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드 게코’ 분양가는 날

새끼 하나, 둘부터 시작해서 벌써 약 150마리 정도가 축양 후에 분양이 되었다.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다 정을 주는 것도 어렵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누가 어디에 있고, 누가 입이 짧으며, 누가 경계심이 강한지 다 외워버렸다. 막상 새끼들이 분양가는 날이 되어 새끼들이 새 주인들에게 갈 때면 마음 어딘가가 먹먹하다.

지난 호 원고를 쓸 때는 새끼들이 나온 지 3주되어 갔지만, 현재는 새끼들이 언제 나왔고, 누구한테 갔는지 솔직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항상 기록해놓기에 어느 어미 녀석들의 2세인지, 몇 도에서 언제 태어났고, 또 부화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이렇게 하나하나 적어두고 기록하면 새로운 주인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된다.

처음에 예약되었던 새끼들이 약 40마리 정도 먹이 붙임이 끝나고 갔다. 추후 새끼들은 내가 축양하며 예약을 받고 어느 정도 키워 보내서 그랬는지, 뭔가 더 아쉬웠던 느낌이 가득하다.

새로운 주인들이 잘 먹여주는지, 거기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내가 주인이었다는 걸 알지도 못하겠지만 계속 신경이 쓰인다.

새끼들을 보낼 때 항상 전하는 말,“잘 부탁드립니다! 근황도 자주 전해주세요.”항상 하는 말이라,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내가 직접 알에서 나오는 새끼들을 받고, 키우며 성장시켰던 장본인이기에, 새끼들에 대한 책임이 내 손을 떠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근황을 자주 알려주시는 분들에게는 감사함을 표하는 바이다.

이렇게 새끼들을 키우고, 보내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5월이 되었다. 5월부터는 나도 다시 출근하며 퇴근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직장은 현재 집으로부터 넉넉잡아 50분 정도면 간다.

새끼들이 더 쏟아지는데 시기가 참 모호하다. 새끼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이 나와줘서 나름 난처해졌다.

그리고 지금 어느 정도 레오파드 게코를 조금 줄이고 다른 종을 하려 해서 그런지 얼른 새끼들을 새 주인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이렇게 파충류 생활을 계속하다 최근에 신기한 일이 있었다. 정보공유를 위해서 한국은 카카오톡을 이용해 서로 지식과 정보를 나눈다.

내가 방장인 방에 한 입문자가 왔다. 알고 보니 뉴질랜드에서 3년가량을 유학하고 온 사람이었다. 더 반가웠다. 파충류를 하다 이런 경험도 해보고, 참 놀라웠다.

한국은 슬슬 여름이 임박한듯하다. 무엇을 하려고 조금만 움직여도 등줄기에서 땀이 난다. 새끼들 밥 주고 나니 샤워를 해야 하고, 청소해주고 나니 또 샤워를 해야 한다.

지금 벌써 30도 정도까지 올라가는 거 보면, 이번 여름도 만만하게 보면 안될 거 같다. 사실 한국 여름이 변온동물인 개체들에는 최적의 날씨이다.

이제 ‘헬조선’에서 출근하며 매일을 보낼 텐데, 산란한 어미들은 잘 회복할 수 있도록, 새끼들은 무럭무럭 클 수 있길 바라며 더 부지런하게 움직일 시기가 온 거 같다.

오랜 기간의 휴식이 끝나고 이제 다시 열심히 살 시기. 이 시기에 초심을 잃지 않고 신앙을 지키며 한국에서의 삶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한다.