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의 무게 – 떠남 그리고 만남

*이방인이 오면 마음을 열기보다 저 사람도 언젠가는 떠나겠지

*영주권을 받아도 떠나는 사람들이 많기에 영주권자들도 마음문을 열기 쉽지 않다.

*잠깐 온 유학생 엄마, 그리고 여지없이 떠나는 사람들을 보며 허한 마음을 느낀 아내

*사람은 언제나 공동체적인 사람, 공동체 안에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떠날 수밖에 없어 떠나는 사람의 심정, 하지만 남는 자의 허전함

*남은 떠나면 안 되지만 그 마음속에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는 이민자

*한국으로 가는 역이민, 하지만 또한 돌아오는 재이민, 한국에서의 적응 못함, 이미 뉴질랜드화 되어버린 뉴질랜드 외국인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그 마음은 사라지고 똑같은 일상영국으로 호주로 떠나는 청년들, 이민자의 자녀이기에 역시 또 떠나는 것인가

*이 나라를 내 나라로 삼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이민은 가족과 조국을 버리고 오는 것, 그렇기에 더 나은 조건이 나타나면 또 떠나 버린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듯 마음을 쏟으면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관계적 빈곤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사람들, 작은 공동체라 그런가 본인이 드러나서 그럴까? 영어 이름?

*힘들게 세우지만 쉽게 무너지는 관계, 이제는 내 맘을 알아주는 사람이 생겼다 하면 떠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 그럼에도 관계를 세워나가고 공동체를 세워 나아가야 한다.

*더 나음을 위한 떠남. 더 나음을 위해 이민을 선택했지만 그 더 나음을 위해 자녀와 더 빨리 이별할 수도 있음…

*떠나보냄, 그리고 새로 맞음을 익숙하게 나에게 주어진 사람들에게 최선을…

이민을 왔다라는 의미는 본인의 고향을 떠났다는 의미이다.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을 떠나 새로운 땅, 뉴질랜드로 여러 가지 이유와 목적과 기대를 가지고 왔다.

아름다운 하늘, 솜사탕 같은 구름 그리고 새로운 삶 속에 이민의 거친 바람을 맞으며 뉴질랜드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 내다 보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따끈한 순대국 한 그릇, 포장마차에서 파는 쫄깃하고 매콤한 떡볶이, 얼큰한 칼국수 그리고 따뜻한 오뎅국물이 있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스멀스멀 아지랑이 꽃피듯 올라온다.

그런 그리움을 안고 신분 문제를 어렵사리 해결하고 나면 그동안 수고했다는 자축의 의미로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한국에 있는 동안 시간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흘러가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온다.

돌아올 비행기를 타러 가는 버스 안에서 그리고 공항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교차하게 되는데, 그 경험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다.

그렇게 한국에서 돌아오면, 이민자라면 모두 한 번쯤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떨까’라는 질문이다.

이민자마다 케이스는 다르겠지만, 신분 문제를 해결하는 그 시간 동안 이민자는 처음 이민을 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새사람이 된다. 이민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바꿀 만큼 엄청난 경험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본인의 변화는 한국을 오랜만에 방문하거나 혹은 한국에서 가족이나 친척이 와서 며칠이나 혹은 몇 달간 함께 머무를 때야 비로소 자각하게 되는데,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크고 작은 관계의 충돌이나 사건들이 지나간 후다.

처음 뉴질랜드에 와서 사람들을 사귈 때,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마음 문을 쉽게 열지 않을까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몇 년 살다 보니 이제 마음을 열지 않았던 그 사람들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나 자신도 어느새 새로운 사람에게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언젠가는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사는 이민자들, 새로운 이민자가 들어오면 반가운 마음도 들지만, 또한 언젠가는 저 사람도 떠나겠지라는 마음에 더 이상 마음을 열지 않는다.

영주권을 받으면 좀 괜찮아질까?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민 생활의 가장 큰 고비는 영주권을 받자마자 한국에 다녀온 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영주권을 받은 후에도 돌아가는 사람이 많기에 영주권을 받았다고 해서 쉽게 다른 이들의 마음문이 저절로 열리지는 않는다.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 오는 사람들을 겪다보면, 이제 어느 정도 적응했나 싶다가도 누군가 떠나면 가슴이 이상하게 허해진다.

이젠 무뎌질 때도 되었는데 하면서도 가까이 있던 누군가가 한국으로 그리고 영국이나 호주로 떠나게 되면, 영원한 관계가 있을 수 없고 그렇다고 새로운 관계를 거부할 수도 없는 환경 속에서 그러려니 하면서 그런 떠남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이민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오죽하면 떠날까, 떠날 수밖에 없어 떠나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가 되지만, 남을 수밖에 없어 남는 사람들의 허전함 역시도 이민자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게 남이 떠나는 것은 아쉽고 허전해하면서도 본인 역시도 마음속에 혹시나 나도 떠나면 어떨까라는 마음을 품고 사는 이민자들.

하지만 쉽게 그 마음을 남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이유가 그 마음을 털어놓을 때 상대방이 이 사람도 떠날 수 있구나라는 마음에 쉽게 그런 마음을 남에게 나누기도 쉽지 않다.

힘들게 세워가지만 쉽게 무너지는 관계, 이제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생겼지 하면 또한 갑자기 떠나가는 사람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것이 그런 느낌일까?

마치 마음을 쏟아놓으면 채워지고 풍성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관계의 빈곤 속에 정주고 상처받느니 차라리 정주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낫겠다라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이민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군가에게 그토록 오고 싶은 뉴질랜드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떠나고 싶은 뉴질랜드, 이민 1세대든, 2세대든 뉴질랜드를 떠나겠다는 마음을 대놓고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런 마음은 누구든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한 번도 이민을 경험해 보지 않은 이민자의 자녀들에게 있어서는 더 나은 미래와 새로운 경험을 위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곳이 뉴질랜드이기에 자녀교육이 어느 정도 끝난 부모들은 이곳에 계속 있을지 아니면 떠날지를 고민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을 보내고, 또한 새로 맞이하는 이민의 삶 속에서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마음을 굳세게 먹어보지만, 또 상처받기 싫기에 본능적으로 새로운 사람이 오면 선뜻 마음을 쉽게 열지 않고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기대보다는 이 사람도 떠나겠지라는 선입관에 깊은 관계를 맺기를 주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에게 허락된 한 사람, 그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떠나가는 이들에게 사랑의 흔적이 남도록 마음을 다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떠나는 허전함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지나도 극복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오늘, 또 나에게 주어진 그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몸부림치며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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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감리교신학대학, 동 대학원 졸업, 한국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후 뉴질랜드로 유학 와서 Elim Leadership College에서 공부, Elim Christian Center Botany Campus에서 한인담당목사로 키위공동체 안에 있는 한인공동체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