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적인 신앙(Spiritual Independence)

유명한 선교단체인 YFC 의 훈련 중에는 돈을 받고 하는 일보다 자원봉사로 하는 일을 더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돈을 받는 일들은 그 가치만큼만 일하면 되지만 volunteer 들은 자신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위해서 정성을 쏟기 때문이다.

우리가 교회에서 하는 자원봉사도 마찬가지다. 찬양 봉사, 청소 봉사, 교육, 선교여행 등등 우리의 교회는 많은 섬김으로 세워지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어떤 가치로 우리는 서로 섬기고 얻는 것 없이 줄 수 있을까?

다들 알고 있듯이 섬김은 하나님의 사랑이 예수님을 통해 나타났듯이 스스로 낮아짐을 통해서 우리에게 사랑을 보여주신 그 모습을 본받아 살려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섬김의 함정
이민교회들은 항상 일손이 부족하다. 교회의 기둥이 되는 청년부는 많은 경우 청년부에 처음 들어오면 청년부 목사님의 회유를 통해 자연스럽게 찬양팀, 유치부, 아동부, 학생부를 섬기게 된다. 이 중에는 벌써 학생부부터 굳건한 믿음의 고백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 전혀 믿음의 고백이 없는 친구들도 많다.

일단 교회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하나님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누릴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책임감을 통해 교회에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어떤 선까지는 동감한다.

부서에 먼저 선배들의 섬김의 모습을 본받고 또 지체를 섬김은 경험을 직접 해보며 교회에 적응하고 또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알아간 청년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책임감에 버거워 교회를 떠나는 청년도 보았다.

덧붙여 처음에 섬길 때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예수님의 은혜를 힘입어 섬김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혜의 감격보단 습관적으로 섬김을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많은 경우 첫 마음을 잃어버린 상태로 성냥이 불에 다 타버린 듯이 ‘burn out’ 됐다고 청년들 사이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힘들어진 것일까? 지금 내가 이 부서를 섬기는 것은 나의 책임감과 내가 칭찬받고 싶어 하는 욕심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질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자주적인 신앙
사실 이런 고민은 청년들만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고 더 책임질 것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 나에게 큰 의미가 없는 것에는 쓰는 시간을 줄이게 된다. 나는 여기에 문제를 풀 해결법이 있는 것 같다. 섬김의 본질을 통해 우리의 삶에 섬김의 행위 자체가 어떤 큰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야 한다.

섬김에 길든 우리는 신앙생활을 공동체에 의지하게 된다. 하나님이 우리를 교회로 묶어주셨고 또 공동체를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게 하시고 하나님의 나라의 모습을 교회를 통해 이 땅에 풀어주신다.

하지만 문제는 나를 포함한 많은 청년이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전체적인 삶으로 이어나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같이 드리는 저녁 예배는 너무 은혜롭고 좋지만 오랜만에 내 방에서 홀로 드리는 예배에서는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찾아볼 수 없다. 교사들이 모여 아이들을 위한 기도 모임에서는 눈물이 나지만 정작 내 집에서는 그들의 이름은 나의 일상과 상관없는 아이들이다.

7년간 ‘예배’와 ‘하나님의 일’의 열정을 쏟은 결과 남은 질문은 ‘교회에 대한 책임이 습관을 만들지만 정말 나의 신앙은 성장하고 있을까?’ 였다. 공동체의 소속감을 나의 신앙의 척도로 착각한 마지막에는 허무함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뒤를 돌아 보았을 때 그 사역들을 통해 하나님은 일하셨고 그 경험을 거름 삼아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회의 일이 우리가 교회에 다니는 이유를 잊어버리게 하지 않을까 우리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섬김 뒤에 숨어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burn out 된 평신도 사역자인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일을 많이 해서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친밀함을 누리기 때문에 감사의 표현을 섬김으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독립하는 1.5세대 청년들은 18살부터 삶의 모든 방면에서 독립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학교에서, 일에서, 관계에서, 교회에서 지내다가 결혼을 하고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어 독립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까지 책임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싶다.

나는 지금 청년으로서 어떤 것으로부터 먼저 제일 독립적이어야 할까? 나는 청년들이 제일 처음 배워야 할 것은 자주적인 신앙(spiritual independence)을 가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선교적인 삶 ‘내가 지금 하나님과 진심으로 가까운지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렇게 열심히 섬기지 않고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오늘부터 나는 선교지 한 가운데 뚝 떨어져도 나의 신앙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초대교회가 처음 핍박받고 모두가 흩어졌을 때 (diaspora) 흩어진 그곳에서 말씀을 전하고 기적을 일으켰듯이 우리 민족에서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 세대가 내가 맡은 그 곳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씨를 뿌릴 수 있는 독립적인 지체가 한명 한명 되었으면 좋겠다.

선교적인 삶은 선교지를 가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선교지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살아가는 것이 선교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교회에서 하는 모든 일은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그저 우리의 일상생활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예배하듯, 예배에서 일상생활을 하듯 우리의 일상이 예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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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영
현재 대학원생으로 10년 동안 섬겨온 찬양팀에 관한 이야기와 1.5세대로 뉴질랜드에서 살아가는 교회 청년으로서 무엇을 하며 살 것 인가? 누구와 살 것 인가? 어디서 살 것인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