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그리고 결혼주례자격증

전혀 모르는 남녀가 서로를 만나 사랑에 빠져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 역시도 남들 다 있는 여자 친구가 없어서 얼마나 절망하며 기도하며 구했는지 모른다.

‘이러다가 혹시 결혼을 못 하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이 엄습할 때, 나는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나의 부르짖는 기도를 들으시고 하나님은 여러 사람들을 통하여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기회를 주셔서 지금은 다른 사람들같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돌아보면 어느 과정도 결코 쉽거나 저절로 된 것이 없었다.

이민자의 자녀들과 부모들 역시도 분명히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결혼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절박하다.

이 글에서는 어떻게 배우자를 만날지, 어떤 배우자를 선택할지에 대한 주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솔직히 이 부분은 답이 없고,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간절히 찾는 자들에게 나에게 기회를 허락하신 하나님이 그들에게도 기회를 허락하시기를 기도하며 뉴질랜드 이민자로서 결혼식 및 결혼 주례 자격증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뉴질랜드는 다문화 사회이다. 따라서 결혼식 역시 정해진 틀이나 정답은 없고, 형식은 각자의 문화와 형편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이 글 역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기에 참고는 될 수 있지만 정답은 될 수 없다.

뉴질랜드의 결혼 문화는 주례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지 결혼식에서 몇 마디 하고 축복해주는 것 이상으로 주례자는 결혼하는 신랑과 신부의 결혼 증명서(Marriage Certificate)에 사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증명서는 그저 이쁘게 꾸민 무늬만 증명서가 아니라 일반 관공서에서 사용되는 법적인 효력이 있는 문서가 된다. 따라서 이 문서에 사인을 할 수 있는 주례자는 국가가 정한 자격을 얻어야 한다.

결혼 주례사(Celebrant)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독립 주례사(Independent Celebrant)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단체 소속 주례사(Organizational Celebrant)이다.

독립 주례사란 어느 단체나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 아닌, 말 그대로 독립적으로 결혼 주례 부탁이 오면 결혼 주례를 해주는 사람이요, 단체 소속 주례사는 어떤 대표 단체에 소속되어 결혼 주례를 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자격을 얻는 것은 아주 간단한 과정을 거치면 되는데, 먼저 신청비를 내고(독립주례사는 $220, 단체소속주례사는 $150), 몇 가지 서류를 구비하고, 마지막으로 온라인 시험을 통과하고 몇 주 기다리면 국가 공인 주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주례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꼭 주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민자 자녀의 부모들은 한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하려 하지만 자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어떤 특정 목사님께 주례를 부탁드려야 ‘만’(Should do) 된다는 부모의 생각과 우리가 주례를 받고 ‘싶은(Want to do)’ 사람은 ‘바로 이 사람이다’라는 자녀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우선 자녀들이 주례를 받고 싶어 하는 주례자로서의 특징은 주례자가 신랑 신부를 개인적으로 깊게 알아야 한다. 그냥 이름만 아는 정도, 우리 교회 교인을 넘어선 관계가 되어야 주례를 부탁한다.

한국문화는 목사라는 타이틀로 주례를 부탁하지만, 나의 경험에 타이틀보다는 관계, 다시 말해 서로 공유된 이야기들이 많은 사람을 주례자로 세우기 원하는 것이 이민자 자녀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을 알고, 깊은 교제 가운데 고민을 나누고, 삶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을 함께 지나며, 결혼을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까지 솔직히 나누었던 목회자가 본인의 결혼 가운데 본인들에게 가장 알맞은 주례를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그렇게 친하지는 않지만 주례를 부탁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들을 아는 이들에게 주례를 받고 싶어 하는 이민자 자녀들의 마음을 알게 된 후, ‘꼭 담임자가 주례를 고집하지 말고, 또한 어르신에게 주례를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지 말고, 그들을 제일 잘 아는 부교역자나, 혹은 청년부 담당 전도사에게 주례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교회에서 지원함으로 어린 목회자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고, 그들로 하여금 더 다채로운 그림을 그려갈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하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결혼식 부분에 있어서, 보통 이민자 자녀들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보다는 본인들이 알아서 장소나 어떻게 장식할지, 그리고 재정 지출을 스스로 감당하는 이들이 많다. 이것은 부모가 그 결혼식에 있어서 영향력을 크게 미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를 초대할 것이며, 누구를 초대하지 않을 것인가. 혹은 음식은 무엇을 할 것인가 등등의 문제를 모두 스스로 결정하기에 부모는 별로 할 것이 없다. 우스갯소리로 결혼식에 부모가 초대받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결혼식이 한참 진행되고, 축복의 말씀이 선포되고 축가가 울리고 축하의 시간과 행복을 빌어주는 시간 가운데 우리가 영화에서 보듯, ‘그대는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되도록 아무개를 아내로 맞이하여 사랑하겠는가?’라는 주례자의 질문과 함께 씩씩한 신랑과 신부의 “I Do”라는 대답이 들리고 서로 예물을 교환 후, 주례자로서 꼭 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혼인 증명서에 사인을 하는 것이다.

사인을 하기 전에 보통 혼인 증명서는 먼저 신랑 신부가 먼저 관공서에 금액($33)을 지불하고 신청한다. 증명서가 오면 그것을 주례자에게 주고, 주례자는 먼저 본인이 사인을 하고, 결혼식 당일 신랑과 신부는 증인을 각각 두 명씩 세워 증명서에 신랑, 신부, 그리고 증인 4명이 사인을 하고 주례자가 사인한 후, 그 문서를 복사하여 관공서에 보내면, 정식 혼인 증명서가 발급된다. 그리고 주례자가 공식적으로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다는 선포함과 동시에 신랑과 신부는 법적으로 부부가 된다.

어디서나 하는 결혼, 누구나 하는 결혼이지만 이민자의 자녀로서 결혼을 하고, 또한 부모로서 그 자녀의 여정에 함께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함에도 정답이 없는 인생이기에 이민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들을 그려가고 있다. 이민을 오는 것보다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듯 결혼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결혼생활이라는 집을 멋지게 지어가는 모든 신랑 신부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전 기사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다음 기사마지막 이야기 .1
김혜원
감리교신학대학, 동 대학원 졸업, 한국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후 뉴질랜드로 유학 와서 Elim Leadership College에서 공부, Elim Christian Center Botany Campus에서 한인담당목사로 키위공동체 안에 있는 한인공동체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