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고 기도하는 시간 관리 방법

암호로 쓴 웨슬리 일기를 펼치면 특별히 눈에 띄는 부호가 있다. 한 시간 마다 반복해서 적어 넣은 영어 알파벳 “e”이다.

새벽 4시부터 시작해서 밤 9시까지 18번 반복된다. 단 한번도 놓치지 않고 실천하려면 놀라운 집중력이 요구된다. 따라해 보면 알겠지만, 쉽지 않다. 어렵다.

웨슬리 본인도 자주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이기도 하다. 18번이 아니라 두 번을 놓치고 16번만 실천했어도 스스로 대단하다고 자화자찬한 날도 있었다.

어느 날부터, 처음에는 날짜도 적지 않던 일기장에 한 시간마다 숫자를 적어 넣기 시작하였다. 숫자는 시간을 뜻했다. 그러다가 그 숫자 바로 옆에 기도를 뜻하는 영어 알파벳 “e”가 따라붙었다.

4 e 5 e 6 e 7 e 8 e 9 e 10 e 11 e 12 e 1 e 2 e 3 e 4 e 5 e 6 e 7 e 8 e 9 e
이런 식이었다.

“e”는 짧고 간절한 기도를 뜻하는 ejaculation의 첫 글자이다. 처음에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기도만 하였다. 매 시간 기도하고, 어떤 일이든 시작할 때 기도하고 끝날 때 기도하고, 아침에 일어나면서 기도하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서 기도하고, 아침 9시, 정오 12시, 오후 3시에 기도하였다. 하지만 기록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웨슬리가 어느 날부터 기록을 시작하였다. 기록하면서 달라지는 것이 있었다. 글자체에도 분명히 나타났다. 시간에 쫓겨서 바쁘게 기록한 티가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 일주일, 한달, 일년, 이년, 삼년 기록이 쌓여 갈 수록 글자체가 바르고 말끔하게 바뀌었다. 한 획을 그을 때에도 천천히 정성껏 기록한 티가 났다.

왜 그런 변화가 생겼을까? 꾸준히 몇 달이고 따라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한 시간마다 카이로스 시간에 감사하고 진심으로 실천해보면 알게 된다.

기록하다가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된다. 생활의 변화가 당연히 따라오게 된다. 삶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런 변화는 꾸준히 계속하는 어느 날 기적같이 갑자기 찾아 온다.

생활이 변화해서 습관이 생기고, 마음이 변화해서 진심이 된다. 그리고, 영성이 깊어 진다. 이런 생활이 가능한 것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은혜 때문이었다고 웨슬리는 고백한다.

암호로 쓴 일기에는 그 풍성한 은혜에 감사하는 기록이 적혀 있다. 웨슬리 생활의 사중구조에서 나오는 경험은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천에서 나오는 실제 생활 경험이었다.

멈추지 않으면 불가능한 기도(e)
멈추지 않으면 아무리 짧게라도 기도할 수 없다. 웨슬리에게는 잠이 큰 장애물이었다. 아침 잠을 멈추고 일찍 일어나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잠이 모자라면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많은 일에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가장 건강하게 잠자는 시간을 매일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경험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도하려면 밤에 일찍 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르고 스스로의 상태와 환경에 따라서 잠자는 시간이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심으로 기도할 수 있도록 적당하게 잠자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친구들과의 관계였다. 오락과 불필요한 대화를 멈추지 않으면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일에든지 최선을 다하기가 힘들었다. 웨슬리의 시간 관리는 그렇게 시작하였다.

진지한 대화, 좋은 대화, 경건한 대화 등으로 구분해서 점검하고, 일기에 쓴 모든 내용을 친구와 나누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일상 생활만 아니라, 마음 속의 생각까지 모두 기록해서 나누었다. 홀리클럽을 지도하고 방법을 만들고 다듬었다.

크리스천에게 필요한 경건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불필요한 생활과 생각을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의 힘에 의지해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친구관계를 멈추고 좋은 관계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큰 은혜로 개입해 주셨기 때문이었고, 그 뜻에 따랐기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멈추면 지구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멈추는 방법이 있다. 재활용하면 된다. 퇴비를 만들면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집집마다 정원이 있으니 더욱 쉽다. 방법은 이렇다. 첫째, 땅을 깊게 판다. 둘째, 구덩이에 음식물을 넣는다. 셋째, 마른 흙으로 음식물을 완전히 덮는다.

이때,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 규칙을 지키면 냄새가 나지 않고, 파리가 생기지 않고, 일주일이면 음식물이 땅 속에서 완전히 분해된다.

첫번째는, 마른 흙을 사용하는 규칙이다. 두번째는, 음식물 쓰레기가 골고루 흙을 만나도록 잘 덮어 주어야 한다. 규칙을 지키지 않아 흙에서 삐져 나온 쓰레기는 썩지도 않고 냄새도 나고 파리도 생겨서 엄청 성가시게 된다.

조금 수고하고 조금 부지런하면 지구도 구할 수 있다. 인도의 한 기술자는 작년 말에 다림질을 멈추었다. 다림질을 멈추면 시골 마을 3~4 가정에 공급할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 때문이었다.

한 시간마다 멈추고 기도하였다
웨슬리는 한 시간마다 자신의 모든 활동과 생각을 멈추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고 기도하였다. 껍데기 크리스천이 아니라 진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싶었다.
자신의 뜻을 꺾고 크리스천으로 사는 방법을 찾아 10년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다. 그렇게 기도하면서 찾은 방법은 멈추고, 기도하고, 다시 시작하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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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감리교 신학대학원 졸업. 뉴질랜드 트리니티 대학에서 리더십에 관한 교사와 연구 학생으로 수학했으며, 현재 뉴질랜드 감리교회가운데 한 교회에서 영어 설교 목사와 한인 제자들교회 담임을 하고 있다. 존 웨슬리 암호 일기 연구해 “방법쟁이” 책내고 자기만의 암호 일기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