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핍과 갈급

“지금까지 나는 언제나 악한 성격을 숨기고 착한 성격만 나타내려고 노력했다네. 나의 악한 쪽인 하이드는 선한 쪽의 지킬보다 훨씬 몸집이 작고 약하다네.” 소설 ‘보물섬’으로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나오는 대사이다.

쉰 살 무렵의 헨리 지킬 박사는 지적이고 멋진 의사다. 지킬 박사는 약을 통해 하이드로 변해 쾌락을 탐닉하면서도 도덕적인 삶을 살고자 했다. 악은 선보다 더 충동적이고 적극적이다. 선과 악을 분리하려는 정신 분열적인 죄의식이 있다. 어둠의 하이드(Hyde)는 영어의 숨는다(Hide)는 또 다른 의미도 있다.

인간의 양심과 욕망의 원초적인 뿌리는 같다. 다만, 선한 양심으로 보여지느냐 아니면 악한 욕망으로 드러나느냐의 차이뿐이다. 양심과 욕망이 교묘하게 뒤섞인 이중인격자 또는 다중인격자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가까이에 있다. 누구에게나 정신이나 의식의 분열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사람과 관계 맺기가 힘들고 어렵다면 자신의 공감 능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결핍과 갈급은 숨기고 타인에게서 실수를 찾아내 비난을 일삼지 않는가 보라. 위선적인 사람을 잘 살펴보면, 만나는 사람을 조정하거나 기만한다. 냉담하고 적대적이다. 무책임하며 충동적이다. 때로는 폭력적인 언어와 행동을 보인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일과 성과를 통해 평가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심과 태도는 감춘다. 그러기에 사람은 도덕과 종교에 기생하거나 기숙한다. 자신의 욕망을 포장하기 위해 선한 양심의 사람을 숙주로 이용한다.

만남이 이어지고 관계가 형성될수록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불편하게 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이처럼 겉 사람의 도덕성과 속 사람의 윤리성이 다를 때“위선자, 위선자, 위선자”라 하는데 위선자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기도 하다.

사물은 저울로 달아보거나 잘라 보면 알게 되지만, 마음은 저울에 달 수 없다. 선한 양심도 재어볼 수 없고 평가할 수 없다. 세상의 도덕과 윤리, 그리고 종교로 재어보는 선의 척도는 절대적인 겉과 속이 다른 위선에서 비롯된다. 절대 선을 강조할수록 절대적으로 타락한다.

“바로 너희와 같은 위선자들을 두고 이사야가 다음과 같이 잘 예언하였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나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기독교인은 위선자를 반드시 분별해야 하고 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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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크리스천라이프발행인.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담임목사. 저서로는 '하나님의 아가', '예수님의 아가' 시집이 있으며 단편소설 '마른 강' 외 다수 와 공저로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