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뒤에 오는 봄의 축복

벌써 9월입니다. 어느덧 한낮엔 따뜻한 햇살을 타고 살며시 다가오는 봄을 느끼는 계절입니다. 겨울 뒤에 우리를 기다리는 봄이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에도 힘들고 어려운 시간 뒤에는 기쁘고 즐거운 시간이 기다린다는 아주 단순한 교훈을 계절의 추이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슈만의 음악을 듣습니다.

고통을 극복하며 작곡한 슈만의 교향곡 2번
오늘 들을 첫 곡은 슈만의 교향곡 2번입니다. 클라라와의 결혼에 성공해 삶이 끝없이 행복할 것만 같았던 감정이 묻어나던 1번 교향곡과는 달리 2번 교향곡은 어려운 정신적 상황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슈만은 모두 4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이 곡은 사실은 세 번째로 작곡된 교향곡입니다. 그의 두 번째 교향곡이 사정이 생겨 마지막으로 출판되면서 교향곡 4번이라는 번호가 붙게 되었고 따라서 세 번째로 완성한 이 작품이 교향곡 2번으로 출판된 것입니다.

1번 교향곡 ‘봄’이 클라라와의 사랑과 결혼의 기쁨이 충만한 가운데 쓰인 것과는 달리 2번 교향곡은 어둡고 힘든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슈만은 평생 우울증으로 괴로움을 당했는데 이 우울증이 다시 재발한 것입니다. 어쩌면 그의 우울증은 선천적 요인인지도 모릅니다. 그의 아버지는 신경 질환으로 돌아가셨고 누나는 19세의 나이에 자살했습니다.

그 자신에게도 피아니스트에게 너무도 치명적인 손가락 부상으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젊은 날의 일기장에‘나는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라고 쓴 것을 보면 우울증은 그에게 선천적 숙명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클라라와 결혼 한 뒤 아직 그 자신은 작곡가의 확고한 위치를 자리 잡지 못한 반면 클라라는 눈부신 연주 활동으로 명성을 더해가며 가정 경제까지 이끌어 갔습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어쩌면 열등감까지 겹쳐 그에게 우울증이 재발한 것은 1843년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슈만의 위대함은 이러한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우뚝 일어서 작곡에 박차를 가한 마음가짐에 있습니다.

좌절감을 벗어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싶은 슈만은 드레스덴으로 이주해서 작곡에 매진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각오로 써낸 곡이 2번 교향곡입니다. 중간에 우울증이 도져서 힘든 시기를 거치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곡을 완성했습니다. 그런 만큼 이 곡에는 좌절을 딛고 일어서 승리를 향해 도전하는 영웅적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곡은 모두 4악장으로 되어있습니다. 장중한 서주로 시작되는 1악장, 보통의 느린 형식 대신 스케르조의 해학적인 2악장, 고통과 우수가 어린 아다지오의 3악장, 그리고 슬픔을 떨치고 승리를 쟁취하려는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의 4악장입니다.

지난번에 이어 명 연주로 평판이 좋은 Riccardo Muti가 지휘하는 Philharmonia Orchestra의 연주로 듣습니다.

슈만의 기질이 넘쳐나는 걸작 첼로 협주곡 A 단조
슈만은 독주 악기와 관현악단이 동반되는 7개의 협주곡 풍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 중에서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오늘 들을 첼로 협주곡 3곡이 완성된 정규 협주곡이라 할 수 있는데 이 3곡 모두가 걸작의 반열에 들어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첼로 협주곡 A 단조는 하이든의 제2번 D 장조,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B 단조와 함께 3대 첼로 협주곡이라고도 불리는 명곡입니다.

이 곡을 들으면 슈만의 낭만적인 기질이 넘치는 특유의 시적(詩的)이고 상상력 넘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첼로를 배운 적이 있었던 슈만은 이 악기가 지닌 시적이며 서정적인 특색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이 걸작을 1850년 10월 뒤셀도르프에서 6일만에 스케치를 끝내고 작곡을 시작해 8일만에 완성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2주라는 짧은 시일에 완성된 곡이지만 곡 전체에는 어딘가 어둡고 비장한 정서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심한 환각 증세에 시달리고 있던 슈만이 고통에서 깨어나면 이 작품에 안간힘을 다해 매달렸다고 그의 병상을 지켰던 부인 클라라가 회상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환청과 환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곡은 어두운 그림자가 곡 전체에 어른거리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입니다.

슈만은 이 곡이 초연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었고, 이 곡은 나중에 슈만의 50회 생일축하 연주회에서 에베르크에 의해 초연되었습니다. 초연 당시에는 그렇게 많은 호응을 받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모든 첼리스트에게, 그리고 음악애호가에게 가장 사랑 받는 첼로 협주곡이 되었습니다.

‘나는 거장을 위해 협주곡을 작곡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던 슈만은 어떤 협주곡도 독주자의 기교 과시를 위해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만큼 이 협주곡에서 첼로는 결코 혼자 유독 드러나지 않으며 관현악과 일체가 되어 사색하는 듯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시적 감흥을 자아냅니다.

악장 사이에서 박수가 나오는 것을 싫어한 슈만은 이 협주곡을 1악장에서 3악장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연주하도록 했습니다. 독주 첼로가 긴 제1 주제를 노래하는 1악장, 세상에서 제일 슬픈 로망스가 들어 있는 2악장, 그리고 활기찬 행진곡풍 리듬의 3악장이 마치 단악장인 양 연주됩니다.

명곡인 만큼 좋은 연주가 많습니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도 좋고 자클린 뒤프레의 연주도 좋고 푸르니에의 첼로도 모두 좋습니다마는 저는 이 곡만은 꼭 Pablo Casals의 첼로 연주로 듣습니다. Eugene Ormandy가 지휘하는 The Prades Festival Orchestra와의 협연 실황 녹음입니다. 모노에 실황 녹음이라 음질이 썩 좋지는 않지만 카잘스의 거장다운 스케일과 충실함은 작곡가 슈만의 심정을 너무도 잘 표현합니다.

음악 감상을 마치고 하나님 말씀을 보았습니다
살다가 보면 누구라도 어려울 때를 당합니다. 슈만 같은 천재도 삶의 고통과 역경을 스스로 피해 가기는 어렵습니다. 가정이지만 만일 슈만이 하나님을 잘 믿었다면 우울증이나 환각과 같은 정신병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시편 121편 1-4절입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이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졸지도 주무시지도 아니하시고 우리를 지켜주시는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최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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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