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의 추억이 낳은 걸작품들

오늘 들을 곡은 차이콥스키의 현악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입니다. 음악을 듣기 전에 잠깐 플로렌스가 낳은 위대한 예술가 단테와 그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탈리아어로는 피렌체(Firenze)라고 하는 플로렌스(Florence)
이탈리아어로는 피렌체(Firenze)라고 하는 플로렌스(Florence)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주도(州都)로 아르노 강변에 위치해 있으며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건축과 예술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피렌체’라는 말 자체에 ‘꽃피는 마을’이라는 뜻이 들어있으니 이곳에서 문화의 꽃이 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에 일찍이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을 쓴 단테(Alighieri Dante, 1265~1321)는 이 도시를 흐르는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 다리 위에서 그의 영원한 사랑 베아뜨리체(Beatrice)를 만나 첫눈에 반했습니다.

단테(Dante)의 영원한 사랑 베아뜨리체(Beatrice)
단테(Alighieri Dante, 1265~1321)가 그의 영원한 사랑 베아뜨리체(Beatrice)를 보고 첫눈에 반했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9살이었습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축제에 따라 나갔다가 8살 소녀 베아트리체를 보고 정신을 빼앗겼는데 만남의 순간은 지극히 짧았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내 사랑이 내 영혼을 압도했네’라고 노래하며 평생 그녀를 찬미하였으니 천재들은 사랑에 눈뜨는 나이도 보통 사람보다 한결 빠른 모양입니다. 그 뒤 9년 후 어느 봄날에도 그녀 생각을 하며 산타트리니타 난간에 기대서 있었는데 마침 폰테 베키오를 지나 걸어오는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베아트리체는 이런 단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지나쳤고 단테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가 그녀가 사라진 뒤에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렇지만 그 뒤 2년이 지난 후 단테는 부모가 정해준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해야만 했고, 또 베아트리체는 그 2년 뒤 1287년에 다른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었지만 그녀와의 짧은 두 번의 만남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그의 가슴에 영원히 남았습니다.

플로렌스의 추억이 탄생시킨 신곡(神曲)
그 뒤 단테는 글쓰기에 열중하였는데 3년 뒤 베아트리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24세의 꽃다운 나이로 그녀가 죽은 것입니다. 비록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마음속의 연인이었지만 그녀의 죽음이 단테에게 끼친 영향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여인이 영원히 천상으로 가버리자 그의 가슴 속에선 더욱 강렬한 사랑의 불꽃이 타올라 꺼지지 않았고, 나중에 그의 작품 속에서 승화되었습니다. 그녀가 없었다면 단테의 신곡(神曲)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문호 괴테가 ‘인간의 손으로 빚어진 최고의 작품’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신곡은 단테가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후 망명지에서 19년 동안 힘을 다해 완성한 신학적 장편 대 서사시입니다.

베아트리체는 그 신곡에서 단테를 천국으로 인도하고 구원하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단테가 이 인물을 평생 그리워했던 것을 두고, 그의 아내는 ‘만약 그녀와 맺어졌으면 평생 그렇게나 그리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플로렌스에서 두 번에 걸쳐 잠깐 만난 여인에 대한 추억을 승화시켜 단테는 신곡(神曲)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차이콥스키는 잠깐 이곳에 머물렀던 추억을 되살려 아름다운 음악을 탄생시켰습니다.

차이콥스키 현악 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Souvenir de Florence)’
이렇게 유서 깊은 사연이 구석구석 숨어있고 또 그 풍광도 아름다운 곳이기에 차이코프스키는 1890년 여기서 얼마간 머무르는 동안 이 도시가 풍기는 문화적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고아하며 매력적인 도시 플로렌스로부터 받은 예술적 영감을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첼로의 선율에 고스란히 담아 만든 곡이 그의 현악 6중주곡 ‘플로렌스의 추억’입니다. 현악 6중주곡은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각각 두 대씩 편성되는 독특한 악기 구성이기에 작품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도 차이콥스키의 곡 이외의 현악 6중주 작품으로는 브람스(Brahms)의 곡이 유명한 정도입니다.

이 곡을 작곡하는 동안 차이콥스키가 동생 모데스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흔한 방식으로 작곡하는 게 싫어서 6개의 소리로 시도하고 있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든다”고 토로한 것을 보면 작곡에 애로가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의 고생은 헛되지 않아 이와 같이 아름다운 곡이 탄생했습니다.

이 곡을 듣다 보면 6개의 악기가 조화를 이루어 이렇게도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활로 긋고(arco 주법) 또 필요할 때엔 손가락으로 뜯어서(pizzicato 주법) 내는 6개의 현악기가 내는 소리의 조합이 우리를 그 선율에 실어 고도(古都) 플로렌스로 데려갑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묘미는 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덧 ‘플로렌스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인한 선입감을 벗어나 플로렌스가 속한 남유럽만이 아닌 러시아와 동양의 정서를 아울러 느낄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곡 전체에 흐르는 빠른 템포와 화려한 선율 속에 차이콥스키 특유의 고독, 그리고 고국에 대한 사무칠 만큼 깊은 그리움이 넘쳐납니다. 몸은 플로렌스에 있었지만 마음은 러시아를 향해 있었던 차이콥스키의 눈에 비친 아름다운 꽃의 도시 피렌체 혹은 플로렌스의 정경이 눈에 아스라이 떠오르도록 만드는 풍성한 현(絃)의 향연입니다.

곡의 구성: 모두 4악장으로 되어있습니다
1악장 Allegro con spirit 6대의 현악기가 단조의 멜로디를 빠르고 기운차게 이끌어 나가지만 그 안에 낭만적이면서도 쓸쓸한 우수의 감정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2악장 Adagio cantabile e con moto 사랑이 가득하다 넘쳐나 눈물까지 나오게 하는 느린 악장으로 이 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장입니다.

3악장 Allegro moderato 곡이 빨라지면서 러시아의 민속적 리듬이 튀어나옵니다. 그러면서도 꽤나 이국적인 냄새가 나는 악장입니다.

4악장 Allegro vivace 빠르고 활기차게 기쁨을 실어 오면서도 어딘가 우수에 젖은 선율이 플로렌스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마지막 악장입니다.

현악사중주단 Borodin Quartet
이 곡을 가장 잘 연주한 연주자는 역시 러시아를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 Borodin Quartet입니다. 이들은 이 곡을 좋아하여 1965년, 1979년, 1993년 3번에 걸쳐 녹음하였는데 모두가 명연주입니다.

그러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주는 가장 오래된 1965년의 연주입니다. 그 이유는 이 연주에는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 Rostropovich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차대전 직후 잠깐 이 보로딘 사중주단에 참가했던 그가 20년이 지난 1965년에 다시 돌아와 그들과 더불어 젊은 날의 추억을 되살리며 연주하는 ‘플로렌스의 추억’은 그야말로 절창입니다.

하나님의 말씀
음악 감상 뒤 같이 본 하나님 말씀은 구약 시편 103편 1-5절입니다.

1.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내 속에 있는 것들아 다 그의 거룩한 이름을 송축하라 2.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의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 3. 그가 네 모든 죄악을 사하시며 네 모든 병을 고치시며 4. 네 생명을 파멸에서 속량하시고 인자와 긍휼로 관을 씌우시며 5. 좋은 것으로 네 소원을 만족하게 하사 네 청춘을 독수리같이 새롭게 하시는도다.

살아가면서 좋고 아름다웠던 것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꼭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의 은혜일 것입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좋은 것으로 우리를 채워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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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