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우 좋은 날”이 되길

오늘은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며 느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여러 도시를 다니며 공간을 빌려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닫는 식으로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그리고 못나 보이는 빈 곳을 닦고 가꾸고 채우며 많은 것을 느꼈었다.

2019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팝업스토어를 할 때였다. 나흘 동안 연속으로 아무것도 못 팔았던 날이 있었다. 또 팝업의 막바지라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쳤었다. 운전하고 집에 가며 하나님께 말씀을 드렸다.

크라이스트처치 팝업스토어

“주님~~ 오늘도 하나도 못 팔았어요!”
그랬더니 주님은 “괜찮아~ 하나도 못 팔아도 괜찮아~! 그거랑 상관없이 넌 더욱 귀중해! 내가 널 사랑한다!”라며 보듬어주심에 그저 감사하며 울컥해 눈물이 났었다. 세상은 우리에게 많은 결과물과 능력과 조건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그분은 나 하나로 만족하신다.

오늘도 또 분주함 가운데 곧 있을 시드니 여정을 준비하며 지출한 돈에 대해 걱정하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걱정들 가운데 “주님,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주님은 도와주실 거다. 내가 얼마나 벌지 돈에 전혀 관계없이, 또 내가 전혀 벌지 못할지라도 그분은 나를 보듬어주시고 “잘했다, 수고했다” 해주실 것이기에.

세상의 눈에는 참 바보 같은 business trip일지라도 주님의 맘에는 나와의 깊은 영적 여행임을. 그 포근한 사랑과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깊음을 느끼기에 부담 없이 최선을 다하는 여행이 될 수 있길.

애증의 도시 넬슨
너무 가기 싫어 결정하기 힘들었고, 너무 억지로 갔기에 기대했고, 너무 기대했기에 처참히 무너졌던 장소. 미래가 보이지 않고, 손님도 보이지 않으며, 돈도 보이지 않아 주님도 보이질 않았던 원망스러웠던 곳!

넬슨 팝업스토어

입버릇처럼 조언하던 “힘든 일들은 좋은 것”이라는 그 말들은 처참하게 나 자신에 한 번 더 돌아왔을 때 나는 무너졌다. 힘든 것은 그저 힘든 것임을 뼈가 아프게 느꼈고, 자괴감과 물건이 판매되지 않는 것은 나에 대한 거부감으로까지 생각되었다.

몇 주가 지난 지금에야 회상하며 곱씹고 남긴다. 몸도 맘도 정신도 너무 힘들었지만 필요했고 아팠지만 오랜만에 힘든 시간을 지나오니 좋다. 그래도 오늘은 재밌었다고 생각이 되니 감사하다. 그래, 다시 달려보자.

사람은 자신의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절망한다. 나에겐 넬슨이 그랬다. 새벽기도에 억지로 끌려가는 것같이 너무 싫었는데 갔다.

하지만 ‘주님의 계획이 있으시겠지. 큰 뜻에 순종한다는 생각과 마음으로, 그리고 그렇게 억지로 순종하고 나아갔으니 당연히 적절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 확신과 기대를 가지고 가게를 운영하며 처음과 중간, 그리고 거의 막바지까지 녹록지 않았지만 가게 운영을 했으며 마지막에, 특히 막바지에 뒤집으실 기적들을 기대하며 기도하며 나아갔었다. 그런 확신들에 보상이라도 하듯 의도치 않았던 이벤트가 생겼고 순간 감사했었다.

하지만 확신했던 보상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았고, 별 이윤없이 떠나는 때에 또 가게를 혼자 정리를 하고 옷들을 살포시 포장지에 다시 넣으며 많은 걱정과 한숨이 섞인 분주함으로 정리를 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억지로 많은 감사를 떠올리기도 했으며, 많이 따지기도 했다.

사람의 때와 하나님의 때
사람의 기준과 하나님의 기준은 참 많이 다르듯 넬슨 이후에 잠깐 들렸던 웰링턴에서 떠나기 바로 전날, 내가 비싸서 엄두도 못 내던 웰링턴이란 지역에서 무료로 가게에 물건을 디스플레이하게 되고, 숙박비도 무료로 누리게 되었다. 넬슨에 가지 않았다면 있을 수도 없었던 일이며, 내가 아무 소출이 없었지만 넬슨 가게를 열심히 꾸미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었던 일이다.

웰링턴 팝업스토어

그렇게 후회하며 아무 쓸데 없고, 정력 낭비 같았던 비즈니스 트립은 그분은 깊지만 나는 길고 어두웠으며, 쓸쓸했던 터널처럼 공허했고 추웠다. 그러나 그분은 따뜻한 침묵으로 나를 도우셨던 시간이다.

나는 일이천 불을 바라보며 낙담했고 불안했으며, 그분은 일이만 불 이상의 것들을 생각하며 준비하셨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상과 합당한 때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낙담하기에 이름은, 이루어질 것은 그것보다 크며, 예상치도 못한 것일 수 있으며, 또 우리의 무의미한 여정이 의미 있음은 웅장하신 주님을 나타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후에 나의 일들이 또 내 맘대로 되지 않을 테지만 긴 신앙의 여정 가운데 그분의 때가 있기에 비록 오늘 소출이 없을지라도 그분을 신뢰하며 기도하는 게 얼마나 예쁜가?

크게 보자
오늘 이 감사함을 또 깨닫게 된,
그렇게 뒤늦게나마 무릎 꿇고 감사했던 그 날
매우 좋은 날!
매일 매우 좋은 날!
에브리데이 맨투맨!
소망해 본다.

이전 기사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다음 기사2020 마리화나 합법화 반대 위한 설명
전원석
더니든 오타고폴리텍 패션디자인과 졸업. 남녀 공용 의류 브랜드 invis-Able(인비스에이블)에서 디자이너로 있으며, 그의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옷에 대한 의미나 생각들을 그저 일상에서 입는 옷보다는 삶과 신앙에 적용해 보는 것으로 함께 들여다보며 소통하는 그의 옷에 대한 일상을 입어 보는 글을 연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