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전상서

“하나님, 늘 안녕하시죠?
제가 늘 말로만 기도를 드리다가 이제는 하도 답답해서 이렇게 ‘하나님 전상서’ 라고 편지를 써서 올립니다.

아무리 기도를 드려도 들으시는 지, 못 들으시는지 알 수 가 없어서 이렇게 글로 써서 올려드리오니 눈을 열어 보시고 제 기도에 말씀 좀 해주셔요.

교회 옆에 화장실도 지어야 하고, 조그마한 부엌도 만들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필요한 것이 많이 있는지…돈이 아니면 물건으로 채워 주옵소서. 하나님, 어떻게 하실건가요? 하나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구하라고 하셨잖아요? 두드리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구하고 두드렸으니까 주세요. 열어주세요. 제발 답장 좀 해주셔요. 훌쩍훌쩍! 엉~엉~엉!”

다민족 교회를 섬기시는 어느 사모님께서 교회에 화장실이 없어 남의 집 화장실을 빌려 쓰다 보니 맘대로 오고 가지 못하고 큰 거, 작은 거 너무 참아 때로는 방광염으로, 때로는 오줌소태로, 때로는 심한 변비로 여러 번 고생을 하다가 그마저 화장실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자 어찌하든지 간에 이제 화장실을 지어야만 할 때가 온 겁니다.

다민족 교회라고 하지만 거의 섬나라 사람들인지라 퍼줘도 퍼줘도 끝이 없는 상황입니다. 교회 화장실 지을 형편은 안되고, 그렇다고 집에 가서 볼일 보고 다시 오랄 수도 없고, 이러한 상황이라고 통사정을 하면서 기도를 드려도 아버지는 묵묵부답이시고…

그러다가 급기야는 종이와 펜을 들고 옛적에 연애편지 잘 썼던 경력(?)을 살려 ‘하나님 전상서’ 편지를 썼습니다.

연애편지 쓰던 달콤한 사랑 고백은 어디로 다 말아 먹었는지 첫 서두부터 이것 필요하고 저것 필요하고 요것도 필요하고 조것도 필요하고…

한 참을 쓰다 양심이 제자리로 돌아오면 지웠다가 다시 쓰고, 또 열 받으면 다시 썼다 지우기를 여러 번 반복한 끝에 그럴듯한 계산서(?)가 아닌 화장실 견적서, 부엌 견적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편지를 받으신 하나님께서 멋진 화장실뿐만 아니라 멋진 부엌까지 짓게 하시고 덤으로 넓직한 데크까지 만들 수 있도록 멋지게 답장해 주셨다는 거 아닙니까?

어느 날, 저도 그대로 해봤습니다.
좋은 건 따라하고 나쁜건 버리고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눈을 감고 계시는지, 귀를 막고 계시는 지, 입을 다물고 계시는 지, 주무시고 계시는 지 아무런 액션이 없으신 하나님 앞에‘하나님 전상서’하고 편지를 썼습니다.

“하나님 아부지, 히스기야가 앗수르의 왕 산헤립의 편지를 들고 하나님 앞에 펴 놓고 ‘그룹들 위에 계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는 천하 만국에 홀로 하나님이시라 주께서 천지를 만드셨나이다 여호와여 귀를 기울여 들으소서 여호와여 눈을 떠서 보시옵소서’ 기도 드리자 ‘내게 기도하는 것을 내가 들었노라’ 말씀하지 않으셨나이까?

하나님, 눈을 떠서 이 편지를 보시옵시고, 나의 소원을 이뤄 주시사 천하만국이 주 여호와가 홀로 하나님이신 줄 알게 하옵소서.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하셨잖아요? 나보고만 행하라고 하지 마시고 하나님도 저에게 행함으로 먼저 본을 함 보여봐 주세요.”

‘하나님 전상서’ 편지를 써 가지고 다닌 지 꽤 많은 시간들이 지났습니다.

‘하나님도 먼저 행함으로 본을 보여달라’고 맞짱(?) 뜬 것이 괘씸해서인지, 말씀을 들이대며 넘 거룩(?)하게 기도해서 인지 성경책 갈피에 곱게 접어 넣어 논 ‘하나님 전상서’ 에는 나 혼자 수없이 지웠다 쓴 흔적들만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세월 지난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꽝!’

‘꽝!’입니다.

그런데
그 ‘꽝’도

하나님의 응답임을 감사하고 있답니다.

장명애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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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