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베른의 “15 소년 표류기”

15소년 표류기(Two Years’ Vacation)는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쓴 프랑스의 어드벤처 소설이다. 줄거리를 살펴보자.

소설은 뉴질랜드에서 시작된다. 1860년 2월의 어느 날이다. 오클랜드 항구에 슬룻(sleuth)이라 명명된 100톤급의 범선이 정박해 있다. 이 배엔 8살에서 14살 사이의 체어맨(Chairman)학교 학생 열네 명이 승선해 있는데, 이들은 배를 타고 6주간의 방학을 보낼 예정이다.

(잠깐! 이 소설에선 뉴질랜드의 수도가 웰링턴이 아니라 오클랜드로 되어있다. 어떻게 된 걸까? 작가 쥘 베른이 틀린 것일까? 그러나 정답은 “맞다”이다. 오클랜드는 1841-1865에 뉴질랜드 수도였는데, 이 소설의 시점이 1860년이기 때문이다)

열네 명의 학생들 중 대부분은 영국 출신이었는데, 타국인은 미국에서 온 고든(Gordon)과 프랑스 출신의 브리앙(Briant) 및 그의 동생 자크(Jacque) 등 세 명이었다. 선장과 선원들은 내일 출항을 앞두고 다들 배에서 내려 먹고 마시고 있고, 배엔 이들 학생과 견습 선원인 모코(Moco)가 있으며, 또 나중에 무인도에서 큰 활약을 할 강아지 팬(Phann)도 함께 있다.

그런데 밤새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부두에 묶어둔 밧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풀리면서 배가 바다로 표류하게 된 것이다. 배는 이내 폭풍에 휩싸여 난파되었고 소년들은 가까스로 한 섬에 올랐다.

소년들이 섬을 탐사한 결과, 그곳에서 금방 탈출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장기전에 대비한다. 자신들의 리더로 대통령을 뽑았는데, 1대 대통령은 미국출신의 고든이었다. 그들은 그 섬을 자신들의 학교 이름을 따서 체어맨 섬이라 부르고, 새롭게 정착한 동굴을 확장해 더 살기 좋은 장소로 바꿔 간다. 그들은 많은 모험을 겪으며 동물을 사냥하고 또 잡아서 가축으로 기르기도 하며 생존의 지혜를 배워간다.

그 과정에서 소설은 3가지 해결과제를 독자들 앞에 펼쳐놓는다. 먼저 드니팬(Denipan)과 브리앙(Briant)의 불화다. 드니팬은 영국 출신 학생들의 리더격인데,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프랑스 출신인 브리앙에게 인기 면에서 밀리자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브리앙은 성품이 좋아 인기를 얻었던 것인데, 리더의 자리를 탐한 드니팬은 심한 질투심을 느낀 것이다.

다음은 배가 표류된 이래 브리앙의 동생인 자크에게서 웃음이 사라진 점으로 독자들은 이에 대한 궁금증을 내내 떨쳐버리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섬에서 탈출할 희망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초반을 긴장으로 몰고 가던 소설은 중반을 넘어서면서 멋진 반전을 보여준다. 먼저 드니팬과 브리앙의 불화 문제가 감동적으로 해소된다.

고든에 이어 브리앙이 2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드니팬은 이에 불만을 품고 추종자 3명과 더불어 무리를 떠났다. 그러나 그 후 브리앙이 위기에 처한 드니팬을 구해주면서 둘은 극적으로 화해하게 된다.

또 하나는 자크의 비밀이다. 원래 배가 표류된 이유는 자크가 장난삼아 부두에 묶어둔 밧줄을 풀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 때문에 자크의 얼굴이 그간 그토록 어두웠던 것이다. 그러나 자크는 형 브리앙에게 그 사실을 밝힌 후 마침내 공개적으로 소년들에게 털어놓았고 소년들은 그런 자크를 기꺼이 용서했다.

마지막으로 소년들은 어떻게 섬을 탈출하게 되었을까? 그 문제의 해결엔 다른 난파선으로 섬에 오게 된 어른들이 개입된다. 그들 중 악당이 있어 분열이 일어나는데, 소년들이 도와 악당을 물리치자 어른들이 다시 소년들을 도와 함께 섬을 탈출하게 되는 것이다.

소년들이 표류되어 머물렀던 섬은 남미의 칠레 쪽 섬이었다. 6주간의 항해를 계획한 소년들은 뜻하지 않게 무인도에서 2년간의 방학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묵상과 교훈
소년들은 모진 고생을 하였지만, 앞으로의 인생에서 더할 나위 없이 값진 교훈도 얻게 되었다. 그 교훈을 독자 입장에서 적어본다.

우선 리더십과 관련한 교훈이다. 인간적으론 드니팬이 브리앙에게 질투를 느끼는 게 어쩌면 당연할 법하다. 드니팬은 다수파인 영국 출신인 데다 리더가 되고자 하는 욕구가 누구보다 강했다.

그러나 우린 성경의 교훈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수님이 마가복음 10:44에서 친히 말씀하신 기준이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예수님이 스스로 그 모범을 보여주셨다. 44절에 이은 45절 말씀이 바로 그것이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복음의 위대함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섬기셨다는 사실에 있다. 하나님께서 그러하실진대, 우리가 어찌 감히 교만을 떨 수 있으랴.

브리앙은 자기와 반목하는 드니팬에게 악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무리를 떠난 드니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그 결과 화평을 이룰 수 있었다. 로마서 12:18은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고 말씀한다. 어떻게 해야 이 말씀대로 살 수 있을까?

우린 그 해답을 12:21의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에서 찾을 수 있다. 브리앙이란 소설 속의 캐릭터에 녹아있는 성경적 삶이다.

자크는 자기 때문에 배가 표류되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형 브리앙에 이어 소년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마침내 용서를 얻게 되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하루에 일곱 번이라도 네게 죄를 짓고 일곱 번 네게 돌아와 내가 회개하노라 하거든 너는 용서하라 하시더라” 오늘날 사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 말씀의 적용사례를 우린 이 소설에서 보게 된다.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2020.7.12 크리스천라이프의 소설예배 참조)과 곧잘 대비된다. 둘 다 소년들의 무인도 모험이야기다. 하나님은 인간의 죄된 본성을 억제하기 위해 거듭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선한 양심(로마서 2:14-15)을 남겨두셨다. 성경의 관점에서 ‘파리대왕’은 원초적인 죄의 본성을 부각시키고, ‘15소년 표류기’는 선한 양심에 주목한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구원이 외부로부터 임한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두 소설이 채택한 이러한 플롯에서 크리스천 독자가 만나는 교훈은, 절망적 상황에 처한 우릴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은혜다.

여기에 또 다른 대비가 있다. 하나님의 은혜는 브리앙 같은 양심적인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드니팬이나 ‘파리대왕’의 잭 일당처럼 죄성이 앞서는 인물에게도 임할 수 있다.

설령 그럴지라도, 은혜는 하나님의 주권적 선물이므로 누구도 감히 가타부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취할 도리는, 은혜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다는 간절한 마음을 올려드리며 오직 하나님을 예배할 뿐이다.

그때 그 예배의 자리에서 만약 하나님께서 “너가 무인도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살 것이냐?”고 질문하신다면 우린 어떻게 답할 것인가?

소망컨대,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은혜를 갈망하며, 선으로 악을 이기는 삶을 살겠습니다”라는 답을 바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