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술계에서의 K-ART 위상

싱가포르에서는 매년 2월에 ‘싱가포르 아트 위크’ 라는 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국제적인 대형 미술전시회인 아트 스테이지(Art stage)를 비롯하여 ‘싱가포르 비엔날레’ 는 물론 20여개의 미술 이벤트가 한 달 동안 시내 각 곳에서 열렸다.

세계 33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173개의 갤러리가 참여한‘아트 스테이지’의 행사에는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 수집가, 화랑경영자 등의 다양한 미술 관계자들이 전시회 및 워크숍에 참여하여 세계 미술의 흐름과 현대 미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행사들을 빛내 주었다.

이런 행사를 통해서 싱가포르 미술계에서는 시민들과 학생들이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간 서양이 주도해 오던 현대미술의 시장이 점차 아시아로 이동해오고 있는 시점에서, 싱가포르는 전세계의 미술작품들을 관광과 함께 마케팅하고 있다.

그간 아시아에서 미술 시장을 주도해오던 홍콩이 국제적인 아트페어 등을 통해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으나 싱가포르 역시 새로운 산업동력으로서 미술산업을 육성하면서 세계미술시장에 급부상하는 아시아 미술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작품들을 비롯하여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작가들의 특색 있는 작품들과 더불어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대표하는 호주와 뉴질랜드 작가들의 작품도 싱가포르에서 관람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작년에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트 스테이지’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단색화’(Danaekhwa/Mono Chrome) 부스가 설치되어 한국미술의 진가를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단색화를 소개하는 세미나가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듯이 싱가포르 라셀미술대학에서 몇 년전에 개최되었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단색화는 현대 한국 미술계를 이끌어 온 원로 작가들 김환기, 이성자, 정창섭, 윤형근 등과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이우환 등의 작가들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동양의 수묵화와 서양의 추상화가 자연스럽게 접목되어 한국적인 새로운 조형성을 추구한 한국 스타일의 단색화는 유화에 사용되는 재료를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서양화에서 찾아 보기 힘든 독창적인 미와 자연에 기반을 둔 미학적인 개념을 다양한 재료로 표현하고 있다.

단색화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한국적인 느낌들은 오랫동안 보아왔던 서양의 추상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선함을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명상과 수양을 통해 높은 경지를 향해 나아가는 자아와의 싸움을 보여 주듯이 반복되는 선의 집적과 반복을 통해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한 심오함과 심미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장소에서 어느 그림과 함께 걸어도 충동없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바로 서양의 미니멀리즘(Minimalisim)이나 모노크롬(Mono Chrome)과 한국의 단색화가 구별되는 점이다.

지난 2월 ‘싱가포르 아트 위크’의 행사의 일원으로 ‘싱가포르 컨템포러리’ 전시회가 선텍시티 컨벤션 홀에서 열렸다. 여러나라의 화랑들의 참여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싱가포르의 미술전시회에서는 한국의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다양한 개성을 표현하는 풍부한 소재와 기술과 아이디어와 철학이 담겨 있어 세계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한국의 10여개의 화랑들이 참여했으며 회화와 조소는 물론 설치미술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싱가포르에서의 현대미술 전시회에서 한국 작품을 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다양한 장르와 재료 및 기법들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의 다양성과 첨단 기술 및 다양한 정보의 공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 미술의 다양성은 아시아 미술을 주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국제무대에서 저평가되었던 한국미술의 가치와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유럽과 미국시장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한국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컬렉터들과 국제적인 화랑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다양한 아트 페어에 가보면 단지 한국화랑 뿐만 아니라 각 나라 화랑의 전시작품 중에 한국의 유명작가의 작품을 발견하는 것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싱가포르에 있는 호주 화랑에서는 최근에 한국의 신예작가의 개인전을 열어 주었다. 동양적인 분위기가 담겨진 한지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서양화의 기법과 색상을 입힌 그림의 분위기가 독특하게 느껴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아트 아파트 페어’는 호텔을 선정하여 객실 곳곳에 전시를 하고 있는데 이때 한국 화랑들이 가장 많이 참여한다. 그만큼 한국이 다양한 작가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으며, 신진 작가들의 산뜻한 아이디어들이 작품에 반영되어 관람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신선함을 주는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해외 화랑들은 아직 저평가된 한국 신진 작가의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차세대 작가들을 선정하여 시상을 하는 프로그램에도 한국 작가들이 자주 선발되어 수상을 한다. 그리고 국제 미술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싱가포르 국립 미술관에 전시되기도 한다.

특히 IT와 접목된 작품들은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파격적인 작품들로 아시아 미술의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디어 아트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 때 사용되는 모니터와 프로그램 등은 한국이 가진 자체 테크놀로지와 결합되어 다양한 이미지를 작품으로 구현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K-Art는 이제 시대와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내면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공감하게 한다. 또한 독자적인 관점은 물론 다양하고 기발한 표현들을 통해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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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미
10년동안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교육이민의 경험을 담아낸‘해외에서 보물찾기’저자로 글로벌 시대의 자녀교육을 위한 교육 에세이를 출간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현재 싱가포르에서 아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한류에 대한 교육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