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복덕방

멜번발 브리즈번 행 JQ 570은 오후9시15분에 이륙한다. 출발 승강장 게이트는 오후7시50분에 닫는다고 한다. ㅇ집사의 주도면밀한 섬김은 일찍 시작된다. 뉴질랜드에서 멜번으로 이주한 이래로 귀한 손님(?) 은 처음 맞이 한다.

뉴질랜드 생활 5년에 호주생활 5년이니 타국생활도 어언간에 10년이다. 타국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국 떠난 10여년에 청춘만 늙었다네.

한때 우리나라가 어렵고 힘들 때이다. 이때에 국민애창곡 1호인 ‘타향살이’가 클로즈업 된다. ㅎ집사의 고향은 고국 남단의 작은 섬이다. 계절따라 바닷물 색은 변한다. 물길따라 오가는 바다 철새도 각양각색이다. 밀물과 썰물 때면 갯벌에 자태를 드러내는 해산물도 다양하다.

해가 저물도록 바닷가에서 쌓던 모래성의 추억은 그들만의 전유물이다.

모래성이 하나둘 허물어지면/ 아이들도 하나둘 집으로 가고/ 내가 만든 모래성이 허물어지면/ 마을에는 호롱불이 반짝입니다.

추억을 회상하는 그의 얼굴은 옛적의 소년의 그 모습이다. 고향을 말하면 그는 할말이 많아지고 눈가는 촉촉히 젖어온다. 고향에 다시 돌아 가고 싶어요. 고향이 너무 좋아요. 언젠가는 꼭 갈 겁니다. 언제인가부터 애수에 젖은 흘러간 노래는 그를 너무 향수에 젖게 한다. 그래서 그는 작심한다. 고향에 가기 전까지는 타향살이는 노래하지 않을거야. 고향의 향수를 애써 참으며 달래며 누르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그렇게 고향에 가고 싶은 것을 보면 아마도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게다. 그런데 아니란다. 고향에는 불행하게도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부모님들도 모두 돌아가셨다.그나마 고향의 선산을 지키며 타국나간 막내를 기다리던 형아와 누나들도 모두 육지로 나간 지가 오래 되었다. 옛적 동무들도 거의 없다. 그런데 왜 그는 고향에 못가서 저리도 안달일까. 고향의 냄새가 그립단다. 고향색이 보고 싶단다. 고향바다가 너무나 보고 싶단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잔함이 그의 표정에 짙게 드리운다.

저녁식사를 느긋하게 즐긴 후에도 공항 도착까지는 시간이 일러서 여유를 부린다. 국내선 출발이야 한시간 전이면 되겠지. 20여분 되는 거리를 단숨에 달려서 공항에 도착한다. 재회를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한다. 비행출발은 아직도 1시간이나 남아서 체크인 데스크를 찾는다. 간신히 찾은 데스크엔 불이 꺼지고 아무도 없다. 아뿔사 뭔가 잘못되었구나. 이때부터 등에서는 식은 땀이 난다.

어렵게 보안요원을 만나서 항공티켓을 보이니 여기가 아니란다. T4에 가야 하는데 급한 김에 T3에 갔으니 낭패로구나. T4 체크인 데스크에서 티켓을 확인하더니 게이트의 문이 5분전에 닫혀서 오늘 출발은 안된다고 한다. 오늘 꼭 가야된다고 여러번 말했지만 거절이다.

저가 항공권은 제 날짜와 시간을 구매자가 지키지 못하면 무효가 된다. 출발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데 사무원이 부른다. 낼 아침에 가겠으면 항공권을 주겠단다. 페널티 50불을 내고 이튼날 아침에 출발하는 항공권을 받아 들고 감사한다.

찬바람이 쌩쌩부는 버스승차장에서 잠시 생각한다. 오늘밤의 숙소는 어디로 하지. 바람 부는 낯선 공항에 혼자 남겨진 이방인의 애환이 순간에 쏴아 밀려든다. 썰렁한 이 기분은 무엇일까. 이 심정으로 낯선 숙소에서 잠이 올까. 혼란한 감정을 수습하여 ㅎ집사네로 SOS를 보낸다.

소아시아에 일곱개의 교회를 개척하며 위대한 전도자의 삶을 살았던 사도 바울이 문득 생각난다. 순례자의 지친 삶이 이랬을까. 사막의 모래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며 타박타박 걷던 걸음걸이, 실개천에 흐르는 한웅쿰의 물로 허기진 배를 달랬을 선배 전도자들의 비애가 가슴에 쏴아 밀려 온다. 기다려주는 사람은 없고 가야할 곳도 딱히 없다.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 곳, 주 복음 전하리. 타야 할 비행기를 못 타고 잠시동안 기다리던 승강장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2016 성탄절에 만날 사람들이 500명+이다. 기다리는 사람들과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만날 사람들은 난민촌에 수용된 이방인들이다. 맞벌이 나간 자녀들 빈집을 지키며 학교에서 돌아올 손자손녀를 기다리는 독거어르신들이다. 기러기 아빠, 엄마로 살고 있는 싱글맘들이다. 사역과 공부로 심신이 지친 신학후보생들이다. 생활비가 늘 부족하여 적자가계부로 마이너스인생을 살아가는 다민족들이다. 일년 열두달 찾는이 없고 갈 곳도 없는 사고무친한 이웃들이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에 단 한번도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이들이다. 필리핀과 태국의 산지족들과 선교사들이다. 피지의 산동네와 바닷가 동네에 옹가종기 살고 있는원주민들이다. 바누아투의 간호학교의 학생들이 다.뉴질랜드 돈 1불이면 한끼 식사를 충분히 할 수있는 미래의 나이팅게일 후예들이다. 일년 동안에 땀흘려 모은 돈을 가난한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기다려 주는 후원자들이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다. 시장 보면서 한개 두개 모은 동전이 가득한 돼지 저금통을 준비하고 있는 가정주부들이다.

1년에 두번씩 정기적으로 후원에 참가하는 정기후원자들이다. 1년 동안 모은 선교비를 어디로 보낼까 망설이는 선교회들도 우리들이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오는 성탄절에도 기다림과 기다림의 만남을 주선하려고 한다.

따뜻한 마음과 마음을 주선하는 사랑의 복덕방을 열고자 한다. 이민생활에 찌들고 멍든 이들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기쁨과 행복이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