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팀의 여정 – 찬양 인도자

주일 예배가 바로 끝나고 나서부터 분주해지고 마음이 바빠 온다.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이 되고 마음이 조급해진다. 수요일까지 보내고 금-토요일에 연습한 후에 또다시 주일이다. 일주일이 훅훅 지나가고 벌써 몇 번 한 것인지 내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맞다, 찬양 인도자다! 사실 나는 찬양 인도를 찬양 인도자 한 사람에게 한정 짓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드럼이 비트를 맡아주고 피아노가 음률을 맡아주듯이 인도자도 그냥 역할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찬양 인도자가 찬양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 과소 평가 할 수 없다.

찬양 인도를 모 교회에서 7년 동안 하면서 찬양팀 리더이기 때문에 힘들었던 부분과 인도자여서 힘들었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오늘은 적어보려 한다.

예배 콩글리시 1: Conti(nuum) 콘티
내가 찬양 인도를 처음 하면서 정말 궁금했던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콘티는 무슨 콩글리시일까?’였다. 아마 영상 산업에서 파생되어서 continuum에 약자로 ‘scene flow’같은 의미로 흐름이라는 뜻이다. 어원이 어찌 됐든 콘티는 찬양의 흐름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만약 멤버들이 ‘이번 주 콘티 뭐에요?’ 이렇게 물어본다면 이번 주 찬양곡들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사실 정확하다.

찬양의 흐름을 짜는 방법은 참 여러 가지다. 제일 쉽게 빠른 곡 2개, 느린 곡 2개에서 구약의 예배 방식, 즉 감사함과 회개, 그리고 하나님을 경배함으로 마치는 흐름 등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정말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흐름은 story telling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주 말씀을 알거나 묵상하던 말씀이 있다면 그것으로 회중들과 함께 하나님께 이야기 하듯 찬양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을 사용해 내가 좋아하는 찬양곡 4개가 아니라 하나님을 찬양하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참 중요하다. 내가 이 방법을 사용하면서 하나님과 더욱 대화하고 특히 곡들을 이어서 부를 때 은혜를 참 누렸다.

사실 찬양 인도를 1~2년 하다 보면 콘티 곡들이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우리 교회에서 매주 새로운 곡을 할 경우 사람들의 몰입도가 떨어지고 찬양팀이 너무 힘들어해서 처음에는 하고 싶었던 곡들이 많았지만, 점점 했던 곡만 반복하는 패턴이다.

나의 경우 2009~2014년의 찬양을 참 좋아해서 사실 계속 반복해서 부르곤 했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아기가 단어 100개 외우고 매일 그 단어들만 사용해 엄마와 깊은 대화를 시작하려는 것과 같다. 곡들을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찬양의 표현 폭이 넓어지고 더 의미 있는 찬양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많은 곡을 접할 수 있을까? 한 방법은 찬양팀과 함께하고 싶은 곡 top 100 찬양 집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나와 나이가 많이 차이 나는 찬양팀 멤버일수록 그 시대에 풍미했던 내가 모르는 찬양을 잘 알고 좋아하기에 참 좋다.

예배 콩글리시 2: (Co)Ment 멘트
위에 콘티를 흐름으로 짜는 것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실 곡을 4개 부르고 만약 이어지게 연주하지 않고 끊고 가는 요즘 세대 힐송 스타일로 인도를 한다면 회중들과 심지어 찬양팀조차 인도자가 왜 이런 패턴으로 찬양할까 모를 때가 많다.

요즘 나는 호주에 와서 찬양 인도를 내려놓고 싱어로 섬기고 있지만 나조차도 찬양의 흐름을 이해하려고 큰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찬양 인도자로서 정말 정성을 쏟아 콘티를 만든다면 이것만큼 허탄한 것이 없다. 그럼 어떻게 이 흐름을 나눌 수 있을까?

사실 멘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기도하며 하나님께 어떤 흐름으로 우리 교회의 찬양을 인도할지 묻는 것이다. 예배는 사람이 드리지만, 성령님이 운행하시는 곳이고 다스리시는 곳이다. 그렇기에 만약 성령님이 이끄시는 대로 인도한다면 이론상, 그리고 예배 경험상 이것만큼 은혜로운 순간들이 없다.

이것을 더욱 가미해 줄 수 있는 것이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짧고 효과적으로 같이 찬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말씀 구절을 함께 나눈다든지 하나님의 마음을 한두 문장으로 간략하게 선포하는 것이 경험으로 제일 효과적이다.

유튜브에 나오는 목사님이나 간사님들의 나눔을 보고 따라 하려고 한 적도 있지만, 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하나님이 간섭하실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목사님들 중에 멘트 자체를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이 있을 수 있으니 사전에 여쭤보고 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하나님이 어떠한 예배를 우리에게 원하시느냐다. 다른 악기처럼 찬양 인도자는 멘트할 수 있는 역할이다. 만약 드럼이 틀리면 티가 나는 것처럼 멘트도 준비하고 다듬어서 깔끔하게 나와야 한다.

모니터
콘티도 준비하고 멘트도 준비했다. 그렇다면 또 무엇이 남았을까? 현대 예배의 구조는 가족이 상에 둘러앉아 예배하는 구조가 아닌 공연하는 구조이다. 그런 만큼 찬양 인도자는 더욱 철저히 들리는 것뿐만이 아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어떤 말버릇이 있는지 나는 어떻게 찬양하는지 사람들이 잘 모른다. 하지만 만약 예배 때 거슬리는 몸짓이나 말버릇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는 것도 예배에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찬양팀에서 녹음하고 다음 연습 때 잠시 보던 때가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 어떤 모습으로 찬양하는지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특히 말버릇을 많이 잡았다. 나는 ‘하나님 아버지’를 습관적으로 계속하는 모습을 보고 개선하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마음의 예배를 위한 끝없는 전쟁
하지만 사실 오랫동안 준비와 연습, 그리고 예배를 잘 드리고도 매번 나에게 남아있었던 마음이 있었다.‘혹시 나는 이 찬양팀을 통해서 나만의 Christian(king)dom, 즉 나의 왕국을 예배에 남기려고 한 것이 아닐까?’혹시 예배 중에 성공과 패배를 구분하고 점수 매기고 있진 않았나? 혹은 내가 오늘 감동하고 회중들도 공감해 반응해주었으면 좋은 예배였고, 싸늘한 예배는 부족한 예배였다고 느낀 적 없는가?

만약 이런 느낌이 들었다면, 그리고 이렇게 나만의 점수를 예배마다 주고 있었다면, 예배를 드리는 나의 마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집에서 고독하게 예배드릴 때도, 공동체가 다 모인 자리에서 예배드릴 때도, 하나님은 동일하게 우리 안에 살아 계시며 같은 음성을 우리에게 들려주신다. 나의 왕국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 오늘 우리 찬양인도자가 해야 할 것은 예배의 성패를 하나님께 맡겨드리고 다윗처럼 예배하는 것이다. 짜증나면 짜증나는 대로, 삶이 지겨우면 지겨운 대로, 나에게 예배가 달린 것이 아니라 그 삶 그대로 하나님을 높여드려야 할 것이다.

찬양 인도자가 앞에 서고 사람들에게 보이기 때문에 마치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듯 너무 쉽게 내가 높아지려는 교만이 인도자 문 앞에 도사리고 있다. 기억하자. 예배는 나의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낮아질 때 하나님이 들려 올려주시는 것이다.

이전 기사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
다음 기사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다
조태영
현재 대학원생으로 10년 동안 섬겨온 찬양팀에 관한 이야기와 1.5세대로 뉴질랜드에서 살아가는 교회 청년으로서 무엇을 하며 살 것 인가? 누구와 살 것 인가? 어디서 살 것인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