어 요리가 된다. 이처럼 서서히 진행되는 환경 변화에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진다.

그 익숙함이 최악의 결말을 준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 된다.
이것을 ‘비전상실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라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이와 같다. 2년만에 방문한 고국의 피폐한 경제현상은 가까운 쇼핑타운의 텅텅 빈 점포가 말해 준다. 식당 가는 때가 되었는데도 한산하다. 텔레비전은 실시간으로 총선에 대한 것으로 도배를 한다. 나라가 절단나고 열강에 침탈당할 때도 언론은 항상 정권과 야합을 했다.

난세를 평정할 지도자를 역사는 요구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국론으로 안개정국을 돌파할 세기의 영웅이 필요하다. 만인지상의 그 한자리는 내 것이라고 부르짖는 지도자라 하는 이는 여러 명이다. 국고는 바닥이 났다고 하는데도 무상약속을 공약으로 남발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열강은 먹잇감을 찾는 하이에나와 같다. 호시탐탐기회를 엿보는 열강의 눈은 시퍼렇게 날이 서있다. 국난의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운다. 정복자들의 거센 말발굽이 질풍노도와 같이 다가온다.

국난극복의 대안과 대비책은 무엇인가? 최악의 결말을 막아 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감은 너와 나,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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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춘천교대와 단국대 사범대 졸업. 26년 간 교사. 예장(합동)에서 뉴질랜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밀알선교단 4-6대 단장으로 13년째 섬기며, 월드 사랑의선물나눔운동에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닿지 않는 가정 및 작은 공동체에 후원의 손길 펴면서 지난해 1월부터 5메콩.어린이돕기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