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비웃으면 안돼요

“풍선 좀 불어 주세요. 못 불겠어요”
“ 엉? 풍선을 못 분다구?”

뭔 말인지…

컬러지 다니는 커다란 녀석이 풍선을 못 분다고
나에게 왔습니다

“아니, 이 풍선을 왜 못 불어? 다시 불어보렴!”

풍선을 받아 든 녀석이 두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풍선을 불어 보지만,
어떻게 된 건지 풍선은 도무지 부풀어 오르질 않습니다.

“못 하겠어요. 저 풍선을 한 번도 불어본 적이 없어서요…” “ 아니, 그 나이 먹도록 풍선을 한 번도 안 불어 봤다구?”

별일입니다.
고등학생이 되도록 풍선을 한 번도 안 불어 봤다니
참내, 뭐 하고 산 거냐?

“풍선을 입술에 갖다 대고 이렇게 바람을 불어 넣는 거야! 이렇게!”

푸~하고 입 속 공기를 불어 넣었더니
금방 커다란 노란 풍선이 얼굴을 덮습니다.

“다시 해보렴!”
“ 저 못하는데요, 정말 못 불어요.”

‘그렇다면 내가 오늘 네가 풍선을 불 수 있게 해주마!
덩치는 아저씨만한 녀석이 이 풍선을 못 분단 말이여?’

내심 속으로 비웃으며(?) 풍선을 건네주지만,
빵빵한 볼에 얼굴만 붉어질 뿐 풍선은
그냥 쭈그러져 있습니다.
결국 내가 다 불어줬습니다. 비웃으면서 말이죠…

어느 날, 유트뷰 영상 속에서 자그마한 아가씨가
긴 라면발을 후루룩 후루룩 쏙!
소리내며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맛있게 라면을 먹어 봐야지! 생각을 했습니다.

레벨3로 다시 록다운이 시작되고 12일이 더 연장된
그날 저녁에 라면을 끓였습니다.
나도 그녀처럼 후루룩후루룩 쏙! 먹어보려구요.

네 식구가 식탁에 둘러 앉아 라면을 먹습니다.
영상 속 그녀처럼 후루룩 후루룩 쏙!
그런데 웬일입니까?
후루룩후루룩 소리는 그럴 듯 나는데
라면이 입 속으로 딸려 올라오질 않습니다.

‘엉! 이거 뭐야! 왜 라면이 안 올라 오지?’
내심 혼자 의아해하며 다시 시도를 합니다.

“후루룩후루룩!”

안됩니다.
입술에 힘을 주고 라면을 잡아당겨 보려 해도
라면은 안 딸려오고 헛바람 소리만 날 뿐입니다.
남편과 애들은 거의 다 먹어가는데
나는 한 젓가락도 못 먹고 있습니다.

“스톱! 잠깐만! 후루룩후루룩 쏙! 다시 좀 해보셔!”

한 명씩 돌아가며 시켜봅니다.

“당신은 이게 안 돼? 후루룩후루룩 쏙!”
“이게 안 돼요, 엄마? 후루룩후루룩 쏙!”
“엄마는 이렇게 못하나 봐, 후루룩후루룩 쏙!”

그것도 못 하느냐는 가족들의 웃음이 식탁 가득합니다.

“아이고, 애야, 미안하다! 너 풍선도 못 분다고 비웃은 거 용서해다오. 나는 이 후루룩후루룩 쏙!을 못하는구나. 이 나이 먹도록 내가 뭘 먹고 산 건지…”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내리 삼일 라면을 끓여 후루룩 후루룩 쏙! 연습했지만,
한 가락도 못 올렸습니다.
그리고, 딸 한마디에 결국 포기했습니다.

“엄마! 그거 그렇게 연습해서 뭐 하시게요?”
“그러게나…
내가 뭐 하고 있는 거니? 이거 이렇게 연습해서 뭐한다구.”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오직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하라” 하셨는데
나는 고작 라면 맛있게 먹는 후루룩후루룩 쏙!
연습이나 하고 있으니… 그것도 록다운 레벨 3에서…

하나님, 죄송합니다.
말씀을 맛있게 먹는 연습을 해도 모자라는 이 시국에
내 입, 내 배만 즐겁게 하려는 연습에 눈이 멀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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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