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된 가정이 건강한 사회를 이룹니다

하종석 목사<터치패밀리가족세움센터>

원가정에서의 보살핌, 양육, 지지, 지도 등의 영적, 정서적인 안정감이 건강한 인생을 보장합니다.

‘따라라 랄라~’ 센터의 책상 위에 놓아둔 스마트 폰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기 저편에서 조금은 다급해 보이는 여자분이 묻는다. 거기가 터치 패밀리 가족세움센터인가요? 제가 도움을 좀 받고 싶은데 찾아 가도 되나요? 그렇게 만나 이야기를 듣고, 돕고 섬긴 것이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처음 뵈었던 분은 영락없는 방랑자의 모습이었다. 그냥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 드렸다. 정신없이 쏟아 내어놓는 그분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정리가 잘 안 될 정도였다. 몇 차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그분의 현재의 상황과 필요를 조금씩 정리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쉼과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를 갈급해 함에도 그의 외관적인 행색으로는 어느 곳에서도 첫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을 터이었다.

십수 년 전에 이미 뉴질랜드에 와서 살며 영주권을 취득하였지만 십 년이 넘는 시간을 여러 지역을 떠돌며 살아왔다고 한다. 떠도는 삶의 여정 속에서 지친 육신과 영혼이 안전과 안정을 갈급해 하고 있었다. 그분의 영적인 삶의 많은 시간이 다른 종교에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분에게 이혼이라는 불행이 닥친 이후로 그의 영적인 의지처는 바뀌었다. 본질적인 진리의 핵심인 복음을 깨닫지는 못했어도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그의 어려운 삶을 의지할 피난처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의 삶 속에서는 아직도 다른 종교의 가치관과 세상의 삶의 방식이 혼합되어 있다. 영적인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됨을 느낄 수가 있다.

이분의 삶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조심스럽게 그분의 지난 이야기를 들으며 정리해 본 결론은 결국, 가정의 문제였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가정으로부터 받은 거절감과 피해들, 친척들의 간섭으로 자신 뜻을 펼치지 못했던 청년기의 좌절들, 약자의 입장에서 시작된 결혼생활에서의 불균형들로 인해 그분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열등감과 피해의식이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반발 기제가 바로 분노를 동반한 부정적인 생각들이었다. 이러한 것들이 이혼 후의 그분의 삶에서 병적인 요인이 되어 버린 듯 하다. 끊임없이 이분을 힘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재산을 노리며 지구 어디를 가든 자신을 옥죄이는 조폭들의 괴롭힘이다. 전 남편이 이를 사주하였다고 여기는 것이 병적인 증상으로 이해되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분이 이 땅에서 자리 잡고 이제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안정과 안전을 찾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도왔다. 아내의 기도와 섬김과 열심이 이분의 정착을 돕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옛 삶의 터전인 뉴질랜드에서도 그분은 육 개월 남짓의 시간을 뒤로하고 또다시 새 여정을 찾아 떠난 상태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분의 정착을 돕고자 애썼던 시간을 통해 우리 부부는 또다시 확신을 가지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들 중에서 원 가정의 안정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말이다. 부모들이 자신의 삶의 태도가 내 자녀들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안다면, 결혼생활에서 부부 관계의 모습이 자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안다면, 자녀들이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한 인격체임을 안다면, 사랑으로 보듬고 인내함으로 성장의 과정을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임을 말이다.

이러한 일이 어떻게 가능해질지에 대해 우리는 이미 지식적인 답은 알고 있다. 예수님 안에 있으면 된다. 죄의 문제를 해결한 구원받은 자들이라면 당연히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다. 그리고 가정의 중심에는 부부관계가 자리한다. 그런데 이 지식을 실제의 삶의 현장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에베소서 5:22)
너무 잘 아는 구절이지만 아내들은 복종이라는 단어에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 원 가정에서 익숙해진 유교적 가치가 진리의 말씀을 슬며시 덮곤 한다. 그런가 하면, 어릴 때 존중받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버린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런 남편들은 아내 사랑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그런데 말씀은 남편들에게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하라고 하신다.

“이와 같이 남편들도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 자신과 같이 할지니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라”(에베소서 5:28)
그래서 많은 가정에서 배우자가 먼저 자기에게 말씀대로 해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갈등을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 해 주지 않은 것을 붙들고 갈등의 악순환을 맴돌곤 한다. 그러나 이 갈등의 고리를 푸는 방법도 결국은 말씀 속에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 무슨 권면이나 사랑의 무슨 위로나 성령의 무슨 교제나 긍휼이나 자비가 있거든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빌립보서 2:1-4)

말씀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먼저 하라고 하지 않으신다. ‘각각’ 하라고 하신다. 각자의 입장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과 사명을 겸손한 마음으로 하되 나보다 상대를 더 낫게 여기며 하라고 하신다. 가정의 핵심인 부부가 이 기쁨을 먼저 소유하게 되면 자녀들을 향한 주님의 말씀도 순종할 수 있게 된다.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에베소서 6:4)
자녀를 노엽게 하지 않는 기술을 훈련하고 숙달해서 오직 주님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할 수만 있다면 우리 주변에 수없이 존재하는 왜곡되고 비뚤어진 인생의 주인공들은 분명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자녀의 시대는 혼자서만 똑똑해서는 잘 살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이다. 집단 지성을 이루며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갈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 부부가 건강해지려고 몸부림치는 동기가 부여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