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표지>도라티가 이끄는 Philharmonia Hungarica 연주

18세기에서 19세기까지 걸쳐 산 하이든은 아주 장수한 음악가입니다. 18세기 영국인의 평균 수명이 45세에 불과했으니 77세까지 살며 건강까지 누렸던 하이든은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더구나 하이든은 장수(長壽)의 삶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고 성실히 살며 음악가 중 그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엄청난 작품을 남긴 다산(多産)의 음악입니다. 또한 그가 남기고 간 작품은 그 양에 못지않게 질에서도 모두가 뛰어난 작품이기에 더욱 놀랍습니다.

음악의 다른 장르를 제쳐놓고 교향곡만 보아도 그는 107곡을 작곡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날 그를 일컬어 흔히 교향곡의 아버지라 부릅니다.

교향곡은 영어로 심포니(symphony)라고 하는데 이 말은 이탈리아의 심포니아(symphonia)라는 말에서 파생된 것이며 이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다양한 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울린다’는 뜻이 있습니다.

서양 음악이 처음에 성악 위주의 종교음악이나 오페라로 시작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기악 위주의 교향곡이 음악 무대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상당한 곡절과 시간이 필요했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향곡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세 사람의 대가가 고전주의 시대의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입니다. 물론 선두주자인 하이든이 교향곡이란 음악 장르를 그 형식과 내용 면에서 탄탄하게 틀을 잡았고 뒤이어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발전시키고 완성하여 그 뒤를 잇는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그리고 개성적으로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됩니다.

41곡(합주 교향곡을 합하면 약 50곡)의 교향곡을 작곡한 모차르트, 그리고 9곡의 위대한 교향곡을 남긴 베토벤을 생각할 때 모두 107곡의 교향곡을 작곡한 하이든의 업적은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며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칭호는 결코 그에게 과하지 않습니다.

18세기 후반에 약 40년에 걸쳐 작곡된 하이든의 교향곡을 보통 4기로 나누어 분류합니다. 1기와 2기는 1757년 비인 시절로 시작하여 1784년 그가 봉직하였던 에스테르하지 후작 가(家)를 위해 작곡했던 기간이고 3기는 1785년에서 1789년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청탁을 받고 작곡한 82번부터 92번까지의 11곡의 교향곡이 속하는 기간이고 4기는 1791년에서 1795년 런던에서 연주할 목적으로 작곡한 93번에서 104번까지의 12곡이 여기 속하며 흔히 잘로몬 교향곡 혹은 런던 교향곡이라고 부릅니다.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하이든의 교향곡은 모두 3기와 4기에 속하는 82번 이후의 교향곡들입니다. 화요음악회에서는 4기 잘로몬 교향곡에 속하는 교향곡을 감상했습니다.

잘로몬 교향곡(런던 교향곡)

요한 피터 잘로몬(Johann Peter Salomon)이란 사람은 독일 본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꽤나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였습니다.

1781년 런던에 건너와 1786년에 잘로몬 콘서트라는 연주회를 열기 시작해 흥행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는 평소에 하이든을 존경하였는데 하이든이 1790년에 봉직하던 에스테르하지 후작 가(家)를 떠나 비인으로 가 있을 때 하이든을 만나 아주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영국으로 초빙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에스테르하지 가의 악장이었지만 실상은 그 가문의 하인으로 30년을 봉직하다가 후작이 사망하며 놓여난 상태에 있던 하이든에게 잘로몬의 초빙은 하이든의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후작 가에서 불과 이십여 명의 소규모 악단을 이끌어 가던 그에게 런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악단은 그 규모가 배를 넘는 큰 악단이었고 또 잘로몬이 제시하는 연봉은 후작 가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보다 큰 세계에서 자기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보고 싶었던 하이든에게는 실로 일석이조의 좋은 기회였습니다.

하이든은 기쁨으로 초빙을 수락하였고 1791년 런던에 도착한 하이든은 잘로몬의 요청에 따라 12곡의 교향곡(93번부터 104번)을 작곡합니다. 이 곡들을 잘로몬 또는 런던 교향곡이라 부릅니다. 이 12개의 교향곡은 모차르트가 말년에 작곡한 6개의 교향곡과 베토벤의 9개의 교향곡과 더불어 18세기 말 고전주의 교향곡의 하늘을 찬란히 빛내는 금자탑입니다. 이 중에서도 자주 연주되는 곡이 94번 놀람, 96번 기적, 100번 군대, 101번 시계, 103번 큰 북 연타, 104번 런던 등입니다.
이 중에서 화요음악회에서 들은 곡은 다음 2곡입니다.

제94번 ‘놀람’교향곡
12곡의 잘로몬 교향곡 중 두 번째로 작곡된 이 곡의 초연을 하이든은 포르테피아노 앞에 앉아 직접 지휘했습니다. 연주 인원은 40명이 넘었는데 이는 하이든이 에스테르하지 가(家) 시절에 이끌었던 인원수에 비해 두 배가 넘는 큰 규모였습니다. 작은 살롱의 소규모 실내악에 익숙했던 런던의 청중들이 수십 대의 악기들이 빚어내는 이 웅장한 교향곡을 듣고 열광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작곡의 천재 하이든은 그의 작품에서 가끔 익살을 떨었는데 이 교향곡의 “놀람”이라는 별명도 그런 이유로 붙게 되었습니다. 조용히 시작된 두 번째 악장에서 갑자기 팀파니와 더불어 포르테 음의 큰 화음이 나와 듣던 사람들을 놀라게 만듭니다. 그런 뒤 곡은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다시 부드럽고 약하게 계속됩니다.

일설에 의하면 당시 사교장 역할을 했던 살롱의 음악회에 온 귀부인들이 음악을 듣다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아서 이들을 놀라게 하려고 하이든이 의도적으로 이렇게 작곡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훗날 하이든은 그런 뜻은 없었고 단지 예술적 효과를 노리기 위함이었다고 했습니다. 곡은 모두 4악장으로 되어 있고 안단테의 2악장의 이 곡을 유명하게 만든 ‘놀람’의 악장입니다.

좋은 연주가 많지만 화요음악회에서는 도라티가 이끄는 Philharmonia Hungarica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헝가리 출신 안탈 도라티(Antal Dorati)는 100곡이 넘는 하이든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 최초의 지휘자입니다.

제104번 ‘런던’교향곡
잘로몬의 요청에 따라 런던을 두 번 방문한 하이든이 작곡한 12곡의 교향곡 중 마지막 작품이자 하이든 최후의 교향곡입니다. 흔히 ‘런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 이름은 나중에 붙여진 이름으로 큰 의미는 없습니다.

1795년 5월 4일 하이든의 자선 연주회에서 초연되었는데 대가의 마지막 작품답게 고전 교향곡의 형식과 구성미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마지막 악장이 소나타 형식을 기본으로 하며 많은 악상을 제시하면서도 치밀하기 그지없어 훗날 베토벤의 교향곡 작곡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런던’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당시 런던 사람들의 음악적 취향을 반영하는 부분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모두 4악장으로 되어있는데 특히 마지막 4악장이 친근하고 활기에 넘쳐서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습니다.
이 곡은 오이겐 요훔(Eugen Jochum)이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음악 감상이 끝난 뒤 하나님 말씀을 같이 보았습니다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디모데 전서 4장 8절)

오늘 장수(長壽)의 음악가 하이든의 교향곡을 들었습니다. 장수한 만큼 많은 음악을 작곡하고 또 큰 믿음으로 음악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하이든의 삶은 아름답습니다.

100세 시대라는 오늘날 사람들은 모두가 오래 살려는 소망을 갖습니다. 하지만 오래 살기 위한 방편으로 오직 몸을 위한 운동과 몸에 좋다는 각종 약과 식물을 찾으려고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성경은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을 따름이라 경고합니다. 그 보다는 경건(敬虔)이 범사에 유익하다고 합니다. 경건은 곧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러면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다 하셨으니 육체의 연단보다 경건에 힘쓰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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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