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드니

뉴질랜드 헤럴드 신문에서 황당한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그 기사는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18세 청년 밀란 쉬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밀란은 호주 시드니를 방문할 계획이었습니다. 본래 그는 호주에서 1년 정도 백팩킹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자신이 탄 비행기가 호주의 시드니가 아닌 캐나다의 시드니로 날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캐나다에도 시드니가 있습니다. 물론 정확히 하자면 영어로는 Sydney 가 아닌 Sidney 입니다. 시드니는 캐나다 빅토리아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해안 도시입니다. 하지만 빅토리아 국제공항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사실 빅토리아의 관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온화한 기후와 바닷가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밀란은 항공권을 구입할 때, 실수를 저질렀던 것 같습니다.

보통 호주까지 항공료가 일천 유로 정도인데 그는 팔백 유로에 항공권을 구입했습니다. 싼 가격에 항공권을 구입하고 그는 무척 기뻤습니다. 그리고 호주 시드니에 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그가 비행기를 타려했을 때, 비행기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그 비행기로 정말 호주에 갈 수 있다는 것인가 의문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자신의 좌석에 앉아서 앞에 있는 스크린에서 비행경로를 보고서 그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호주가 아닌 캐나다에도 시드니가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같은 비행기 안에 자신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서 온 한 여성도 호주 시드니로 가는 줄 알고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캐나다 시드니로 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 것입니다.

결국 밀란은 캐나다에서 곧바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항에는 그의 아버지가 나와 있었습니다. 아들을 본 아버지는 아들이 무척 가엾게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항공사에서 이런 사연을 알게 되었고 밀란에게 시드니로 갈 수 있는 무료 항공권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캐나다 시드니가 아닌 호주 시드니 말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시간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합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시간은 돈이다” 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을 정도입니다. 그처럼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의 성공이 모두 시간의 문제에 달려있다고 믿도록 합니다.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없이 보낸 시간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게 만들어 모두가 시간에 목을 매며 살아가게 만듭니다.

물론 시간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방향입니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방향을 잃어버린 시간은 무의미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낭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늦었다고 주저앉지도 마십시오. 뒤처졌다고 한숨 쉬지도 마십시오. 마음이 급할수록 시계 보다는 나침반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내가 지금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연대기적 시간인 ‘크로노스’를 살면서도 의미있는 시간인 ‘카이로스’를 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