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다운 일기

코로나로 인해 록다운이 시작되었을 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동안 목사로서 계속해왔던 모임과 심방이 중단되다 보니 목회자로서의 정체성과 더불어 교회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내 안에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마음은 무거웠고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의 그림자가 마음에 드리웠다.

그러함에도 교제는 이어져야 하겠기에 할 수 없는 가운데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봤고, 그렇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들을 좌충우돌하면서 지나오니 어느새 완벽하지는 않지만, 울퉁불퉁하지만 걸어 다닐 만한 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예상은 했지만 갑작스럽게 두 번째 록다운이 시작되었고, 레벨 3에서 레벨 2로 하향 조정되었지만 교회 모임은 여전히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는 어느 한 지역교회의 일련의 과정들이 모든 교회의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 좌충우돌했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여러 상황 속에서의 선택과 결정들을 복기하는 것은 하나의 좋은 참고자료로서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동안의 발자취들을 짧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코로나 소식이 처음 들려온 것은 1월 중순이었다. 예배시간에 중국 우한을 위해서 함께 기도했다. 중국 성도들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교회는 정부 방침에 따라 자가격리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시간이 지나고 지역사회에 확진자가 한 두 명씩 나오기 시작하면서 각 지역마다 대거 많은 이들이 사재기를 하는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교회 안에서도 여러 불안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교회 여론과 더불어 많은 교인들이 불안감으로 주일 현장 예배에 출석하지 않게 되고, 상황을 주시하던 리더십 팀은 교회를 개척한 지 처음으로 현장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는 것을 결정한다. 그 이유는 현장 예배를 고집함으로써 만약에라도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교인들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것과 더불어 복음 전파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정부 수칙을 따르면 한 주 더 현장 예배를 드릴 수 있었지만, 두려워하는 성도들을 고려하여 록다운이 시작하는 한 주전에 미리 교회는 교회 건물을 닫고 재택근무와 더불어 온라인 예배를 준비했다.

록다운으로 인해 온라인 예배조차도 교회에서 실시간으로 드릴 수 없음을 알았기에 록다운 전주를 기점으로 미리 6주간의 영상을 녹화하여 매 주일 방영하였다.

우선 각 목회 돌봄 팀에게 70세 이상 되시는 어르신들의 명단을 작성하여 각 팀원들이 심방 전화를 통해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지, 혹은 온라인 예배 접속에 대한 컴퓨터 접속 방법 안내나 그들을 돌아볼 가족들이 있는지를 알아보게 하였다. 그리고 30세부터 69세 되시는 성도들의 리스트를 준비하여 각 목사들이 매주 전화를 하고, 말씀 구절에 대한 이메일을 보내면서 이 불안한 때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기도로 함께 했다.

담임목사는 매주 화요일마다 처음 온라인으로 직원회의를 진행했고, 이런 전대미문의 사건 가운데 놀란 교회 직원과 임직원들의 마음을 말씀으로 다독였다.

그 메시지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요셉이 감옥에 갇혔을 때 전에는 알지 못했던 술 맡은 관원장과 떡 맡은 관원장과 처음 관계를 맺고 꿈에 대한 상담을 해주어 나중에는 이스라엘 민족을 흉년에서 구원할 수 있는 하나님의 큰 계획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처럼 록다운이 감옥과 같이 집에 있지만 따뜻한 심방 전화 한 통화와 말씀 구절을 보내는 이메일 한 통이 성도들과 관계를 새롭게 맺어가고 어떤 누군가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에 우리를 통해 하나님이 위로의 말씀을 하실 수 있고, 우리가 돌보는 한 영혼을 통해 하나님의 큰 계획이 이루어지는 한 부분이 될 수도 있으니, 집에 갇혀서 할 수 있는 것이 오직 전화나 이메일이라 할지라도 낙담하며 그것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믿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와 기도를 해주자는 격려의 메시지였다.

록다운 첫 주와 둘째 주까지는 모두 이 새로운 경험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맡겨진 사역과 업무를 집에서 감당했지만 셋째 주부터, 특히 아이를 돌보는 젊은 부부 사역자들에게 있어서 가족을 돌보고 사역을 동시에 집에서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러 불안과 염려가 더해지면서 교회는 성도들 중 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고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는 여러 가지 실제적인 조언들을 제공했다.

특별히 부부관계 속에 일어나는 여러 충돌과 힘듦을 잘 알기에 목회 돌봄 팀에서는 젊은 부부 성도들에게 많은 관심과 기도로 그들을 돌보려고 노력했다.

교회의 1년 목회 계획 자체도 모두 수정되어야 하겠기에 모든 선교헌금 및 특별헌금 계획을 모두 취소했고, 경제적으로 전혀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성도들을 위해 푸드뱅크 및 Covid 19 기금 모금을 통해 여러 이웃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전달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교회이기 때문에 그리고 교회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모두가 두렵고 염려하는 가운데 현재의 상황이 위기이지만 그 가운데 절망한 이들이 기회를 바라볼 수 있도록 시각을 바꾸어주는 곳이 교회이다,

지독한 외로움 속에 몸부림칠 때 따뜻한 전화 한 통화, 문자와 이메일을 보내주는 곳, 힘든 이민생활 속에 좌충우돌하며 힘겨워할 때 서로 기도하고 따뜻한 위로를 얻고 밥 한 그릇 함께 먹을 수 있는 공동체가 있는 곳, 예전같이 현장 예배를 함께 드릴 수 없지만 그러함에도 마음은 하나 되어 하나님을 예배하고 싶은 마음으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온라인으로라도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공동체가 있는 곳이 교회이기에 코로나 속에서도 교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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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감리교신학대학, 동 대학원 졸업, 한국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후 뉴질랜드로 유학 와서 Elim Leadership College에서 공부, Elim Christian Center Botany Campus에서 한인담당목사로 키위공동체 안에 있는 한인공동체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