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성기, 렙타일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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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지난번에는 150마리였는데 지금은 약 300마리다. 바다에 가서 수평선을 바라봤을 때 끝이 안 보이는 그 기분. 내 기분이 지금 그렇다.

수많은 새끼가 알껍데기를 찢고 나오고, 또 몇 번의 탈피를 통해 성장한 후에 새 주인에게 가는 이 끝없는 사이클이 얼마나 반복되었을까? 얼마나 왔을까? 생각해보면, 아직 반밖에 못 왔다. 아직 부화 예정인 새끼들이 200~300이 더 남았다. 약 7월까지는 계속 새끼들이 나올 예정이어서. 아직 숨 쉴 시간이 안 난다.

지금 새끼들이 약 300마리 부화한 시간, 전성기라 말할 수 있겠다. 새끼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그 새끼들을 위해 몇 개월 전부터 예약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신기하다.

나는 “또 나왔네……”라고 생각하는 반면, 그 사람들은 “와, 엄청 많이 나왔다! 내 아이도 있을까?”라고 생각을 한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이 한국에서 자자하지만, 파충류 세계에서는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개체들이 있기에 보통 분양자가 ‘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예약으로 가장 많이 나가는 시즌 초반을 생각해보면 나도 바쁘고 정신없다는 핑계로 사람들에게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게 대했을 수도 있다.

이게 내 본업이 아닌데 이렇게 바빠진 건 내 선택인데, 이 일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기존에 약 200마리를 두고 키웠는데 약 100~120마리로 줄이려 한다. 새끼들이 많은 만큼 재미있었지만, 그만큼 바빴고, 그러기에 내가 변질 되가는 느낌이 들었다.

6월 마지막 주에 일본으로 단기선교를 가는데 그것도 준비한다고 바쁘고, 그걸 위해 더 기도하다 보니 이런 마음이 들기에, 하나님께서 이런 틈을 타서 조금 여유를 주시려는 듯하다.

7월 말에 국내 최대규모의 렙타일 쇼가 학여울역에 있는 세텍에서 열릴 예정이다. 나에게는 5번째 쇼 참가인듯하다.

이제 꽤 경험을 쌓아서 그런지 딱히 기대된다기보다는 새끼들을 이동할 때 포장, 세팅부터 준비하기까지가 걱정이 된다.

시작하기에 앞서 준비가 바듯할 뿐, 막상 쇼가 시작하면 웃음이 얼굴을 떠나지 못한다.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파충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느끼게 될 때 기분이 오묘하고, 뿌듯하고, 또 설렌다.

쇼 준비, 단기선교준비, 또 어쩌다 보니 7월에도 해외에서 수입을 하게 되었다. 영어가 가능하다 보니 해외 브리더들과 친분을 쌓고 개체들 사진도 많이 주고받는데, 북미나 유럽은 시장이 크다 보니 월등한 개체들이 꽤 많다.

그래서 그걸 국내 사람들에게 보여 주면 30분 내로 전화 15통은 거뜬히 온다. 이렇게 되면 난 해외에서 리스트를 뽑아서 국내에 풀고, 수입을 진행해 주는 식으로 하고 있다.

이것도 나름 재미난 일이다. 이런 걸 보면, “한국도 파충류를 꽤 많이 받아들였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민자, 유학생 중 한국을 오랫동안 안 가본 사람이 있다면 여러 방면으로 꽤 놀랄 거 같다고 생각이 된다.

한국에 머문 지 약 1년 7개월이 되었는데, 그사이에도 수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곳에서 혼자 잘살고 있는 걸 생각해보면 나름 잘 맞는 거 같기도 하다. 이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가 아닐까?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또 이후에 필자는 더 바쁜 삶으로 뛰어든다. 모두 바쁜 삶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