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성경의 맨 처음 창세기 1장 1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입니다. 그리고 1장의 마지막 31절은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여섯째 날이니라’입니다.

사람은 누구라도 때때로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삼라만상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은 어떻게 하여 생겨났을까 하는 외경심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모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성경 구절이 창세기 1장입니다.

스스로 창조하신 이 세상이지만 창조된 세상의 모습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으면 하나님께서는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하셨을까요? 그런 하나님의 마음을 오선지에 옮기고 싶었던 음악가가 있습니다. 18세기 중반에 활약한 오스트리아 출신 요세프 하이든이 그분입니다.

요세프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
하이든은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여러가지 악기를 익혔습니다. 가난하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인내심 많고 낙천적인 성격인 그는 꾸준히 실력을 키워갔습니다. 그러다가 1766년에 에스테르하지의 궁정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열렬한 음악 애호가였고 하이든의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후원자 밑에서 거의 30년 동안 하이든은 마음껏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성공한 음악가였지만 외모만으로 본다면 아주 볼품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얼굴은 천연두로 얽어 있었고, 코는 매부리코에다가 다리는 짧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훌륭한 매너와 그가 작곡한 보석 같은 음악으로 지체 높고 아름다운 많은 귀족 여성들로부터 존경과 숭배를 받았다고 하니 놀라울 뿐입니다.

헨델의 메시아를 듣고 감동한 하이든
하이든은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전 생애를 통해 로마 카톨릭교회를 위한 아름다운 라틴어 미사곡들을 많이 썼습니다. 그러던 중 1791년 하이든은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대수도원에서 열린 헨델 추모음악회에 참석했다가 헨델(George Frideric Handel 1685-1759)의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를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라토리오’(oratorio)란 ‘종교적 극음악’을 뜻합니다. 극음악(劇音樂)은 오페라와는 달리 연극적인 무 대위에서 성악가들이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극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이 있지만 그냥 합창석에서 노래 속의 가사로만 극의 줄거리를 전달하는 음악입니다.

헨델의 ‘메시아’는 바로 이 장르를 대표하는 최고의 걸작입니다. 특히 2부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합창 ‘할렐루야’는 너무도 유명합니다. 바로 이 ‘할렐루야’ 합창이 나오는 순간 하이든은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헨델이야말로 우리 가운데 진정한 최고의 대가입니다!”

이때 받은 감명이 너무도 깊어 그는 자기도 위대한 하나님의 음악을 작곡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끊임없이 기도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작곡한 곡이 ‘천지창조’입니다.

‘천지창조’가 창조되다
이 곡을 작곡할 때 하이든은 이미 육십이 넘은 고령이었습니다. 그러나 깊은 신앙심으로 하나님과 영적인 교감을 나누며 그는 가슴 속에 자리 잡은 최고의 음악적 영감을 표출해 이 곡을 작곡했습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성품에 동참하여 탄생한 곡이 바로 이 ‘천지창조’입니다.

드디어 곡이 완성되어 1798년 4월에 초연되었고 그 이후 10년 만에 ‘천지창조’는 하이든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전 유럽에서 가장 사랑 받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1808년 3월 27일, 빈(Wien)에서 이 작품이 상연됐을 때 당시 음악계의 거장이 모두 모였습니다. 제1부가 끝날 무렵 하이든 왼쪽에 앉아있던 베토벤이 그의 손등에 키스하였고 청중들은 열광적으로 환호를 보냈습니다. 이에 하이든이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가리키면서 “저 높은 곳에서”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76세였습니다.

음악으로 표현된 천지창조
천지창조는 3부작으로 되어 있습니다. 1부와 2부에서는 6일간에 걸친 하나님의 천지창조의 결과가 세 천사(라파엘, 우리엘, 가브리엘)에 의해서 이야기되고, 3부에서는 아담과 이브의 낙원 생활이 그려집니다. 천지창조라는 엄청난 사건을 인간이 노래한다는 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되기에 하이든은 세 명의 대천사(大天使)를 등장 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하이든은 영국에서 돌아올 때 성경의 창세기와 밀턴의 ‘실낙원’을 바탕으로 된 영어 대본을 갖고 왔습니다. 그것을 하이든의 음악적 협력자였던 고트프리트 판 스비텐 남작(Gottfried van Swieten, 1734∼1803)이 독일어로 옮겼습니다. 그 대본에 하이든이 곡을 붙였습니다. 모두 34곡으로 되어있습니다.

이미 100곡이 넘는 교향곡, 그리고 현악사중주를 비롯한 수많은 기악곡을 작곡했던 하이든입니다. 그 풍성한 관현악 기법을 살려 작곡한 흔히 ‘하이든 풍’이라고 하는 평안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성악을 이끌어가는 오라토리오가 ‘천지창조’입니다.

곡을 작곡하며 하이든은 한 곡이 완성될 때마다 작품 끝에다 ‘하나님께 영광을(Laus Deo)’이라고 썼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이든 자신도 이 곡을 작곡하며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에 아주 기분이 흡족했다고 합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창세기에서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하신 심정을 기도하면서 작곡하던 그가 느꼈을 것입니다.

화요음악회에서는 이 곡을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이 지휘를 맡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악우협회 합창단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소프라노 군둘라 야노비츠,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테너 프릿츠 분더리히가 열연하는데 분더리히가 녹음 도중에 갑자기 사망함에 따라 테너가 베르너 클렌으로 교체되어 녹음을 완성해 더욱 유명해진 음반입니다.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의 구성
제1부 천지창조의 첫째 날부터 넷째 날까지(제1곡에서 13곡)
천지창조 이전의 혼돈을 표현하는 긴 서주로 시작해 천사 라파엘이 신이 천지를 창조하신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첫째 날의 빛으로 시작해 넷째 날의 해, 달, 별을 만드시는 과정을 13곡으로 표현한다.

제2부 천지창조의 다섯째 날과 여섯째 날(제14곡에서 28곡)
물고기와 새 그리고 짐승을 창조한 뒤에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신다.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에 대하여 천사 우리엘이 ‘모든 것이 주를 우러러보도다’라고 찬양하고 마지막엔 천사들이 ‘하나님 높이 통치하시도다’와 ‘할렐루야’라고 합창으로 마무리한다.

제3부 낙원에서의 아담과 이브(제29곡에서 34곡)
아주 느린 라르고(largo) 템포의 간주곡이 나오다가 천사 우리엘이 아름다운 에덴을 산책하는 한 쌍의 인간을 노래한다. 이어서 아담과 이브가 아름다운 화음으로 신의 영광을 노래하다가 합창이 뒤따라 나오고 다시 아담과 이브의 2중창이 펼쳐진다. 마지막 곡은 4중창이며 ‘아멘!’으로 끝난다.

‘주의 이름 주의 영광 소리 높여 찬양하라. 주 영광 영원토록 아멘, 아멘’하고 웅장하게 끝나는 마지막 34곡을 듣다 보면 그 옛날 헨델의 메시아의 ‘할렐루야’ 합창을 듣고 감동했던 하이든의 마음이 전해옵니다. 그리고 또 창조 사역을 마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하신 하나님의 심정도 전해옵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달 1월에 이 곡을 들으면서 우리 모두 다시 하나님께 감사하고 영광 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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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