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 .2

나는 내 자신이 너무 부족하여 하나님께 훈련받는 동안 많은 어려움으로 인해 다민족사역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영어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한인교회에서 사역을 해보려고도 했다. 하나님의 계획이 아니라서 그런지 마음도 편하지 않았고 주님께서도 허락하지 않으셨다. 인고의 노력 끝에 주님의 은혜로 꿈꾸어 왔던 다민족교회의 사역자가 되었다.

사실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에는 전임사역이 아니라서 여러 가지 일을 마음껏 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현재 섬기는 교회에서 2015년 8월부터 전임사역자로 섬기면서 기회가 되면 다양한 성도들을 교회의 리더로 세우도록 노력하였다. 내가 이곳에 왔을 때에는 한인들은 우리 가족과 오랫동안 우리 사역을 함께 도와 준 집사와 그의 어머니 모두 6명에 불과하였다. 아시안들은 중국인 2가정과 일본인 1가정이 전부였다. 일부 퍼시픽 가정들도 있었지만 매주 교회에 나오지는 않았다.

지금은 60%가 유럽인들이고 35%가 아시안, 그리고 5%가 퍼시픽아일랜더로 나름 다민족교회가 되기는 하였지만 5년 전에는 거의 백인들이었다. 내가 처음 이 교회에서 한 사역은 바로 구역모임의 활성화였다. 일부 구역모임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백인 중심의 소규모였다. 대부분 주중 저녁에 모였다. 아시안들의 경우 대부분이 유학생이고 이민자들이다 보니 주중 저녁 모임을 갖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아시안들을 위해 주일 예배후 모임을 갖도록 노력하였다.

이러한 모임을 갖고자 교회리더쉽에 제안을 하였으나 반대에 부딪쳤다. 왜냐하면 주일예배 후에 모임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성경공부모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였고 설문조사 결과 그들 대부분이 주일예배후에 모이기를 원하다는 사실을 교회 리더들에게 보고하였다.

그리하여 성경공부모임을 곧바로 시작하게 되었다. 아내의 전도로 합류한 한 가정을 포함하여 아시안, 유럽, 그리고 퍼시픽 아일랜더로 이루어진 다민족 모임이 13명으로 초라하게 시작하였다. 시작은 보잘것 없었지만 주님의 은혜로 매주 꾸준히 새로운 신자들이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더욱 감사한 일은 이들 중 대부분이 교회를 다니지 않거나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주 예배 후에 그들과 성경공부와 식사를 하면서 교제를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이들 중에 무려 10명이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여 세례를 받았고 지금까지 무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리 교회를 거쳐 갔다.

그들 중 일부는 고국으로 돌아갔고 직장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신 분들도 있었다. 그들은 교회가 부흥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기존의 신자들 중심으로 한 수평 이동이었지만 우리 교회에 나왔던 분들은 거의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사람들, 그리고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의 대부분인 수직 이동이었다.

내가 5년 전 이 교회에 사역자로 처음 왔을 때 교회 성도들의 반응은 정말 차가웠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일부 이민자들이 교회의 성도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다가 갑자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교회를 떠났던 사람들이 있었다. 교회는 그 일로 아시안들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그들의 선입견과 편견에 맞서 싸워야만 했다. 사역자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도들은 우리들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아시안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일부 이민자 중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있어 열심히 섬기는 아시안 성도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여하튼 우리 교회는 이민자들을 위해서 매주 예배 후에 영어 및 한국어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영어담당은 오클랜드대학과 유니텍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강사가 수고하고 있다. 한국어 성경공부는 나와 다른 집사가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격주로 금요일에 한국어 예배와 중국어 성경공부반도 개설하였다. 처음에는 이러한 모임을 시작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아시안 리더(장로)를 세우고자 많이 노력하였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다민족교회든 단일민족교회이든 중요한 것은 성도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주님을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민족교회를 다니는 일부 성도 중에는 다민족교회가 단일민족교회에 비해서 간섭이 적다는 이유로 그저 주일예배만 가끔 참여하는 성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교회는 조금 더 큰 가족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이 지구상에 천국의 모형을 두 군데에 만들어 놓으셨는데 하나가 가정이고 다른 하나가 교회이다. 가정에서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서로서로 노력해야 한다.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만 가지고서는 결코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없듯이 교회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노력하며 봉사하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일 한 시간의 예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기에 초대 교회는 예배를 드릴 때 공(주일)예배와 교제, 그리고 봉사와 전도(선교)를 함께 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서로 돕고 배려하고 함께 일해야 한다. 넘어지면 서로 일으켜 주어야 한다. 아프면 치료해 주어야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로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 서로 돕고 봉사하고, 그리고 함께 예수의 복음을 증거하여야 한다. 이것의 교회의 본모습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믿음없이 다녔다. 때로는 교회가 지겨웠고 마지못해 다니는 것 같아서 한동안 나가지도 않았다. 그런데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계속 생겨나고 교회에 대한 나름 사명감에 불타 다시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그 후로는 교회의 부족한 문제에 대해 불평하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원으로 열심히 봉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자신이 점점 더 그리스도인으로 자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내 자신을 사역자로 불러주신 주님과 성도들에게 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동안 나는 주 안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나누면 나눌수록 기쁨은 2배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귀한 보물이 있어도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서 가지고 쓴다면 이것보다 불행한 삶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일부를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만드실 때 함께, 즉 서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셨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나누고 살아가면서 더욱 행복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