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에 깨닫는 교회공동체의 소중함

코로나로 교회는 온라인 예배, 학교는 온라인 수업, 비즈니스는 여러 규칙과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 여러 상황 속에서 이런 모든 과정이 지나고 처음으로 공식적인 학교 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맥도널드에 가서 간식을 먹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뭔가 느낌이 체한 것 같은 기분에 갑자기 저녁부터 배가 살살 아파온다.

평소에 했던 데로 네이버와 구글을 검색하면서 혹시나 나아질까 기다리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참았는데 나중에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통증으로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작은 지역 24시간 의료센터를 방문했다.

리셉션에서부터 고통으로 바닥에 구르니 대기시간 없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모든 처방을 다 받고 조금 괜찮아지나 싶더니 다시 배가 살살 아파온다. 의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고 맹장염(충수염)으로 의심되니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자가진단을 그 동안 해왔기에 ‘설마 맹장염은 아니고 그냥 배탈이겠지’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가지 않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버텨보았다. 하지만 고통은 더 심해지고 급기야 신음소리는 비명소리로 변해가는 나 자신을 보며 부랴부랴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지역 병원에서 받은 소견서(Referral)와 더불어 응급실 바닥에서부터 떼굴떼굴 구르는 나의 모습에 역시 대기시간 없이 바로 입원실로 들어갈 수 있었고 항생제(Antibiotic)를 맞으니 정말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코로나로 인해 만 15세 이하의 아이들은 방문자로서 병원에 출입할 수 없기에 아내는 나를 병원에 혼자 두고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입원 후 다음날 새벽 의사 한 명이 오더니 배를 이리저리 만져보는데 오른쪽 배 아래 쪽을 톡 치는데 허리가 튕겨져 올라올 만큼 아파서 깜짝 놀라니 맹장염이라고 수술이 받아야 한다고 한다.

자가진단으로 맹장염이 아니라고 확신한 나는 순간 Appendix(충수)라는 단어를 Gallstone(담석) 혼동하면서 담석수술 안 받는다고 큰일이 나겠나 하고 수술을 안 받을 수 있으면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매니저 급 의사가 오더니 내 어깨를 두드리며 “환자분 수술 안 받으면 당신은 죽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신이 번쩍 나서 영어사전을 다시 찾아보니 Appendix는 맹장이었다. 원래 아는 단어였고, 충수염으로 입원한 교인 병원 심방도 하면서 기도도 해줬는데 뉴질랜드에서 이민자로 처음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한다는 두려움과 당황함으로 ‘아는 단어도 이렇게 모를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나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졌다.

수술동의서를 받으러 와서 수술 과정 및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아무래도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할 것 같고 영어도 많이 부족하기에 통역사를 부르기로 했다. 통역사가 왔지만 또한 병원의 바쁜 스케줄도 있기에 조금 더 의사를 기다렸고 기다리는 동안 통역사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저는 병원, 법원 통역을 하지만 막상 저에게 일이 닥치거나 법적인 문제가 생겨서 법원을 가면 저도 통역사를 불러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한 상황에 이르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영어가 아닌 모국어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실수할 확률이 높아요. 저에게 통역을 가르쳐주신 교수님도 그런 상황이 오면 통역사를 불러서 일을 처리하셨어요.”

그렇게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수술 동의서를 작성한 후에 수술을 기다리는데 마침 그날 큰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가 있어 예정된 수술이 밀려서 그 다음날 수술을 받게 되었다.

평생 한 번도 수술을 받아보지 않았던 지라 겁도 나고 전신마취라고 해서 혹시나 깨어나지 못하면 어떡하나 라는 염려로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했고 사랑한다’고 수줍게 고백을 한 후, 수술실로 들어갔다.

신분 확인, 무슨 수술을 받는지, 어떻게 수술이 진행될 것인지,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고 수술대로 걸어갔다. 수술실은 너무 추웠는데 너무 춥다고 하니 담요를 하나 덮어주었고, 수면 가스를 세 번 정도 흡입한 후에 의식을 잃고 잠시 뒤 비몽사몽간에 한 간호사가 “괜찮니? 수술 잘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일을 통해 느낀 점들은 다음과 같다. 몸이 아프면 자가진단 하지 말고 바로 의사를 찾거나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한다. 또한 통역사 도움 받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필자는 뉴질랜드에 우리 가족 외에 다른 친인척이나 혈족이 없다. 따라서 부부 중 한 명이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면 아이들을 맡기거나 운전을 하거나 혹은 그런 기타 등등의 가정 업무를 또 다른 한 명이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이번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바로 연락해서 부탁할 수 있는 분들이 있음이, 그리고 아이들을 맡기고 아내가 나를 간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분들이 있음이, 어려움을 당할 때 함께 기도해주고, 위로해주며, 바쁜 가운데 병원 방문과 집 방문으로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를 드린다.

또한 삶의 여정 가운데 사랑을 받고 또한 그 사랑을 흘려 보냄으로써 각 사람 안에 심어 두신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는 교회 공동체가 있음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임을 이 기회를 통해 더 절실히 깨달았다.

나도 누군가의 비상시에 떠오르는 작은 도움의 손길이 되면 좋겠고, 내가 받은 사랑을 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흘려 보내는 통로가 되길 소원해본다.

병원 용어들을 간단히 적어본다
통역사 Interpreter
항생제 Antibiotic
수술실 Theater.
전신마취 General Anesthesia
방귀 Fart
오줌(소변) Pee(Urine)
진통제 Painkiller
피검사 Blood test
퇴원 Discharge
맹장수술 Appendicect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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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감리교신학대학, 동 대학원 졸업, 한국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후 뉴질랜드로 유학 와서 Elim Leadership College에서 공부, Elim Christian Center Botany Campus에서 한인담당목사로 키위공동체 안에 있는 한인공동체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