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셋째 주 찬송/8월 넷째 주 찬송

8월 셋째 주 찬송/204장(통일379장) 주의 말씀 듣고서

잘 짓고 잘 짓세 쌓아올리며 성화되어 가는 집
내가 여섯 살쯤 되던 부산 피란 시절, 교회학교에서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하는 ‘성경이름노래’를 배워 익혔습니다.

서울 수복 후 교회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 그때 배운 노래를 생각하며 성경 66권 이름을 단숨에 읊어대 곧바로 ‘인기 짱’이 된 기억이 있습니다. 창세기가 무슨 내용인지, 시편이 왜 구약성경 중간에 배열되어 있는지 알지는 못했어도 어렸을 적 배운 그 노래 덕분에 지금도 예배 때마다 성경을 남보다 빨리 찾습니다.

구약이 율법, 역사서, 시가서, 선지서의 순서로 되어있고, 신약은 4 복음서, 사도행전, 서신서들, 그리고 맨 마지막에 계시록이 논리적으로 잘 배열되었다는 것을 어른이 된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나는 내가 어려서부터 성경과 가까이했던 것처럼 나의 자식들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아이들이 일어날 때를 맞춰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습니다.

장로인 내가 아들들에게 찬송지휘만하는 아버지일 뿐만 아니라 성경 읽는 아버지, 기도하는 아버지로도 기억되고 싶어 시작한 ‘성경 읽기 본’(고린도전서 11;1)이 이젠 생활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본이 되었을까 어쩌다 아이들의 방문을 열었을 때 성경을 보거나 엉덩이를 들고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 벅찬 감동이란…

찬송 시 ‘주의 말씀 듣고서’는 우리나라 충북지방 최초 선교사인 민로아(Frederick Scheiblim Miller, 1866-1937)목사가 1905년에 지은 찬송입니다. 그는 미국 피츠버그대학과 유니언 신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로 청주지역에서 44년간 선교활동을 한 분이지요. 1902년에는 장로회·감리회 연합의 찬송가 제정을 위한 ‘통합공의회 찬송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찬송가의 번역과 창작에 크게 공헌하였습니다.

그는 우리말로 많은 찬송을 만들었는데 이 찬송을 비롯하여 ‘예수님은 누구신가’(96장), ‘맘 가난한 사람’(427장), ‘예수 영광 버리사’(451장), ‘공중 나는 새를 보라’(588장)등이 그것입니다.

원래 이 찬송은 합동찬송가 413장에도 수록되어있는 미국의 복음송가 작곡가인 블리스(Philip Paul Bliss, 1838-1876)가 작사 작곡한 ‘내가 주를 믿으나’(Have you on the Lord believed)인데, 민로아 목사가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치되 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주추를 반석 위에 놓은 까닭이요…”(마태복음 7;24-27)란 말씀에 기초하여 이 시를 써 그 곡에 붙였습니다.

후렴의 “잘 짓고 잘 짓세”(미솔솔 파라라)에서 음정이 모방되어 올라가는 것이 마치 말씀의 벽돌을 즐겁게 한 계단씩 쌓아 올리는 것 같고, “만세반석 위에 다”(도레미파솔도)에 이르러선 굳건히 완성되어가는 집이랄까, 성화(sanctification)되어가는 음화(tone painting)로 보입니다.

8월 넷째 주 찬송/449장(통일377장) 예수 따라가며

행복한 삶의 방법을 명시한 교과서와 같은 찬송
요사이 입시를 준비하는 중고등 학생들을 위한 공부 방법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기 주도적 학습’이란 것이 있습니다. 학생 스스로 하는 학습으로, 스스로 세운 계획에 맞춰서 공부하는 법이지요.

지나치다시피 교육열이 넘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들이 하교하자마자 엄마들이 세운 계획과 시간표에 따라 밥 먹고, 학원가고 간식 먹고 숙제하는 둥 아이들의 모든 일상을 지도 감시합니다. 이에 잘 순종하는 아이들은 그들의 생각까지도 엄마의 통제를 받으며 심지어 고민조차 허용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엄마 주도적 학습’(?)에 반한 이 새로운 학습법은 일종의 자습법이랄 수도 있는데, 아이 스스로 1년이나 월 단위, 혹은 주 단위의 계획을 세운다든지 하여 작은 목표를 통해 그때마다 작은 성공을 맛보게 하고, 공부 자체에 있어서 자기 신념을 가지고 흥미를 유발해 나가며 자기 효능감을 높여갑니다.

이때 엄마는 간섭하지 않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공부하는 습관이 생기도록 조언하고 도와주는 것이지요. 이 학습법은 남이 시켜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탐구의 과정을 계획하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기에 흥미가 없으면 안 됩니다. 스스로 재미있게 공부하기에 성취감과 더불어 자신감도 생기게 되고 자립심과 창의성도 키우게 되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행해지는 교육 프로그램도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까지 ‘엄마 주도적 학습’ 닮은 교회교육 프로그램들로부터 교인 스스로 성경 보고, 스스로 기도하며, 각기 처한 삶의 현장에서 스스로 봉사하는 교인 주도적 신앙생활로 그리스도인의 삶을 실천하게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말입니다.

1885년, 부흥사 무디(D.L.Moody)가 브록톤(Brockton, Massachusetts)에서 부흥 집회를 할 때 어느 청년이 벌떡 일어나 “예수님을 믿고 의지하고 순종하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이 집회의 독창자로 참석한 타우너(Daniel B. Towner, 1850-1919)가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의지하고 순종하겠다”라는 말에 영감을 받아 이 가사로 후렴을 짓고, 장로교 목사인 사미스(John H. Sammis, 1846-1919)에게 보내 나머지를 작시케 하여 TRUST AND OBEY란 곡조를 붙여 1887년 시카고에서 출간된 복음성가집(Hymn Old and New)에 발표하였습니다.

이 찬송가는 우리들이 어떻게 예수님을 잘 믿을까 하는 데 대한 교과서요 교본입니다. “예수 따라가라” “복음 순종하라” “남의 짐을 지라” “슬픔 위로하라” “받은 것 주께 드리라” “주를 힘입으라.” “말씀 잘 배우라” “주를 모시고 살아가라”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주를 의지하고 순종하는 길 외엔 다른 길이 없다”(Trust and obey, for there’s no other way)고 이릅니다.

우리 찬송가엔 도온(William Howard Doane, 1832-1915)의 작곡으로 되어있으나 타우너의 작곡설이 지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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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엽
연세대 성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서울시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1960년부터 전국을 무대로 광범위하게 교회음악 활동을 하면서 김명엽의 찬송교실1-5을 예솔에서 출판했다. 이번 25회 연재를 통해 교회력에 맞추어 미리 2주씩 찬송가 두 곡씩을 편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